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만해. 먹여주니?’ , 이제 게임이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년여간의 팬데믹을 지나오며 게임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쓰는 게임)에서 P2E(Play to earn, 버는 게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가 움직이는 지금, 게임의 위상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의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디 개발사 환경상 외부 홍보가 중요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인디게임 행사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인데요.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 인디 개발사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엔데믹(풍토화) 바라보는 지금, 빛을 보려는 인디게임을 들여다봤습니다. 인디게임 리뷰로, 또는 개발자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시작은 롤플레잉에 대한 의문이었다. ‘RPG는 전투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짜 롤플레잉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6인으로 이루어진 인디 개발사 제정신 스튜디오는 2020년 가볍게 만들었던 스토리 게임 ‘메트로 블로썸’으로 전 세계를 여행 중이다. 지난 4월 마지막 업데이트를 마친 게임은, 현재 글로벌 출시를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 게임쇼에 나설 예정이다.

2021 BIC에 참가한 제정신스튜디오 정재현 대표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계기로 만든 그들의 게임 ‘메트로 블로썸’은 지난해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베스트 네러티브 후보 부문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게임 대상 인디게임 후보, 구글 인디 페스티벌 TOP 10에 선정되면서 게임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터뷰에 나선 정재현 제정신 스튜디오 대표는 “이제부터 나아갈 차례”라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회사의 규모를 더욱 키우려고 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콘텐츠 회사’, 그는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에 숨을 불어놓고 영원히 살게 하고 싶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정신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바일 텍스트 RPG ‘메트로 블로썸’을 개발했고,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지향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스토리 작가인 대학원 동기와 팀을 꾸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저와 스토리 작가를 포함해 개발자 2명, 일러스트레이터, UI 디자이너 총 6명의 인원과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정신 스튜디오를 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정신 스튜디오’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개발팀이에요. 저랑 스토리 작가님이 공상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런 세계가 있으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지새울 때도 있어요. 근데 이 아이디어를 머릿속에만 갖고 있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이를 어떻게 스토리로 풀어낼까 고민하다 우리가 잘하는 ‘게임’으로 이를 표현해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렇게 멤버들을 모아서 제정신 스튜디오라는 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메트로 블로썸의 탄생 과정은 어땠나요

어느 날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노선도를 보다가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어요. 노선도를 보면 어느 방면에서는 노선이 갈라지기도 하고, 펴지기도 하거든요? 이런 것 자체가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하철이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점점 세계관을 넓혀갔죠.

이렇게 게임의 큰 틀을 잡으면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을 잡습니다. 사람들이 왜 지하에 있을까? 지상이 위험해서 지하에 있겠지. 그럼 지상이 왜 위험할까? 지상에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아서 지하로 대피를 온 것이겠지. 그러면 사람들은 무엇이 무서워서 지하에 숨은 거지? 이런 식으로 스토리에 의문과 이유를 찾으면서 세계관을 구축해나가는 거죠.

‘메트로 블로썸’의 초기 구상단계


너무 재밌는데요?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좀 더 얘기하자면, 제가 좀비물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을 ‘좀비’로 설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일반적으로 좀비는 어두운 곳에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기존의 설정과는 반대로 밝은 것을 좋아하는 좀비로 결정했죠. ‘메트로 블로썸’의 세계관에서 좀비는 지상에 있어야 했고, 인간이 지하에 있는 거였으니까요.

그럼 이 좀비들은 왜 밝은 지상에 있는가? 햇빛을 받는 식물과 연관을 시켜보자.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식물도 다양한 종류와 이름이 있는 것처럼 좀비들마다 다양한 컨셉과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이렇게 스토리가 나오고 나면, 스토리에 맞게 게임 요소를 만들고요.

하나의 영화 같네요. 첫 게임이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나요?

사실 메트로 블로썸은 작품성으로는 인정받았지만, 상업적으로 잘 된 것은 아니에요. 구글인디페스티벌에서도 그렇고 BIC 등의 게임쇼에서 노미네이트 되고 하면서 작품성으로서는 인정받긴 했지만, 이게 반드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죠. 소수지만 저희를 지지해주는 마이너 층이 생겼다는 것, 지지해주는 팬 분들이 생겼다는 점에선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만든 건 확실하죠.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져 버렸네요

예기치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됐죠. 1년 정도의 개발 끝에, 2020년에 텀블벅에서 첫 펀딩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점점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보면 길에서 혼자 춤추고 있었는데, 박수를 치는 사람이 한두 명 생겨나기 시작한 거죠. 펀딩받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게임의 마지막 업데이트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꾸준하게 게임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던 이유가 있나요?

이게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저희가 처음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개발 범위랑 일정을 잘못 잡은 거예요. 펀딩을 하게 되면 출시 일정을 먼저 발표하게 되는데, 출시하기로 약속한 날짜가 생각보다 빡빡한 거죠. 그래서 두 번 정도 연기를 했어요. 근데 두 번 연기했는데도 약속 날짜를 지키기 어려울 것 같은 거예요. 그렇다고 더 미룰 수는 없고, 그래서 일단 스토리 일부만 먼저 출시 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엔딩∙시스템들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는 작업을 계속한 거죠. 사실 이런 개념은 모바일 게임에는 없는 개념이긴 한데… 얼리엑세스를 1년간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4월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끝났으니까, 그럼 이게 최종이네요?

