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인디게임] 서울 한복판, 머리에 꽃 핀 좀비 피하기

게임 그만해. 먹여주니?’ , 이제 게임이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년여간의 팬데믹을 지나오며 게임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쓰는 게임)에서 P2E(Play to earn, 버는 게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가 움직이는 지금, 게임의 위상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의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디 개발사 환경상 외부 홍보가 중요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인디게임 행사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인데요.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 인디 개발사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엔데믹(풍토화) 바라보는 지금, 빛을 보려는 인디게임을 들여다봤습니다. 인디게임 리뷰로, 또는 개발자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온갖 보라색 미세먼지로 서울 전체가 엉망이 되었다. 미세먼지를 마신 사람들은 모두 두개골이 갈라져 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꽃 같다 하여 그들을 ‘시체꽃’이라 부른다. 바깥 세상과 떨어져 살고 있던 주인공 ‘진’은 평소와도 똑같은 불행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들리는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친척 할머니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지만 이는 불행의 시초였다. 할머니의 얼굴 위로 누런 진물이 떨어진다. 곧바로 벗겨진 할머니의 모자 속. 시뻘건 머리 껍질에 자색 먼지가 가득 달라붙었다. 할머니의 팔이 순식간에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주인공의 유일한 가족인 강아지 ‘메리’가 크게 짖으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렇게 사라진 메리. 메리 뒤만 보고 쫒아나선 ‘진’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메리에 대한 걱정에 눈 앞이 핑 돈다. 몽롱한 시체꽃이 널부러진 큰 길, 이제는 돌아갈 수 없다. 유일한 가족이자 삶의 희망 ‘메리’를 찾기 전까지. 살아남는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진’은 그저 잃어버린 ‘메리’를 찾고 싶다.

출처: 제정신 스튜디오

메트로 블로썸
제정신 스튜디오 개발
2021.02.01 출시 /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메트로 블로썸은 인디 개발사 ‘제정신 스튜디오’가 만든 모바일 텍스트 RPG다. 게임은 지난해 구글 인디 페스티벌 TOP 10에 선정됐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디 부문과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베스트 네러티브 후보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메트로 블로썸(Metro(지하철)+Blossom(꽃))’,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게임은 ▲서울 지하철역을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 ▲’꽃’을 모티브로 그려진 좀비가 가장 큰 특징이다. 이용자는 지하철 선로를 따라 진행되는 스토리 속에서 시체꽃 좀비들과 대항하며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어디로 환승을 할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선택의 결과가 성공적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를 주어진다.

게임은 단순 비주얼 노벨적인 게임에서 벗어나, 주사위를 굴려 선택지의 결과를 결정하도록 한다. 선택의 결과는 각각 선택한 주인공의 여러가지 능력에 의해 결정되며, 능력에 맞는 주사위를 굴려 선택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능력은 주사위를 굴릴 수록 성장하며, 다양한 도구를 통해서도 선택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RPG’ 특성에 맞게 본격적인 게임 시작 전, 각각 능력치에 맞는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

시체꽃 세상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지하철 역에 몰렸다. 광합성을 하는 시체꽃이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섯가지의 능력이 필요하다. 근력, 재주, 사기, 교감, 논리, 의지다.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생존 방식이 결정된다.

예컨대, 사기를 쳐서 역무원을 속일 수도 있으며 교감을 통해 사람들과 협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능력을 처음부터 골고루 갖추기엔 어려운 부분이다. 게임은 ‘RPG’ 특성에 맞게 성장 시스템을 통해 능력을 배워가고, 선택의 확률을 높이는데에 주력한다. 선택은 6가지의 능력과 20면체 주사위로 전개된다. 징그럽게 생긴 시체꽃으로부터 도망가는 것, 맞서는 것 모두 가지고 있는 능력과 주사위의 성공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

시체꽃과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마주친 시체꽃이 ‘어떤’ 종류의 좀비인지 자각하는 것이다. 메트로 블로썸엔 많은 좀비들이 등장한다. 라플레시아 좀비는 흡혈 파리를 몰고 다니며, 나팔꽃 좀비는 아침형 좀비로 디버프 면역이 높다. 그에 반면 노랑원추리 좀비는 밤에 활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 좀비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좀비에 맞선 전투 기술 또한 다양하다. 전투 기술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서도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전투는 덱빌딩 카드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트로 블로썸의 좀비, 시체꽃 (출처: 제정신 스튜디오)

어제는 행복했던 공간이, 오늘은 지옥이 됐다. 어떤 호선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안전할지, 어떤 역에서 싸움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서울 지하철 역 1,2,5 호선을 주 무대로 하는 메트로 블로썸은 실제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가상의 불행 공간으로 만들면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는 스토리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적절한 음악과 일러스트 또한 게임의 집중력을 높였다.

한편 개발사 제정신 스튜디오는 메트로 블로썸의 업데이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말에는 본래 유료였던 게임을 무료로 재출시 했으며 ▲최종 엔딩 루트 추가 ▲히든 엔딩 추가 ▲서브 스토리 4종 추가 ▲주사위 컨트롤 추가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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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서두 부분에 영어 표기에 오류가 있습니다.

    P2W = Pay to Win

    P2E = Play to Earn
    인데

    둘 다 Play to Win 으로 표기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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