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혹한기에도 케이뱅크가 IPO에 나서는 이유

얼어붙은 주식시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로, 별다른 사유가 없으면 9월 중 케이뱅크의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케이뱅크가 연내 코스피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IPO를 두고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데다가 먼저 코스피 시장에 안착한 카카오뱅크처럼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작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단기간 상승하다 50% 이상 하락했다. 여러 악재가 겹친 카카오뱅크의 사례처럼 케이뱅크 또한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는 IPO와 이후 상황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흑자전환이 있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당기순이익 225억원을 기록하며 이자부문과 비이자(수수료) 부문 모두 흑자전환을 했다. 올 1분기는 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연간이익 규모를 넘었다. 갈수록 이익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상장 이후에도 성장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듯 실적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이 언제쯤 회복될지 불투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얼어붙은 주식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이 불가한 만큼,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보다 실적이 좋을 때 상장하는 것이 옳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케이뱅크 입장에서 빨리 IPO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 케이뱅크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 3월 말 17.31%로, 경쟁사인 카카오뱅크(36.85%)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년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비율이 늘었고 규제치인 8% 보다 여유가 있지만 카카오뱅크보다 훨씬 뒤쳐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출처=금융감독원)

케이뱅크도 이를 의식한 눈치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BIS 비율 개선과 자본확충을 위해 총 투자금 1조2500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이 투자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BIS 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케이뱅크가 증자한 자금 중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등의 투자금 7250억원에 조건이 달렸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케이뱅크 입장에서 할 수 있을 때 IPO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후발주자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토스뱅크는 예대마진 적자를 회복하는 등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흑자전환, IPO 부문에서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에게 밀린 만큼, 더 이상 후발주자에게 밀려선 안된다는 숙제가 있다.

다만, 케이뱅크가 성공적으로 IPO를 한다고 하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먼저 IPO와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를 두고 일각에서 냉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지적이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케이뱅크 또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로 고객수 확대, 여·수신 지표 개선 등을 이룬 케이뱅크도 상장 이후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 제휴 성공사례처럼 케이뱅크는 혁신 사업자와 손잡고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올해 디지털금융플랫폼 도약에 속도를 내는 한편, 성공적인 IPO를 위한 준비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외에도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수, 여수신 측면에서 성장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올해 당근페이, 미래에셋증권 등과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자체적인 성장 전략이 아니라 외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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