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업체 그래프코어, ETRI와 AI 컴퓨터 만든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방문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음을 실감한다.”

페브리스 모이잔 그래프코어 수석부사장이 7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코엑스호텔에서 연 사업 성과 공유 간담회 현장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언급했다. 그래프코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이 또한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그래프코어 측은 ETRI와  AI 컴퓨터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두 곳이 손잡고 2025년까지 AI를 위한 고효율⋅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컴퓨팅 리소스 관리 부담을 줄이고, 개발자의 개발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프코어는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반도체 설계업체다. AI최적화 반도체인 지능처리장치(Intelligent Processing Unit, IPU)를 개발한다.

IPU는 AI처리 부문에 최적화돼 있으며, 특정 부문에서는 GPU를 적용했을 때보다 높은 성능을 나타낸다. 그래프코어에 따르면 AI 성능 벤치마크인 MLPerf 결과를 비교했을 때, 특정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GPU에 비해 그래프코어 IPU가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TRI는 연구개발 라이선스 수입 기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연구기관으로, AI반도체 관련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당 약 5000조번 연산을 할 수 있는 대규모 AI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양 측의 협업에서 ETRI는 성능, 효율성, 편의성, 독립성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또한, 그래프코어는 기술 검증과 향후 기술 상용화를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ETRI를 지원할 계획이다. 파트너십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페브리스 모이잔 그래프코어 글로벌 세일즈 수석 부사장은 “그래프코어는 대규모 병렬 컴퓨팅 처리를 하는 기술을 개발해 온 기업으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ETRI와 함께 AI 컴퓨팅 시스템 부문의 기술적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그래프코어와 ETRI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의 요구사항을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우 그래프코어 한국 지사장

그래프코어는 한국 정부의 현 AI관련 정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표했다. 강민우 그래프코어 한국지사장은 “국내 기업과 기관이 모두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도 포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지난 6월 말 AI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5년 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대기업을 포함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AI반도체 기업이 레퍼런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토종 NPU를 사용한 테스트베드, 이른바 ‘NPU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책은 세계 AI반도체 기업보다는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과 비교했을 때 영국 기업인 그래프코어가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우리 정부의 지원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래프코어가 국내 시장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더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 왔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역량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지사장은 “세계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처리하기 위한 AI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그래프코어가 유일하다”면서 “국내에도 많은 AI반도체 스타트업이 있지만, 그래프코어는 그들보다 더 오랜 기간 고객사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고리즘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필 브라운(Phil Brown) 그래프코어 대형 시스템 개발 기획 부사장은 “AI반도체 기업 관점에서 한국 시장은 현재 유럽 시장을 넘어서는 정도의 기여도와 중요도를 가지고 있다”며 “중요한 시장인 만큼 ETRI, 고객사와의 협업 체제를 단단히 다져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그래프코어는 올해에 최신 IPU 프로세서 보우(Bow)와 AI 컴퓨터 시스템 라인업인 보우팟(Bow Pod)를 출시했다. 더불어 인간의 두뇌 수준을 넘는 초지능AI 컴퓨터 ‘굿 컴퓨터(Good Computer)’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래프코어는 지속해서 대규모 시스템을 처리할 수 있는 AI반도체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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