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시장 먹구름? EUV로 한숨 돌리는 ASML

ASML이 올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7나노 미만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높은 수요가 이어졌던 데다가, ASML의 장비 출하량도 큰 폭으로 향상했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 수요는 반도체 수요 하락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액 54억3100만유로(약 7조3000억원), 영업이익 16억5300만유로(약 2조2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5.1%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33.4% 상승했다.

ASML EUV노광장비(자료: ASML)

이번 호실적에는 EUV 노광장비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매출액의 48%가 EUV 노광장비 부문에서 났기 때문이다. ASML은 이번 분기에 12대의 EUV 노광장비를 출하했다. 전분기 대비 9대 늘어난 수치다. ASML 측은 그간 실적발표 때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왔는데, 이번 분기에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7나노 이상의 레거시 공정에 사용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부문도 전체 매출의 33% 정도를 차지하며 견조세를 보였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3분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베닝크 CEO는 “반도체 수요 둔화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고성능 컴퓨팅⋅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의해 ASML 장비 수요는 여전히 높다”면서 “올해 하반기 내에 조기 출하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베닝크 CEO의 말대로 시장에 대한 예측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 트렌드포스 등은 반도체 시장이 하락사이클을 탈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요 반도체 대기업도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대한 보류와 재검토를 연이어 단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반도체가 탑재되는 디바이스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고, 100% 이상을 기록하던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률도 점차 90%대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던 시기에는 많은 기업이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팔을 걷어 붙였으나, 이제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서 각 기업이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면서 “그 여파로 반도체 장비 구매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ASML은 이후 매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5나노 이하의 최선단 공정 부문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최대 부하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서버⋅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세 공정이 필수로 적용돼야 하는데, 최선단 공정 사용량이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며, 선단 공정 수요는 지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최선단 공정 사용량이 많다는 말인데, 이는 곧 최선단 공정을 위한 장비 사용량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업체로서, 이 같은 시장 상황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베닝크 CEO는 “2022년 하반기 기간의 조기 출하량이 증가해 일부 매출은 2023년으로 이연될 예정”이라면서 “따라서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성장하겠고, 매출총이익률은 생산량 증대를 위한 비용 투자와 인플레이션 추세가 종합적으로 맞물려 49~50% 가량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추후 ASML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달 초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미국 상무부 차관이 피터 베닝크 CEO와 회동하면서 중국에 DUV 장비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ASML 대중국 수출 제한 품목 확대 논의 자체는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고, 새롭게 네덜란드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도 없다. 하지만 최근 외신의 보도로 대중은 추후 ASML과 중국과의 관계 여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아직 미국 정부의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으나,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에 ASML의 DUV장비 고객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피터 베닝크 CEO도 올해 초 “DUV는 구형 장비이기 때문에 굳이 해당 부문에서까지 중국 규제를 해야 하냐”는 입장을 보이며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ASML 관계자는 “DUV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에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로, 현재 반도체 부족을 겪고 있는 시장에 필요한 가장 대중적인 기술”이라며 “아직 네덜란드 정부와 ASML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반도체 장비와 기술에 대한 수출규제 확산이 지속된다면 반도체 생산능력을 제한해 공급망 불안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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