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엔비디아, 실적 안 좋아진 이유는?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에 전망치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게이밍, 암호화폐 채굴 부문에서의 그래픽 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GPU)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올해 안에 엔비디아가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엔비디아는 8일(현지시각) 2분기 매출 67억달러(약 8조7341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3% 증가했으나, 전 분기 대비 19% 낮아졌다. 엔비디아의 기존 예상치보다 14억달러(약 1조8271억원) 가량 낮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그 여파로 주가도 개장 직후 4.58% 가량 하락했다.
악조건 속 2분기 지낸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업 부문은 게이밍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번 게이밍 부문 매출은 20억4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올해 2분기는 게이밍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시기였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인해 PC, 스마트폰, 게이밍 디바이스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곧 게이밍 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게이밍 부문에 GPU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비디아도 이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여기에 GPU 부족 현상을 야기했던 이더리움 채굴 수요도 감소했다. 그간 이더리움 플랫폼은 작업증명방식(Proof of Work, PoW)을 통해 보상을 제공해 왔다. 이 말은 곧 GPU의 연산 능력을 높이면 이더리움을 채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암호화폐 채굴자 사이에서 GPU 수요가 견조했고, 암호화폐 호황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GPU 부족 현상까지 일어나게 됐다.
하지만 이르면 8월 말부터 이더리움 플랫폼 증명 방식은 지분증명방식(Proof of Stake, PoS)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더 많은 이더리움을 가진 사람에게 보상이 제공되는 방식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더 이상 이더리움 채굴에는 GPU가 필요없다. 따라서 앞으로 GPU 수요가 지금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 부문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번 2분기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은 38억1000만달러(약 4조9785억원)다. 전 분기 대비 1%, 전년 동기 대비 61% 가량 성장한 수치다. 다만 엔비디아 측은 “공급망 중단의 영향으로 데이터센터 부문 실적이 회사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반등할 것”
이번 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엔비디아는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AI 도입이 활성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클라우드, 서버,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엔비디아가 이득을 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현재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에 사용되는 AI반도체 중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97%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반등은 하반기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이뤄질 전망이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그간 엔비디아의 상황을살펴보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매출 성장세를 보여 왔는데, 올해 안에 엔비디아가 GPU 신제품 ‘RTX 40’ 시리즈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당 제품을 출시하는 시점이 곧 엔비디아의 반등 시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이번 분기까지 남아 있던 구형 GPU 재고를 없애고,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현재 엔비디아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내에 재고를 다 정리하려는 듯한 정황이 보인다”며 “어느 정도 재고를 줄이고 신제품을 출시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예측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재고와 관련해 “게이밍 제품 셀스루(Sell-through, 제품이 유통거래처를 통해 판매 매장으로 납품되는 과정)가 감소한 가운데, 이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채널 가격과 재고를 조정하기 위해 게이밍 파트너와 함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뒤이어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는 AI시대를 위해 컴퓨팅을 재창조할 수 있는, 세대 당 한 번뿐인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기존 재고는 조정에 나서고, 새로운 제품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 엔비디아가바닥을 이미 찍었고, 추후 반등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엔비디아 전망과 관련해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비디아의 향후 전망은 신제품 출시 시기와 데이터센터 부문의 성장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해소될 지 모르기 때문에 우려사항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