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모벤시스, 반도체 찍고 물류 자동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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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자동화 솔루션 컨퍼런스 연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율을 높이고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려고 반도체 업계가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이 시장 규모를 따라가기 위해 관련 업계는 자동화 솔루션을 공장 내에 도입하고 있다.

자동화 솔루션 공급업체도 따라서 점차 시장을 키워가는 분위기다. 국내 로봇⋅모션제어 솔루션 제공업체 모벤시스도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모벤시스는 이 회사 이사회의 양부호 의장이 1998년 설립한 모션컨트롤 솔루션 업체 소프트서보시스템즈(Soft Servo Systems)에서 시작한 기업이다.

양부호 의장은 1988년 교토대학에서 응용수학물리학 학사를 졸업했고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 부문 석⋅박사과정을 거쳤다. 이후 MIT에서 조교수로 5년 간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첨단 로봇 연구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 왔다. 이후 2014년에는 소프트서보시스템즈를 전신으로 하는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해 제어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개발했고, 지난 2021년에 ‘모벤시스’라는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년 넘게 반도체 장비 부문의 자동화⋅제어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 온 양 의장을 만나 모벤시스에 대해 들어봤다.

양부호 모벤시스 의사회의장

포토메카닉 인수…한국과 일본의 고객군 넓혔다

PC시장은 사용자가 쉽게 시스템을 다룰 수 있도록 해 주는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OS) 윈도우가 등장하면서 개화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윈도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PC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양부호 의장은 마찬가지로 윈도우 상에서 사용하기 수월한 자동화⋅제어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자동화⋅제어 솔루션 기업을 차린 이유다.

양 의장이 처음 자동화⋅제어 솔루션 개발업체를 차린 시점은 1998년이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른 시점에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고객사도, 협력사도 손에 꼽던 시점이다.

양부호 의장은 “본격적으로 수요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창업한 지 10년이 지났을 때인데, 당시 해당 시장이 너무 초기 단계였다”며 “미국과 일본에서 우리를 믿어준 곳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지만, 단칸방에서 열악하게 연구를 시작했을 정도로 어려움을겪기도 했다”고 창업 초기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의 어려움을 견디며 쌓은 경험이 지금의 강점을 만들 수 있게 했다고 양부호 의장은 설명한다. 양 의장은 “자동화⋅제어 솔루션만 15년 넘게 연구하면서 모벤시스는 관련 기술과 특허를 확보해 왔다”면서 “남들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했다 보니 모벤시스는 자동화⋅제어 솔루션 부문에서 기술 강점을 가지게 됐고, 높은 성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모벤시스는 그간 개발한 연구를 집약한 자동화⋅제어 솔루션 ‘WMX(Windows based Motion control for eXpert)’를 제공하고 있다. WMX는 오로지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공장 내 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모션 컨트롤 솔루션이다. 하드웨어 기반의 모션 컨트롤 솔루션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양 의장은 WMX의 가장 큰 장점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WMX는 쉽게 기능을 확장하고 사용자가 쉽게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모벤시스가 개발해 온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원천기술 ‘모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벤텍처는 기존 개발자가 주로 사용하던 프로그래밍 언어로 WMX를 사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더 쉽게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모벤시스는 지난 2021년 10월 검사장비 신호 측정⋅분석 전문업체 포토메카닉을 인수해 솔루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포토메카닉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LED 등을 생사하는 장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최소화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솔루션 ‘AVS(Anti Vibration System)’를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공장 자동화⋅제어 솔루션을 구동할 때 진동을 없애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비에서 한 번 진동이 발생하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 후, 다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택트타임(Tact Time, 하루에 생산해야 하는 양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택트타임을 줄이기 위해서는 설비 가동 시 발생하는 진동을 제거해야 하는데, 포토메카닉이 진동을 없애는 알고리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부호 의장은 “모벤시스의 자동화⋅제어 기술과 포토메카닉의 반진동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을 기반으로 모벤시스는 한국, 일본 주요 기업에 자동화⋅제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주요 장비업체 중에서도 모벤시스 고객사가 있고, 일본 주요 대기업도 모벤시스 솔루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벤시스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사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사업 규모 확대해야 할 때

양부호 의장은 당장 모벤시스 기업공개(IPO)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업 규모를 더 키운 후에 IPO를 진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 의장은 “IPO도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단했다”며 “회사 규모를 더 키운 후 지금보다 큰 규모로 IPO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한 만큼, 모벤시스는 사업 확대와 글로벌 진출 계획을 먼저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모벤시스는 물류 사업에 손을 뻗을 예정이다. 모벤시스는 그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문에 한정돼 자동화⋅제어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물류 또한 자동화⋅제어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관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진출을 결정했다.

양 의장은 “자율이동로봇(Autonomous Mobile Robots, AMR)이나 문을 신속하게 개폐할 수 있는 오버헤드도어(Overhead Door, OHD) 관련 기술은 공장 자동화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면서 “특히 물류 관련 사업에는 해당 기술이 필요한데, 모벤시스는 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기술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말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 모벤시스는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파트너사로 선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굳이 오랜 기간을 들여 자체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자사 솔루션은 유연성이 좋기 때문에 타사 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양 의장의 설명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모벤시스는 자동화⋅제어 솔루션 수요가 높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지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부호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중국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했고 지금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데, 추후 중국 시장이 열리면 지사를 설립하고 지역 사업을 본격적으로 영위하려고 한다”면서 “중국은 자동화⋅제어 솔루션 수요가 높은 국가이기에, 모벤시스의 노하우를 찾는 곳도 적잖다”고 말했다.

중국 지사 설립 이후에는 유럽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유럽에는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는데, 해당 기업과 협업 체제를 구축해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양 의장은 “모벤시스는 유럽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거나 관련 업체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생태계 확장 방안을고려하고 있다”며 “3년 이내에 전반적인 글로벌 사업 기반을 다지려 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관련 투자도 지속한다. 모벤시스는 올해 안에 미국 보스턴에 모벤시스 리서치 연구소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보스턴에는 하버드대학교나 MIT를 비롯한 미국 주요 명문 사립대가 위치해 있는데, 양부호 의장은 해당 지역에 리서치 연구소를 설립하면 공동 연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서치 연구소에서는 추후 모벤시스의 자동화⋅제어 관련 전담 연구를 담당하게 된다.

양부호 의장은 한국 기업으로서 모벤시스가 자동화⋅제어 솔루션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양 의장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솔루션 측면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모벤시스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조금씩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뒤이어 “미국 지사에서는 R&D에 집중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고객사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5년 내 인지도가 있는 자동화⋅제어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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