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칩4(Chip4) 동맹 가입을 거듭 요구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칩4 예비회의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드러났다. 다만 정부는 아직 칩4 동맹 참가를 확정하지 않았으며, 한국의 입장을 담아 역제안을 할 계획이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아시아 국가와 맺고자 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에 칩4 동맹 가입을 제안했다. 한국에는 지난 3월에 처음 제안했고, 뒤이어 7월 중순에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8월 말 혹은 9월 초 사이에 개최 예정인 칩4 예비회의에 참가한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어떤 내용을 논의 할 지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을 대상으로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One-China policy)’을 존중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언급하지 말라”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도체 지원법 우수사례 공유와 인력⋅기술 측면에서 교류를 확대하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도 논의 사항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칩4 동맹 가입을 통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손을 잡아야만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입을 모아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미국과 손을 놓는 순간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 측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제조, 특히 메모리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 장비 등 대부분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부문은 국산화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가 지난 3년 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실현하긴 했지만, 소프트웨어나 장비 부문을 국산화를 하는 데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면서 “따라서 우리나라가 해당 부문에서 국산화를 이루기에는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와 장비 등 기술이 없으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협업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칩4 동맹 가입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칩4 동맹 가입과 별개로 중국과의 협업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20% 정도가 중국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이 당장 끊어지면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에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 역제안한 내용도 중국과의 교역을 놓지 않는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중국에 칩4 동맹 가입이 곧 중국과의 교역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중국과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사도 표현하는 중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진행한다. 이 때 박진 장관은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이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칩4 동맹 가입 여부와 함께 박 장관은 중국과 사드,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속해서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며,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즈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두 국가에 필요한 것은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한 무역과 협력”이라며 “박진 장관의중국 방문을 통해 양측이 우호관계와 경제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파악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도 어느 정도 한계는 인식하는 분위기다. 중국 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제재로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와의 협력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반도체 산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중국도 칩4 동맹 가입 시 어느 정도 한국의 상황을 감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칩4 동맹 가입 여부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약식 회견에서 “(칩4 가입 관련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