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손잡고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 팔을 걷어 붙인다.

스위스 반도체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마이크로)와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 GF)가 프랑스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프랑스 대통령실이 11일(현지시각)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 공식 관저인 엘리제궁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공장에 투자하는 57억유로에는 프랑스 정부에서 제공한 보조금도 포함됐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ST마이크로와 글로벌파운드리스도 지분과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들이 반도체 부문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반도체칩규정(Chips Act)’을 제안하겠다고 올해 2월 밝혔는데, 이번 투자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2020년 말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그 여파로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현상이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부문의 경우에는, 각 기업이 수요 예측까지 실패하면서 심각한 수준의 수급난이 일어났다.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의 필요성을 체감한 미국과 유럽 등 국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시작했다. 그간 반도체 생산은 TSMC, 삼성전자 등 기업이 위치한 아시아 지역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서구권에 분산시켜 자국 내 공급망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인텔이 작년 3월에 발표한 IDM 2.0 전략도 이 계획의 연장선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미국보다 유럽에 증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 국가 사이에서는 반도체 관련 보조금을 확대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관련 지원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반면, 미국의 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CHIPS)은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채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상⋅하원에서 처리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법안 부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대립이 심각해 실제 적용하는 데까지 난항을 겪는 중”이라며 “8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사항이 나와야 되는데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안이 폐기되면 미국 투자를 계획했던 삼성전자, TSMC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인 인텔까지 투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관련 반도체 기업은 미국 정부에 입을 모아 “보조금 없이 대규모 생산라인 건설을 진행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만큼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에는 해당 국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보다 유럽 내 생산라인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단행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을 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무작정 늘리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관련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면 추후 반도체 과잉 공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기세, 용수 사용비, 공장 부지비용 등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반도체 공장이 높은 가동률을 보이면 손실이 일어나지 않지만, 특정 수준 이하로 가동률이 하락하면 공장 증설이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시기와 달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라인 증설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 감소로 인해 주요 반도체 기업은 생산라인 관련 투자 규모를 줄이는 등 계획을 변동하려는 모습을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감소다.

가트너 등 시장조사업체는 “PC,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구매자가 줄어들면서, 이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생산라인 증설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재고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과잉 공급’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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