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이어지는 금융사-통신사 ‘빅블러·디지털’ 혈맹 가속화

금융사와 통신사의 혈맹이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신한은행과 KT와의 지분 맞교환에 이어, 하나금융그룹과 SKT가 지분 교환에 나섰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협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빅블러와 디지털이다.

최근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 통신, 제조, 콘텐츠, 커머스 등의 기업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사는 디지털에 능통하고 다양한 산업영역에 진출한 통신사와 손을 잡아,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여러 산업에 직간접적인 진출을 할 수 있다. 통신사는 금융사가 가진 금융 데이터와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사진 오른쪽)이 협약서를 펼쳐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분 교환 얼마나?

SK텔레콤(SKT)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4일 4000억원대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T는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3300억원 규모의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한다. 이로써 SKT는 하나금융지주 지분 약 3.1%를 보유하게 된다.

하나카드는 684억원 규모의 SKT 지분과 SKT가 보유한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한다. 이로써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하나카드는 SKT 지분 약 0.6%, SK스퀘어 지분 약 0.5%를 보유한다.

6대 주요 협력 과제

협약 핵심은 ‘디지털’

하나금융그룹과 SKT는 주요 협력과제로 6가지를 꼽았다. 크게 ▲ESG 공동협력 ▲금융의 디지털 전환 ▲금융·통신 데이터 결합 ▲손님 특화 상품·서비스 융합 ▲인프라 공동 활용 ▲디지털 기반 공동 마케팅이다.

그 중 핵심은 ‘디지털’이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전환(DT)을 추진한다. AI 챗봇을 활용한 투자정보 제공, 인공지능 콘택트센터(AICC) 도입을 통한 손님응대 등 AI 솔루션 부문에서 협업한다. 또 금융 서비스 개발,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에서 협업한다.

두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모델 개발, 마이데이터 사업을 위한 데이터 협력 강화, SKT 메타버스 플랫폼 상 가상 영업점 설립, 메타버스 생태계 내 결제 서비스 구축 등을 공동 협력 사업으로 논의한다.

반도체·ICT 플랫폼 자회사 SK스퀘어도 파트너십 협력에 참여한다. SK스퀘어는 11번가(커머스), 콘텐츠웨이브(콘텐츠), 드림어스컴퍼니(음원), SK쉴더스(보안), 원스토어(모바일) 등 구독형 IC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스퀘어는 하나금융그룹과 협력해 새로운 금융융합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SKT는 하나금융그룹의 클라우드 도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SKT는 컨테이너 기술을 자체 개발했는데, 하나금융그룹에게 금융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을 잡은 이유는 ‘빅블러’

이번 제휴에서 주목할 점은 협약이 특정 회사 간 혹은 사업 영역에서의 협력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SK ICT 계열사와 하나금융그룹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다양한 산업군을 보유한 자회사간 협력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다. 하나금융그룹은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SKT는 보안, 콘텐츠, 음원, 커머스 등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해 양사는 “ICT와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영역에서의 협력 추진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입장에서는 다양한 산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효과를 얻는다. 그동안 금융사는 금융업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핀테크가 규제를 덜 받는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를 강하게 받는 금융사는 타 산업에 진출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산업군에 진출한 통신사와의 협력은 금융사에게 기회다. 커머스부터 시작해 콘텐츠, 음원, 보안, 모바일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보유한 통신사와의 협력은 빅테크·핀테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직접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협력을 통해 간접적 진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직접 진출로 투입되는 리소스를 아낄 수 있는 등 효율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제휴를 통해 하나금융그룹은 SK ICT 고객에게 특화된 융복합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예를 들어, SKT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맞춤형 카드 개발, 구독 상품과 연계한 특화보험 출시, 포인트 시스템과 결제망같은 상호인프라 공동 활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 자사 고객이 아니었던 SKT 고객을 타겟팅 해 상품을 내놓으면,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통신사인 SKT 입장에서도 이번 협약은 유리하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SKT의 여러 자회사는 금융사가 보유한 금융상품, 데이터를 기존 사업에 활용하거나, 신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측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KT 사례 살펴보기

금융사와 통신사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신한은행과 KT는 지분 맞교환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KT의 지분 5.46%(4375억원)를 취득, KT는 같은 규모의 신한금융지주 주식 2.81%를 사들였다.

두 회사는 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로봇, 빅데이터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23개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양사의 노하우와 기술 역량을 결합한 솔루션을 개발해 실생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융합 서비스, 부동산 플랫폼, 공인전자문서 등이 해당된다.

또 공동 전략적투자(SI) 펀드를 조성하고 기술력이 있는 국내외 벤처 등에 투자, 컨설팅 협업을 추진한다. 공동으로 연구개발 조직을 만들어 기술 기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후 신한은행과 KT는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KT의 IPTV를 통해 AI 기반의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브랜치 상용화에 나섰다. 또 KT의 알뜰폰 사업자와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뱅킹 앱 이용 고객에게 전용 요금제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신한은행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KT 대리점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은 업을 뛰어넘는 영역의 신사업과 솔루션, 디지털전화(DT) 등에서 자행이 추구하는 디지털 컴퍼니를 가속화할 수 있는 동력”이라며 “차별화된 디지털 융합 사업과 상품,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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