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이 소속돼 있는 IT 노조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에 맞서 국회로 향했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있는 시점에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과거의 ‘과로 시대’로의 역행을 이끌까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세윤 전국화섬식품노조 IT 위원장(네이버 지회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최근 재계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정부부처가 노동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며 “정부가재계 일부의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업계 노동자 의견도 청취해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서 오세윤 전국화섬식품노조 IT 위원장이 증언하고 있다.

IT 위원회 측은 이날 토론에서 IT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 환경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설문은 IT 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8일부터 실시됐으며, 응답에는 12일 기준 1834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IT 회사가 몰려 있는 경기도 성남 지역 IT 기업의 60% 이상이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96.4%가 IT 및 사무연구직의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의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 계약 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임금제를 말한다. 위원회 측은 포괄임금제가 보편화된 상황에서는 IT 노동자들이 정확한 노동 시간 측정을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IT 위원회 측은▲포괄임금제 폐지 ▲근로자 대표 제도 구체화 ▲노동시간 정책 추진 반대를 주장했다. 이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로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을 꼽았다. 포괄임금제는 초과 수당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장시간 근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세윤 지회장은 “IT 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이는 충분한 휴식과 안정성에서 나온다”며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같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일하는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 조사 결과 응답자의 96.4%가 IT 및 사무 연구직의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 (자료제공: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


이 외에 근로자가 참여해 근무제를 조율할 수 있도록 법에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IT 기업에서 이와 관련한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혹은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현재 노동관계법이나 여러 법령에서 회사의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근무제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근로자 대표에게 합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면서도 “근로자 대표 선출에 대해서는 자세히 규정된 것이 없어 노동자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설문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응답자의 56.3%가 해당 제도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92.1%가 ‘회사가 노동자에 불이익을 강요할 때 근로자 대표가 단호히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근무제가 변경되는 일들이 잦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무제 변경에 노동자들이 의견을 내기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근로자 대표 제도 인식 여부, 노동시간 제도 변화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 (자료제공: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

최근 정부가 발표한 1주 최대 근로 시간 제한을 1개월로 확대해 몰아서 일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63%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반대한다’고 답했고, 30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에는 94.6%가 반대했다.

현재 정부는 법정 최대 근로시간 (1주 52시간)의 제한을 풀고, 1달의 초과 근로시간을 1주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1주 최대 92시간까지도 근무가 가능하다.

아울러 응답자의 97.2%가  현행 52시간 근로시간 제도에 대해 ‘더 줄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 위원장은 “제도가 원래 목적에 맞게 동작할 수 있게 ‘직접/비밀투표를 통한 대표 선출’, ‘노사 합의 내역과 과정의 공개’ 등의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대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본인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선택하는 ‘유연 근무제’는 이미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문제는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이를 선택하지 못하고 타의로 장시간 노동을 몰아서 하는 것”이라며 “고용자들의 말만 듣는다면, 노동자들은 보호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화섬식품노조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웹젠 등 80여 개 법인 1만 2천여명의 조합원을 IT 위원회로 품고 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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