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포스트 모빌리티, ‘공간 혁명’을 이해하려면
언제쯤 하늘을 나는 탈 것,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상용화될 수 있을까? 공식적으로 프랑스는 2024년 올림픽에 맞춰 UAM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도 2025년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에서 최초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명 ‘K-UAM’로드맵을 발표했다. 자동차나 항공전자 회사는 물론이고 이동통신사나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대거 이 로드맵에 뛰어들었다.
뜻대로라면 2025년에는 조종사가 동승한 UAM이 우리가 살고 있는 머리 위를 난다. 인천공항에서 여의도까지, 40km를 날아가는 데 드는 비용은 16만원. 비싸 보이는데, 같은 구간 카카오택시 블랙 예약을 눌러보니 정확히 같은 금액이 나온다. 2035년에 자율주행 UAM이 상용화된다면? 예상 탑승액은 3만원이다.
정말 택시나 버스 대신 UAM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날이 10년 안팎으로 열리게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현재 UAM 기술이 얼마만큼 도달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또, UAM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술 개념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있는지, 현실적 한계는 무엇인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내용을 실증 자료를 빼곡히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낸 신간 ‘포스트 모빌리티’다. 47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 안에 UAM을 넘어서는 첨단항공모빌리티를 비롯해 모빌리티 허브, 스마트시티, 자율주행레벨3, 패신저 이코노미, 로보택시, 전기차와 배터리 스왑 시스템, 하이퍼튜브 등 지금 언급할 수 있는 모든 혁신 모빌리티를 망라했다.
이 책의 강점은 모빌리티와 관련한 대부분의 키워드를 가지고, 해당영역에서 주요 기업과 각국 정부, 또는 연구기관이 어떠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그 현황을 모두 짚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UAM을 예로 들어보자. 국내에서도 UAM에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과 한화시스템,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SK텔레콤의 자회사) 등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들 기업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지 사례가 잘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여러 언론매체의 기사를 종합하는 수고를 들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모빌리티 전문가인 저자가 현재 상황에서 국내 UAM 도입의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짚는 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체 부족이다. 이 책에 따르면(87p) “대부분 지자체들이 도심항공모빌리티 기획을 완료한 상태에서 근 시일 내 국산 기체의 사용은 불가능하며, 해외 기업들의 기체를 수입해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상용화를 위해선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 감항성(항공기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갖춰야 할 능력) 인증을 받아야 하고, 유럽연합과 미국이 인증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감안할 때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도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UAM 관련 법인인 ‘슈퍼널’을 미국에서 설립했는데, 그래야 인증과 생산, 미국 수출이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기체 부족 외에도 문제는 더 있다. 실제로 UAM이 한국에서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이 책에서는 “항공산업의 밸류체인을 분석해보면 운항 부문의 매출이 큰 반면 이윤은 극히 적어 운항만을 위해 도심항공모빌리티 기체를 가지고 들어온다는 것은 국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덧붙여 “한국 시장은 고속철도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도심항공모빌리티도 이러한 기존의 교통수단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짚고 있다.
그렇다고 UAM의 도입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고있지만은 않다. UAM의 단점인 경제성이나 실용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의 기업 릴리엄이 UAM 대신 지역항공모빌리티(RAM)에 집중, 도시와 외곽지역을 연결해 도시 교통 부담을 덜어주는 지역항공 네트워크 구축을 한 사례를 소개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경우에도 RAM에 대한 연구를 추진 중인데, 미국 에서 공공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항 5050개 중 0.6%인 30개가 국내선의 70%를 담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했다. 차두원 소장은 책에서 “기술발전으로 소형 항공기가 더욱 친환경적이 되고 비용도 저렴해지면, 80km에서 800km 거리로 차량이동을 해야 하는 지역공항을 지역항공모빌리티의 거점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라고 NASA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책은 모빌리티에 닿아있는 수많은 키워드들을 UAM의 사례와 같이 정리하고 분석했다. 가깝게는 주차의 변화에서부터, 멀리는 이제 막 국내에서도 연구를 시작한 하이퍼 튜브까지 고루 다룬다. 모빌리티가 바꾸고 있는, 또는 바꿀 미래의 삶의 공간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한 이들에게 책을 추천한다.
‘포스트모빌리티’, 차두원-이슬아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022년 6월 30일 발간.
p.s. 책의 말미에 보너스로 저서에 언급된 주요 기업의 랜드스케이프가 정리되어 있다. 내가 아는 기업, 모르는 기업, 또는 어? 저런 일도 하네? 하는 기업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