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논의할 때 ‘콘텐츠’ 입장도 생각해달라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에서 이동통신사 목소리가 가장 컸다. 그들의 주장이 대세를 이뤄왔다. 콘텐츠 업계의 관점에서도 법안을 살펴봐야 한다”

누구의 발언일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소리다. 6일 국회에서 연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망 사용료 논의가 이동통신사 측의 주장에만 이끌려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법제화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섯개나 계류되어 있는데, 모두 이동통신사의 논리만 담겨 있다는 쓴 소리다.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들은 통신사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망 이용대가 계약 의무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놓고 분쟁 중이라, 해당 법안을 ‘넷플릭스 법’이라고도 부른다. 주로 해외 CP와 국내 이통사 간 갈등 프레임으로 비쳐지는데, 이날 토론에서는 이 구도의 문제를 짚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넷플릭스만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웨이브나 티빙, 왓챠, 네이버와 카카오, 게임사 등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참고 기사: 넷플릭스는 세상 모든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할까?]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토론회는 이상헌 의원실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주관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망 사용료가 법제화 될 경우 콘텐츠 업계 입장에선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번째, 국내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 약화다. 해외 진출이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에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했다. 망 사업자가 다른 망 사업자에게 트래픽을 내보낼 때 그 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 것인데, 그렇게 되다보니 대형 CP를 고객으로 둔 통신사가 불리해졌다. 이는 대용량 CP에게 더 많은 돈을 청구하는 배경이 됐다.

예컨대 지난 2019년 국정감사 때 공개된 네이버의 망 사용료는 2017년 이후 1000억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만의 문제일 수가 없는 것이, 새로운 대형 CP의 등장을 접속료가 막을 수 있다.

더 좋은 콘텐츠=더 많은 이용자=더 많은 트래픽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더 많은 망 비용을 동반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 지불해야 하는 트래픽 비용은 경쟁력 약화를 이끈다. 접속료로 본질적인 경쟁에 발목이 잡히면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기업을 국내에서 키우기는 점차 어려워진다. 토종 OTT라 불리는 왓챠는 그간 꾸준히 망 사용료의 부당함을 주장해왔는데,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외산 기업에도 사용료를 물리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지적했다. 우리나라 CP가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이 되려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망 사용료가 우리나라에서 먼저 만들어져 해외 기업에 비용을 물리게 되면, 역으로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지의 이동통신사들로부터 “비용 부담”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레퍼런스를 만들었으니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논리도 궁색해진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된 후 외국에서도 유사한 법이 만들어지면 티빙이나 웨이브와 같은 사업자들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순 계산해도 한 나라에 10억원씩만 사용료를 물어도 10개국이면 1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두번째. 무역 통상 마찰의 가능성이다. 김용희 전문위원에 따르면 현재의 개정안 추진과 소송 상황 등이 일부 미국 CP들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하려는 시도로 오인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미 FTA에 대한 위반 사항으로 공격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CP가 ISP에 접속비용을 내고 있음에도, 자국 이용자가 타국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CP에게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하는 것이 사실상 차별로 FTA 조항(제12.2조 등)에 대한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의원도 “미국정부는 우리나라 망 사용료 법안이 사실상 특정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이통사에 이득을 준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이 사당히 커진다”고 우려했다.

세번째. 이용자에 대한부분이다. 망 사용료로 인해 CP의 비용이 늘어나면 당연이 그 부담의 일부는 이용자에게 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단적인 예가 최근 구글이 디지털콘텐츠에 인앱결제를 적용하면서 30%의 수수료를 물리자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이 콘텐츠 구매 비용을 올렸다. 국내 영상 OTT나 음원 사이트들도 가격을 올렸는데 망 사용료 비용이 추가 되면 그건 또 그대로 이용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란 예측이다.

대도서관은 “망 사용료를 내게 되면 유튜브가 유튜버들한테 나눠주던 수익이 줄어들 수 있고, 이용자의 요금을 올리거나 광고를 더 많이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엠엔캐스트나 판도라티비와 같은 굴지의 동영상 기업도 자금 문제로 망하거나 광고로 도배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미래의 주요 수출품인 콘텐츠를 키우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발목을 잡는 법안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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