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금법 개정안 대안책, 핀테크 업계 “꿩대신 닭”

핀테크, 카드사 등도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은행권이 불만을 품자 금융당국이 대안을 제시했다. 계좌발급 권한 대신 송금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핀테크 업계는 기존보다 규제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당국이 내놓은 대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마련 중인 전금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에 대해 핀테크 업계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의 도입을 철회하는 대신 ‘전자자금이체업(자금이체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핀테크, 카드사 등도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종지업에 은행권이 불만을 품자, 금융위가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핀테크 업계에선 종지업 철회를 두고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종지업은 ‘금융 혁신의 끝판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핀테크 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금융업의 범위가 넓었다. 은행처럼 금융결제망에 참가해 이체와 결제를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보다 이체, 결제 한도가 상향되며 겸영·부수업무로 외국환, 후불결제, 마이데이터 등을 할 수 있다. 사실상 금융사에 준하는 금융업무가 가능하다.

따라서 중소 핀테크 업계는 종지업 라이선스를 획득해 사업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금융위가 논란이 되는 종지업 대신 자금이체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일각에선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금이체업은 종지업의 일부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 하위개념이기 때문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자금이체업은 ‘지급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금융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에 개설된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전자적 장치에 의해 자금을 이체하는 업’을 말한다. 즉, 자금이체업은 송금 업무를 일컫는다.

따라서 기존에 종지업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던 업체들 사이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금이체는 종지업 대비 하위개념으로, 더 나은 조건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특히 중소형 핀테크 업체의 경우 종지업이 되면 성장의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해당 법이 통과되면 송금 서비스를 하던 업체들의 경우 자금이체업의 자격을 획득하고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이때 기존보다 더 높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은 자금이체업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행 전금법에 따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양도와 환급이 가능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핀테크 업계에서 송금 서비스를 위해 자금이체업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택한 것은 규제 때문이다. 자금이체업은 지난 2006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만들어졌다. 그러나 까다로운 규제와 불분명한 법적 해석으로 현재까지 자금이체업에 등록된 곳은 하나도 없다.

이유는 자금이체업의 법적 불분명함 때문이다. 2006년만 하더라도 자금이체업은 엄격한 규제 하에 만들어졌다. 따라서 업계에선 자금이체업을 통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게다가 자금이체업에 대한 법적 해석이 불명확해 사업의 불확실성이 컸다. 결국 핀테크 업계는 ‘양도, 환급 등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해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울러,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등록제인 반면, 전금법 개정안의 자금이체업은 허가제다. 자금이체업의 최소자본금 요건이 기존 3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됐으나, 사실상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조삼모사인 셈이다.

핀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한 법조인은 “만약 2006년 법을 만든 취지대로 자금이체업의 세부 조항을 만든다면, 과거 은행 송금과 다를 게 없어질 것”이라면서 “또 허가제를 통해 엄격한 심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데, 이 경우 은행처럼 높은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핀테크 업계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전금법 개정안이 큰 이점이 없다고 봤다. 핀테크 업계 입장에선 기존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는 것도 아닌 규제를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은행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가 내놓은 대안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과연 혁신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당장 은행권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당국의 취지라는 분석도 있다.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업계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해 은행, 핀테크, 빅테크 등 업계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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