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야자수 태워 전극 만드는 코스모스랩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배터리, 하면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전기차가 화석원료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동차에 비해 친환경적인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배터리 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 필수적이고 전기차가 이산화탄소 절감 등 기후변화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배터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친환경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배터리 원료가 되는 광물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수 배출되는 데다가, 배터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친환경 부문에 사용되는 만큼, 코스모스랩은 공정 과정도 친환경적으로 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코스모스랩은 광물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배터리 전극을 만들었다. 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터리를 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법

이주혁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화학연구원, 카이스트 박사 과정 등을 거치면서 10년 이상 에너지 관련 연구 외길인생을 걸어 왔다.

그 가운데 이 대표는 과거부터 창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속해서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이후 친환경 배터리 개발사업을 가지고 창업대회에 출전해 최우승을 하게 됐고,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코스모스랩을 창업하게 됐다. 2021년 6월에는 팁스(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에도 선정됐다.

코스모스랩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야자수 껍질을 태워 만든 활성탄으로 전극을 만든다는 점이다.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전극을 만들기 위해 활성탄을 사용하는 것인데, 자연에서 유래한 소재로 전극을 만들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활성탄을 사용하니 별도의 활물질을 코팅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배터리 기업은 전극판에 활물질을 코팅하기 위해 용매를 사용한 ‘습식 공정’ 과정을 거쳤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용매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스모스랩은 건식 공정을 도입해 전극을 만들고 있다. 건식 공정을 적용하면 별도의 유해 용매를 사용한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더 친환경적이다.

물론 코스모스랩이 배터리 전극에 광물을 일절 탑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연을 배터리 전극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배터리 기업에 비해 광물 사용량이 적다는 것이 이주혁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탑재하는 광물의 종류를 축소했기 때문에, 광물 채취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타이틀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부 친환경을 강조하는 배터리 기업 중에서는 ‘친환경적인 배터리는 다소 성능이 낮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주체는 고객인데, 고객은 친환경적인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도 높고 발화 위험성도 낮은 배터리를 원한다.”

이주혁 대표는 친환경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배터리 기업이 모두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단순히 ‘친환경적인 배터리’라는 타이틀만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에너지 용량을 늘리기 위해 커패시터 기술을 배터리 팩에 탑재했다. 커패시터란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를 말한다. 배터리 팩에 커패시터 기술도 함께  적용하면서 배터리 에너지 용량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액을 사용해 폭발 위험성을 줄였다. 이주혁 대표에 따르면, 기존 리튬계 이온 배터리에 발화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유기계 전해액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배터리 폭발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전해액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물을 기반으로 사용하면 기존에 사용되던 배터리 발화 요소가 제거돼 폭발 위험성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을 비롯한 솔루션을 탑재하는데, 부가적인 부품을 탑재하면서 배터리 단가가 높아진다”며 “하지만 물 기반의 배터리에는 부가적인 부품을 탑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격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주혁 대표는 “배터리는 굳이 멋진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전력을 안전하게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으면 된다”며 “코스모스랩도 배터리의 정의를 생각하며 제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유치 플랫폼 산업은행 넥스트라운드에서 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자료: 코스모스랩)

“ESS 넘어 전기차 시장 공략할 것”

현재 코스모스랩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사업분야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부문이다. ESS에 탑재한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하면서 ESS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대중에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인 배터리가 가장 많이 당장 필요한 부문이 ESS 부문이다.

이주혁 대표는 “ESS 자체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코스모스랩의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한 배터리가 적용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코스모스랩은 일본과 호주 ESS 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 아직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원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해외 신재생에너지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는 점에서 추후 코스모스랩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ESS 시장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해당 국가 정부는 ESS 관련 보조금도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도 리튬이온 배터리 외의 차세대 배터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코스모스랩에게는 기회가 많은 셈이다. 이주혁 대표는 “ESS 시장 성장세가 뚜렷한 미국, 캐나다, 호주를 주요 타깃 국가로 삼을 예정”이라며 “2022년 내에 실리콘밸리 법인 지점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코스모스랩은 전기차 시장에도 배터리 셀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반적인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 확대를 통해 약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이 코스모스랩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당장은 기술 내재화와 특허 등록에 주력할 예정이다. 추후 IPO 시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해 수월하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함이다. 이주혁 대표는 “주요 완성차 업체 등 고객사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한 엑싯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2025년에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스모스랩은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코스모스랩은 5명의 초기 인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10~15명의 핵심 인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이주혁 대표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과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제공하거나 스톡옵션 발행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하는 중”이라며 “배터리 산업에 관심이 있고 이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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