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지원법 적용 초읽기, 韓 기업에 이득 될까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었던 반도체 지원법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의 중요성을 피력해 온 만큼, 반도체 지원법이 곧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미국 현지 언론은 27일(이하 현지시각) 상원이 반도체 산업⋅첨단기술 육성방안을 찬성 64대 반대 33으로 가결한 데 이어, 하원도 하루 뒤인 28일에 반도체 지원법을 찬성 204대 반대 187로 가결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국 반도체 법안이 의회에 계류되고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깊은 갈등 때문이었다.

두 정당 모두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중국 기술을 견제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다만 두 정당이 반도체 지원법에 ▲사회복지 예산안 ▲이민정책 개편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 각자 원하는 법안을 엮으면서 대립이 심화됐다.

당시 갈등에 대해 외신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정치적 인질로 삼고 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이 너무 심하다”며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민주주의는 현재 변화하는 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반도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은 이유는 각 정당이 제출한 여러 법안에서 반도체 지원법만 별도로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7월 13일 “미국 상⋅하원의 이견 대립이 해소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즉각적으로 반도체 지원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당장 시급한 반도체 법안만 별도로 처리하라”며 “정당 간 대립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잃을 수 없으니, 협상 과정을 거쳐 8월4일까지 법안을 완성하라”고 발언했다.

일부 진보주의자는 반도체 지원법 자체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다. 대기업 배만 불리도록 만드는 법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에 대해 레이몬도 장관은 “해당 법안에 포함된 자금이 대기업을 부유하게 하는 데에만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이번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는 대신 미국의 일자리와 소수자 소유의 사업에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 통과를 마칠 수 있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인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도 북미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반도체 기업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기업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부에 빠른 시일내에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그간 미국보다 유럽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반도체 지원 정책 때문이었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통과 이후 성명을 통해 “오늘 하원은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등 기기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반도체 지원법은 일상용품의 가격을 낮추고, 전국에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으로 이득을 얻기 시작하면, 추후 중국과 교역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는 “미국 국가 안보 위협을 제시하는 국가와 반도체 기업이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언론은 “삼성,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은 미국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 분위기”라며 “중국에 신규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조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중국은 메모리 부문에서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필요로 하고 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과 교역을 끊을 수 없다”면서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더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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