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복제 의혹이 또 다시 일었다. 이번에는 중국과 대만 기업 사이에서다. 중국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가 최근 7나노미터(nm) 공정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했는데, 이 과정에서 TSMC 기술을 복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SMIC는 2021년 7월부터 7nm 공정을 적용한 비트코인 채굴 시스템온칩(SoC)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칩에 적용한 기술이 TSMC의 것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은 최근 발간된 시장분석업체 테크인사이트(Tech Insight)의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테크인사이트 측은 보고서를 통해 “SMIC가 7nm 공정으로 생산한 비트코인 채굴용 SoC를 리버스 엔지니어링(구조를 분석해 기술적 원리를 발견하는 기법)한 결과, TSMC의 7nm 공정기술과 매우 흡사했다”며 “제품의 구조와 성능 자체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SMIC가 이를 토대로 미세 공정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MIC가 7nm 공정을 적용해 생산한 반도체는 캐나다 반도체 기업 미네르바세미컨덕터(Miner-Va, 이하 ‘미네르바’)의 비트코인 채굴SoC ‘미네르바7(MinerVa 7)’이다. 미네르바는 2021년에 설립된 캐나다 소재 기업으로, 주요 임원이 중국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그간 SMIC가 구현할 수 있는 최신 공정은 14nm가 최대라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SMIC는 7n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공정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테크인사이트는 “미네르바7은 SMIC가 생산한 반도체 중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은 7nm 미만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단(Advanced)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부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 와야 하는데, 미국 상무부가 ASML을 대상으로 해당 장비를 중국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는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도 규제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숨통 자체를 끊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제재를 가하는 셈이다.

그 가운데 중국은 굴하지 않고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길이 막힌 중국에게 반도체 굴기를 이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기술을 탈취하는 것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차단하려고 하는데, 결국 중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법은 누군가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인력을 빼오는 방식”이라며 “기술을 탈취하는 방식도 점차 고도화되고 치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SMIC가 7nm 공정을 적용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전반적인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TSMC의 기술을 탈취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21일(현지시각) “과거 TSMC는 SMIC가 자사 기술을 베꼈다는 사실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고소를 진행한 바 있다”면서 “SMIC는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7nm 미만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그럼에도 생산을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TSMC는 초기 7nm 반도체를 생산할 때, EUV 노광장비보다 한 단계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했다. 해당 기술로 생산한 제품만 50 종류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TSMC는 구형 장비와 기술로 7n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을 성공했다. DUV 장비로 7nm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법은 지금 SMIC에게 필요한 기술 중 하나다. 따라서 SMIC가 TSMC로부터 해당 기술을 탈취해 현재 7nm를 구현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TSMC, 삼성전자가 5nm 이하 공정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MIC의 7nm 공정은 두 단계 정도 뒤처져 있다. 그나마 구현한 7nm 공정도 구조와 성능 측면에서 타사와 비교하면 초기 단계에 머무른 수준이다.

하지만 테크인사이트는 “SMIC는 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아도 7nm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며 “추후 SMIC가 EUV 노광장비를 들이게 됐을 때, 주요 파운드리 기업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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