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in] 투자 심리 위축에 핀테크 “기업가치 낮춰서라도 투자유치”

잘 나가던 글로벌 핀테크 스타트업이 연일 고꾸라지고 있다.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주가, 기업가치가 전년대비 크게 하락하고,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후불결제(BNPL) 기업 클라르나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6월 기준 456억달러로 평가받았으나 올해 67억달러로 85% 감소했다. 결국 클라르나는 지난 5월 전세계 인력 1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장 초 대비 주가가 80% 이상 급감한 미국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정규직 직원 9%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BNPL 기업 어펌의 주가는 올해 85% 이상 떨어졌다. 미국 결제 플랫폼을 운영 중인 페이팔홀딩스는 올 1월 1일 이후 주가가 60% 이상 하락했다. 미국 핀테크 기업의 대표주자인 스트라이프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트라이프의 주식 가치가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핀테크 기업의 역성장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전세계 핀테크 업계는 최근 2년간 급성장했다. 비대면 결제수단의 사용이 늘면서 성장세를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아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소비 위축이 생기면서,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으로 성장했던 얼마 전과는 정반대의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핀테크 기업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이는 온라인 소비자 지출을 더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상장한 핀테크, 테크핀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예상보다 기업가치가 상승하지 않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글로벌과 달리 기업가치가 폭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이번달과 다음달, 두 번에 나누어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는다. 총 투자금은 3000억원으로, 알토스벤처스(1000억원), KDB산업은행(1000억원), 광주은행(200억원), 굿워터, 그레이하운드, 다올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증권 등이 투자사로 참여한다.

투자유치를 통해 토스는 기업가치 8조5000억원을 평가받았다. 지난해 6월 마지막 투자에서 평가받은 8조2000억원을 소폭 상회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토스의 기업가치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얼마 전 13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SKS마이데이터 유한회사, 신한SKS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합작회사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았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진행한 시리즈D 투자를 당초 목표액이었던 1000억원을 초과한 1350억원으로 유치하면서 마무리 짓게 됐다.

이 과정에서 뱅크샐러드의 기업가치는 약 6000억원 가량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시리즈C투자를 통해 책정받았던 기업가치(3000억원)의 두 배다. 다만, 마찬가지로 업계는 뱅크샐러드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비상장 핀테크 기업의 투자유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해빗팩토리, 핀다 등이 투자유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면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유치를 한 것은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과거에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에 방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수익화에 맞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벤처캐피탈(VC)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투자 기업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핀테크 업계 투자와 관련해 한 VC 업계 관계자는 “주변 VC를 보면 확실히 투자심리의 장벽이 높아졌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들을 볼 때 실적이나 현금창출능력, 성장성, 런웨이(Runway)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는지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투자에 대한 분위기가 바뀐지 몇 달 안 되어서 주춤하는 것도 있으나 투자 건수나 금액을 줄이진 않고 기업가치만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투자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펀딩을 계획했던 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매출은 없지만 인력 등 각종 비용 때문에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울며겨자먹기로 투자를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