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지난 주에 실적을 공개했죠. 그런데 이번 분기 두 기업의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5조6073억원, 영업손실은 4883억원을 냈죠.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7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인데도 수익성 차이가 크게 났네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8분기만에 적자 전환을 한 겁니다.

그래도 적자 전환 정도는 LG디스플레이와 증권가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폭이 꽤 컸기 때문에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6조2441억원, 영업손실 1363억원 정도였거든요. 일부 증권사에서는 4300억원까지 손실이 난다고 예측했습니다만, 그 전망치에 비해서도 적자 폭이 더 컸던 것이죠.

물론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번 분기 컨센서스 전망치를 하회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수익성은 어느 정도 나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은 국내 기업에 같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상황이 갈리게 됐는지, 이 같은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 것이며 앞으로 두 기업은 어떤 길을 걸어갈 지 이번 인사이드 디스플레이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LCD가 손실을 부르는 존재가 됐나

LG디스플레이는 이번 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적자 전환의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생산지 봉쇄 조치로 실적이 하락했다”면서 “여기에 전방산업 수요 부진과 LCD(Liquid Crystal Display, 디스플레이 화면 뒤에 백라이트와 컬러필터를 배치해 화면을 구현하는 패널) 가격 하락세도 적자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그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IT 패널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적자 전환을 놓고 “일부 TV 패널의 경우 캐시코스트(Cash Cost, 생산원가와 유사한 개념) 수준까지 값이 떨어진 상황이며, 업계 내에서도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패널 가격 하락 현상은 LCD 부문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이 캐시코스트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중국 패널 업체 가동률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LCD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데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요 둔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져, 이번 분기 뿐만 아니라 하반기까지도 우울한 전망이 이어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비록 컨센서스 전망치를 하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적자는 면했죠. 그 이유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리 LCD 사업을 철수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전부터 LCD 사업을 정리하고 있었고, 올해 6월 초에 사업을 완전히 접었죠. 그간 LCD 사업을 이어왔던 이유는 삼성전자의 요청 때문이 컸는데요, 그나마도 중국 기업이 저가 공세를 이어가자 수익성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하기로 마음을 굳혔죠.

이렇게 보면 LCD 사업이 기업의 영업손실을 부르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한데요, 국내 기업이 LCD 사업에서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 기업이 LCD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만 해도 LCD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이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디스플레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원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에 LCD를 납품한 것이죠.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기업은 LCD 패널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남은 자리는 모두 중국 기업이 야금야금 차지해 나갔고요.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과거처럼 LCD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중국 시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부가가치’ 실현한다

앞으로도 중국은 저가 공세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기업은 당장 OLED도 같은 방식으로 점차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거든요. 따라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쉽게 저가공세를 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디스플레이 부문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방향성이 다소 상이합니다.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삼성디스플레이는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대신, ‘QD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차세대 OLED 디스플레이 부문에 팔을 걷어 붙일 예정입니다. LCD 사업을 담당하던 인원은 QD디스플레이 부문과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등으로 재배치했고요.

삼성디스플레이가 과감하게 LCD 사업을 접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OLED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고객사를 이미 확보한 데다가, 삼성전자의 폴더블 제품에 납품할 디스플레이를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LCD 없어도 살만 하다는 것이지요.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리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빠진 LCD 사업에서 손을 뗐고, 대신 중소형 OLED를 석권했다”면서 “여기에 삼성전자와 애플이라는 거대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고,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면서 13.7%라는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일찍이 LCD 사업에서 손을 떼고, 차세대 OLED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던 것이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말입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축소는 하되 IT부문,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LCD 부문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TV용 LCD 패널은 중국 시장이 잠식하고 있지만, 아직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LCD 사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전략을 꾀하겠다는 셈이죠.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매출 중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가량 됩니다. 그 뒤를 이어 대형 OLED가 30%, 중소형 패널이 10% 정도 되고요. OLED 비중도 지속해서 높여 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단시간에 내려놓기에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TV용 LCD 패널 사업은 축소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내년에는 국내 TV용 LCD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IT,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포트폴리오 상 사업을 이어가는 편이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는 것보다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으로 방향을 전향하는 것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LG전자가 자동차, 전장 부문에서 사업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LG전자는 지난 7월 29일 실적발표에서 “전장 사업이 수익성 기반의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전장 사업이 주력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LCD 디스플레이 사업을 강화한다면, LG전자의 전장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죠.

LG디스플레이가 전장 쪽에 힘을 싣고 LG전자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언론을 통해 다수 전달이 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P-OLED(플라스틱 기반의 OLED) 사업도 주력해 나가기 시작했죠. 차량용 디스플레이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 LG디스플레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국내 모든 디스플레이 기업이 ‘하이엔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 방향성은 기업 상황과 사업 기조 등에 의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각 기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의 일환이 될 수도 있겠고요. 당장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이 매우 밝은 것은 아니니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길게 지켜보자구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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