네, 최종 엔딩이랑 저희가 원하는 어느 정도의 시스템은 갖췄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 4월 무료로 게임을 출시했고요. 그렇다고 업데이트를 중단한 것은 아니고 밸런스나 버그 같은 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수정해나가고 있어요.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요

저희가 그런 피드백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모바일 게임인데 모바일로 할 만큼 가볍지 않다, 왜 콘솔로 내지 않았느냐 같은 수익성 차원에서 아쉽다는 평을 받긴 했어요. 당연히 수익은 고려해야 하는 건 맞는데, 메트로 블로썸은 성과를 기대하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어요. 근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거죠.

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수익성까지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으니까… 한국 모바일 게임 특성상 유료 모바일 게임은 선호되지 않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추후 만들 게임은 PC∙콘솔 게임으로 설정하고 있어요. PC∙콘솔 게임은 모바일 게임과는 달리 게임성이 좋으면 매출로 연결되기도 하거든요. 차기작은 아마도 이런 방향으로 흐를 것 같아요.

음 차기작은 어떤 모습일까요?

‘바이오 펑크’라고 잘못된 유전자 편집으로 인해 재앙이 오는 세계관을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직은 구상단계에 있어서 재밌을지는 모르겠네요. 이 게임은 아마 PC 게임으로 만들어질 것 같고, 텍스트를 좀 줄이고 이미지를 더 활용한 스토리 게임이 될 것 같아요.


회사에 관해 이야기도 해봅시다. 회사 설립 이후 쭉 재택근무를 하고 계신다면서요?

네. 아시겠지만 재택근무가 장단점이 있어요. 저도 다른 게임사에 있어 보면서 느꼈지만, 무조건 같이 붙어 있는다고 좋은 퀄리티가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상황이든 합리적인 방식으로 근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제는 대표의 입장에서 제가 구성원들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또 다르더라고요. 대표로서 구성원들에게 해야 할 것을 정리해서 알려주곤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때가 가끔 있어요. 그렇지만 이건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리를 잘하지 못해서 소통이 안 된 것일 테니까요. 이런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는 많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소통과 관련해서 크게 문제 된 것은 없었어요.

다른 개발사들 보면 사무실에 함께 모여서 밤도 새고 하시지만, 저희는 아직 오프라인 근무의 경험이 없어서 온라인에서의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어요.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오프라인 출근도 생각해야겠죠.

구성원분들도 다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게임을 아예 안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난 스토리 게임이 좋아’라고 해서 모였기보다는 ‘메트로 블로썸’이라는 게임 콘셉트가 재밌어서 모인 것이죠.

나올 차기작들이 구성원들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어떡해요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구성원을 떠나보내는 마음 아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런 상황은 업계에서는 흔하니까요.

요즘 전반적으로 개발자 연봉이 장난 아니잖아요

아직은 저희가 법인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과 관련해서 막연한 걱정은 없어요. 나중에라도 법인이 생기고 직원도 직접 고용할 때가 되면 걱정이 크겠죠. 임금 시스템도 월급제 시스템이 아니라, 수익을 각자 기여도에 따라서 배분하는 형태입니다. 현재 게임에 대한 투자도 받고 좀 더 체계적으로 개발에 임할 수 있도록 회사를 키우려고 합니다.

텀블벅 모금도 했던데, 제작비 마련을 위한 이유겠죠?

제작비 마련도 모금의 큰 이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수요를 보고 싶었어요. 다른 인디게임사들은 아마 게임 홍보의 목적이 클 건데, 저는 사람들의 확신이 필요해서 텀블벅 모금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텀블벅을 통해 확신을 많이 얻기도 했고요.

아울러 큰 개발사들은 돈 들여서 출시 전후로 게임 모니터링하는데 저희 같은 작은 개발사는 그게 힘드니까요. 펀딩을 하게 되면 게임에 대한 평가와 반응을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응원도 많이 주셔서 힘을 많이 얻죠. 우리를 지지하는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스토리게임의 매력도 그런 것으로 생각하세요?

팬층을 모으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스토리 게임의 매력은 ‘고생’인 것 같아요. 이용자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고생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예를 들어 ‘메트로 블로썸’ 내에서도 강아지 ‘메리’를 구하기 위해서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별별 고생을 다 하거든요. 그뿐만 아니라 누구와 사랑한다든지, 추리를 한다든지 등 스토리 게임 내의 결과는 이용자들의 선택과 노력으로 의미가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역경을 헤쳐 나가 뭔가를 이룬다는 게 스토리게임의 큰 매력 포인트죠.

한국에서 스토리 게임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모바일에서는 쉽지 않아요. 근데 요즘 콘솔 게임이 떠오르는 추세잖아요. 콘솔 게임은 엔딩이 있는 스토리 게임이 주류인데, 완전 주류까지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콘솔 게임이 커지면서 스토리 게임도 같이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정신 스튜디오는 어떤 상태?

저희는 변화의 기점에 서 있어요. 지금까지는 사이드 프로젝트였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때거든요. 가볍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기점에 이르렀어요. 이와 관련해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죠. 그래서 업계에서 꽤 오랫동안 개발 해오신 분들에게 조언도 얻기도 하고, 차기작에 대해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여태껏 우리는 그냥 하고 싶은 게임, 좋아하는 게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 왔는데, 이제는 사업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하려는 단계입니다.

제정신 스튜디오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여러 지식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 회사로 거듭나고 싶어요. 저는 영원히 사는 세계관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재밌게 이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현재 메트로 블로썸의 웹툰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죠.  그렇게 우리의 세계관을 여러 가지 형식으로 넓혀가고 싶어요.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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