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대환대출 플랫폼을 바라보는 은행의 시각

금융in은 화제가 되고 있는 금융 관련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여기에 기자의 시각을 더해 사안을 넓고 깊은 관점에서 다뤄봅니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금융취약계층의 금리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 소비자가 모바일에서 대출상품을 비교해 더 나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지만, 금융권의 반발로 중단됐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의 참여가 필요하다. 금융위의 계획대로라면, 핀테크 플랫폼에 금융권의 대출상품 금리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융권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까지 답보상태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마이데이터처럼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상품을 공급하는 금융권의 적극적 움직임 없이는 플랫폼을 서비스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와 정치권의 의견 일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금융권에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은 어떤 이유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일까. 금융권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수수료 문제다. 현재 토스나 카카오페이, 핀다 등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상품 대출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때 은행은 핀테크 플랫폼에서 자사 상품이 판매될 때마다 이들 업체에게 수수료를 줘야 한다. 계약에 따라 수수료율은 다르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핀테크 플랫폼에서 중개 서비스를 하게 되면, 금융사는 판매 건당 핀테크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통 수수료는 건별로 지급하고 있어, 건수가 많아지면 수수료 비용도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 플랫폼이 점점 더 영향력을 키우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우려다.

두 번째는 핀테크 플랫폼 종속이다. 금융권은 핀테크 업체들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핀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이미 간편결제, 송금, 계좌확인 등의 금융 서비스 분야는 핀테크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의 주요 상품과 수익모델인 대출상품 시장 주도권이 핀테크 업체들에게 넘어갈 경우 은행은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게 된다. 즉, 플랫폼의 역할은 핀테크에게 뺏기고 상품만 제공하는 역할만 하게 된다.

여기에 주거래 고객을 빼앗길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금융권은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의 비교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 만약 서비스 할 경우, 주거래 고객이 더 나은 금리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예대금리는 은행의 주요 수익모델이라는 점에서 핀테크 업체들이 본격 진출할 경우 은행의 수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대환대출 플랫폼은 주요 수익모델과 나아가 존폐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소비자의 금리부담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금융 당국과 정치권에서 이런 상황에 공감,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 또한 지난해부터 참여의사를 계속해서 밝혀왔다. 사실상 금융권의 협조만 있으면 해결된다.

금융권은 여전히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꺼려하고 있다. 수수료 문제와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 갈수록 핀테크 업계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은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에 앞서 금융권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업권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권이 우려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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