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최종 통과하지 못하고 의회에서 계류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여야 갈등이 첨예한 다른 법안은 제쳐두고 반도체 지원법만이라도 별도로 최종 통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도체 지원법만 별도로 처리하면 미국 의회도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상⋅하원의 이견 대립이 해소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반도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당장 시급한 반도체 법안만 분리한 후 협상 과정을 거쳐 8월4일까지 법안을 완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당 간 대립으로 반도체 경쟁력을 잃을 수는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 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USICA)을 처리했고, 올해 2월에는 하원이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 ACA)을 처리했다. 해당 법안에는 모두 반도체 제조에 대한 지원 법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 미국 의회는 양원의 법안을 병합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의견 대립이 심해 세부사항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상⋅하원이 제출한 법안은 모두 대중국 규제를 목적으로 하며, 모두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지원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하원의 ACA법안에는 상원의 USICA 법안에 비해 무역, 외국인 투자 등을 규제하는 방향의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ACA 법안에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해외투자 규제, 미국의 자국 무역보호를 위한 무역구제법 집행력 강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사회복지 예산안, 이민정책 개편, 법인세 감면, 연구개발 지원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 차이가 난다.

현지 언론은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 상황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정치적 인질’로 삼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이 너무 심한데,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 민주주의는 변화하는 세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교착상태가 이어지면, 최악의 경우 반도체 지원 법안이 무산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반도체 지원 법안이 최종 통과되기 위해서는 8월 휴회가 이뤄지기 전에 의회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 전에 세부사항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법안 폐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지원 법안이 폐기되면 미국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다른 국가에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보조금 없이 대규모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산라인 증설에는 보조금 여부가 중요한데,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면 국내 기업도 미국 투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크 로버트 워너(Mark Robert Warner)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반도체 지원법 도입을 늦추는 것은 미국을 다른 국가보다 뒤처지게 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며 “반도체 법안만 따로 두고 논의 과정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측은 반도체 관련 자금을 조달하고 지원금을 제공하는 법안은 필요하며,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광범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공화당 측은 여전히 “가장 최선의 선택은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법안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상황에 맞춰 간소화된 반도체 지원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두 정당이 반도체 지원법만 별도로 통과 심사하는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법안 통과가 이뤄지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미국 투자를 계획한 기업이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 최종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칩4(Chip 4) 동맹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칩 4 동맹’은 미국이 주요 반도체 생산국가인 한국, 대만, 일본과 협업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맺고자 하는 동맹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한국에 칩4 동맹 결성을 제안했는데, 이번에 두 번째로 요청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채널을 통해 논의 중이며, 참여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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