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이 8월 하원 여름 휴회 중 아시아 순방에 나섰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대만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순방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펠로시 의장이 다녀간 자리에 긴장감이 잔뜩 맴돌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날 때쯤 중국 해군은 대만을 포위하는 실탄 사격 훈련에 나섰습니다. 대만 국방부는 3일 “22대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 해협의 중앙선을 넘어섰다”고 밝히기도 했죠.

화춘잉(华春莹)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만 독립군들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그 조치는 확고하고 강력하며 효과적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왜 펠로시라는 인물이 대만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시아 긴장도가 높아졌을까요?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 그는 누구인가

왜 긴장도가 높아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펠로시 의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펠로시 의장은 미국 내에서 대통령, 부통령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3위 공직자입니다. 미국 정치인 중에서도 영향력이 매우 높은 사람 중 하나인 셈이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이기도 하고요. 중국 입장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미국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 자체가 위협적이라고 느껴졌을 수 있겠죠.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정치에 입문한 초창기부터 중국 인권 탄압 행위를 비판해 왔던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1991년 베이징을 깜짝 방문해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톈안먼(천안문) 광장을 찾아 당시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펠로시 의장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면서 정치 세력을 키워 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티베트, 신장위구르자치구 위구르족의 인권 탄압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기도 했죠. 그런 그녀가 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 관심을 안 가질 리 없었죠.

펠로시 의장은 직접적으로 대만 방문의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유가 대만 정부를 지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백악관도 “군사적으로 지금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그를 만류했지만, 펠로시 의장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정계를 떠나기 전 마지막 행보처럼 대만을 방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나이는 올해 82세인데, 올해 11월에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 하원의장 자리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거든요.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이번에 이루게 됐네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얼마나 있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군사 행동에 불을 지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대만에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실탄 사격 훈련을 위한 준비도 했습니다. 중국이 일부 대만산 농식품 수입 금지조치를 취하기도 했고요.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한 층 더 현실화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으며, 또 단시간에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여러 전문가가 모여 의회에 제출한 75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인공지능에 관한 미국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NSCAI)‘를 보면 이와 같은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는 “미국은 대만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 기업과 군사력을 뒷받침할 전자부품·설계에서 지배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거든요. 어쩌면 오늘이 중국의 대만 침공날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미국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니 당연히 안 되겠죠. 하지만 만에 하나 일어나게 된다면,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만에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TSMC가 있습니다. 그런데 TSMC가 중국에 넘어가게 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좋은 일을 해주게 되니 결국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파운드리를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2위는 삼성전자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을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미국은 한국과도 협업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국내 기업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요. 한국이 대만의 차선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죠.

하지만 단시간에 공급망의 변화가 완전히 구축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오랜 기간 대만 TSMC를 이용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편성해 놓은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가 한국 파운드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후공정 업체도 변경해야 하는데, 단시간에 이 대규모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대만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그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요?

대만 방문을 마친 펠로시 의장은 3일 오후 우리나라에 도착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습니다. JSA에서는 북핵, 미사일 위협 등 전반적인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점검하고, 북한을 대상으로 경고성 대북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죠. 이후 4일 오후 일본으로 넘어가 기시다 일본 총리와 조찬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이기 때문에 전화로 면담을 대신한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결국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죠.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휴가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펠로시는 워싱턴 권력에서 사실상 2인자인데, 한미 동맹을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그를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즈는 “윤 대통령이 휴가 때문에 펠로시 의장과 대면회담을 갖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보도했죠.


당장 두 국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오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교역이 끊기면 20%가 넘는 반도체 소비시장이 사라지게 되는 셈인데요,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이 오겠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장비 등을 모두 공급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입을 모아 “해당 부문에서 국산화를 이루기가 매우 어려운데, 따라서 미국과 협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해당 기술이 끊기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도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를 방문하면서 대만의 중국 침공, 우리나라의 미중 사이에서의 갈등 등 각 국가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직면하게 됐죠. 지금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는데요, 균형 있게 이 문제들이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