미국이 중국 반도체 때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7월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미국 제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지속해서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비즈니스스탠다드(Business Standard)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각) 중국의 7월 반도체 생산량이 272억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6% 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 6월 중국 반도체 생산량은 각각 275억대, 288억대를 기록했는데, 이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비즈니스스탠다드는 “중국이 엄격한 코로나 조치로 인해 공급망 차질을 겪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 등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자구 내에 칩 제조를 늘리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제재를 심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칩스법(Chips ACTS)을 도입하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도 더 후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반도체 관련 기술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당장 지난 9일(현지시각) 도입된 미국 칩스법부터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를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안에 직접적으로 중국을 제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 혹은 관련 기업과 제조능력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다.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제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은 중국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은 반도체 생산 장비가 중국에 유입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7나노 미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자국 내에 들이지 못한다. 미국이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을 대상으로 중국에 EUV 노광장비 납품하지 말라고 규제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현재 7나노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최근 몇 달간 ASML과 일본 니콘 등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와 대중국 DUV 납품까지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비업계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중국 장비 제재 관련 논의가 간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최근 해당 내용이 재차 부각됐다.

더 나아가 미국은 15일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중국 수출 규제 리스트에 올렸다.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 EDA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가량 된다. 그만큼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업이 불가피하다.

그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EDA, 그 중 차세대 반도체 소자 구조인 GAA펫(Gate All Around FET)에 사용되는 EDA를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중국은 초미세 공정을 도입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지만, 설계는 할 수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에서 직접 설계한 반도체도 5~7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은 지속해서 초미세 반도체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의 EDA 없이는 해당 반도체 설계 또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제재로 중국의 미래 기술 발전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돈만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미국에 대항하기에는 무리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반도체 산업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결과가 다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기술 협업이 없이는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추후 반도체 생산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목적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자급자족에 초점을 맞춰 반도체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 1위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궈지(SMIC)는 다른 국가에서 포기한 반도체 생산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SMIC가 해당 기술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데 성공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SMIC는 지난 7월 7나노 공정을 도입한 비트코인 채굴용 시스템온칩(System on Chip, SoC)을 생산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TSMC,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에 비해 뒤처졌지만, EUV 노광장비 없이 7나노 반도체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SMIC는 생산라인도 지속해서 증설하고 있다. SMIC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상하이, 베이징, 심천 지역에 새로운 팹을 건설하기로 했으며, 해당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25억달러(약 3조2763억원)를 들여 월 5만3000개의 8인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인을 늘렸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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