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 칩 만드는 인텔, 고객사 유치 본격화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량 강화에 나선 가운데, 고객사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퀄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미국 국방부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받은 데 이어, 미디어텍 반도체도 제조하기로 한 것이다.

인텔은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미디어텍 칩을 제조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5일(현지시각) 밝혔다. 미디어텍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ntel Foundry Service, IFS)를 통해 스마트 엣지 디바이스용 칩을 제조하기로 했다. 미디어텍은 IFS와 협업을 강화를 통해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텔이 직접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등 외신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인텔 16공정을 이용해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인텔 16공정은 타사 16nm 공정에 준하는 수준으로, 22공정 저전력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인텔 16공정은 저비용⋅저전력에 특화돼 있으며, 디자인이 단순해 출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아직 인텔이 생산하는 반도체는 7공정(타사 7nm에 준하는 공정)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에 국한돼 있다. 아직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7nm 미만의 선단(Advanced)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곳 뿐이다. 이 같은 이유로 씨넷, 톰스하드웨어 등 복수의 외신에서도 “아직 인텔이 가야 할 길은 멀다”고 평가했다.

그 중 미디어텍은 20억개 이상의 자사 제품 중 많은 비중을 TSMC에 맡겨 위탁생산하고 있다. TSMC와 미디어텍이 모두 대만 업체인 데다가 양사가 그간 긴밀한 협업 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많은 비중을 TSMC에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에 인텔이 생산하는 미디어텍 칩 비중이 TSMC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이번에 미디어텍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지 그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장은 인텔과 미디어텍의 협업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일 수 있으나, 업계에서는 인텔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 측면에서 양사의 협업을 주목하고 있다. 케빈 크루웰(Kevin Krewell) 티리아스 리서치(Tirias Research) 연구원은 “미디어텍은 TSMC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미디어텍이 인텔 파운드리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거래”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파운드리 부문에서 미디어텍과의 협업 강화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지금은 레거시 공정에 국한돼 있지만, 추후 인텔이 선단(Advanced) 공정 양산을 개시하면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인텔은 2024년 초에 파운드리 2공정(타사 2nm 공정에 준하는 수준) 양산을 시작하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그보다 한 단계 더 진보한 1.8공정(타사 1.8nm 공정에 준하는 수준)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4공정(타사 4nm 공정에 준하는 수준) 양산도 2023년 메테오레이크를 생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개시할 예정이다. 이 말은 곧 인텔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단 공정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선단 공정 양산을 시작하면, 미디어텍 외에도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많은 팹리스 기업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복수의 파운드리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많은 주요 팹리스 기업이 TSMC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CAPA)이 한정돼 있어 맡기는 데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반드시 복수의 파운드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삼성 파운드리가 대안으로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단 공정 부문에서는 파운드리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nm 이하 최선단 공정 부문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여전히 최대 부하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높은 것이다. 인텔이 4공정 양산을 시작한다면, 최선단 공정 수요에 힘입어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팹리스를 대상으로 인텔 파운드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에는 주요 팹리스 기업이 밀집해 있는데, 그만큼 미국 내 파운드리 수요가 높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까지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S차이(NS Tsai) 미디어텍 플랫폼 기술⋅생산 운영 수석부사장은 “인텔의 제조 역량 확장 계획에 따라, IFS는 보다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미디어텍에 가치를 더할 것”이라며 “미디어텍은 장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전 세계 고객에 걸쳐 급증하고 있는 우리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랜디르 타쿠르(Randihr Thakur) IFS 사장은 “인텔은 첨단 공정 기술과 지리적으로 다양한 생산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디어텍에서 개발하고 있는 10억대의 커넥티드 디바이스 위탁생산도 추가로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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