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네패스가 세계 패키징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산업도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서는 2022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1321억달러(약 169조7000억원)를 기록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작년보다 20%가량 성장할 거라 예측한 겁니다.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게 되면 생산 이후 만들어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처리를 하는 후공정 시장도 성장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 회로를 보호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끔 포장하는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로가 다 그려진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패키징하는 것이 원가 절감과 성능 보존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국내 후공정 처리업체 네패스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 같은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네패스는 1990년 크린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으로 설립이 됐고, 이후 클린룸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이후 1996년 네패스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사업을 키워 나갔고, 오창, 청안 등지에 생산라인을 증설했습니다. 싱가포르, 독일,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했고요. 지금은 15개의 종속회사를 가지고 있으며, 매출 등 실적도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습니다.

[기업분석]에서 네패스가 패키징 부문에서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도 짚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첨단 패키징만 해”

네패스는 반도체 후공정 처리업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업체가 웨이퍼를 제공하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패키징하는 것이죠. 전자재료나 반도체⋅LCD 등 소재사업, 이차전지 부문에서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반도체 패키징 사업 규모가 다른 사업부문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패키징 부문에서만 전체 매출의 약 70~80% 가량 나고 있을 정도입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네패스는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레거시 방식의 패키징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간 패키징 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칩 모양에 맞춰 자른 후, 기판 위에 자른 칩을 올려 구리선으로 연결부를 연결한 후 수지를 올려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반도체는 많은 구리선을 밖으로 빼고 있는, 일명 ‘지네발’ 형태의 모양을 갖추게 됩니다.

하나의 칩 가장자리에 지네발 형태의 구리선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네패스는 바로 웨이퍼 단계에서 진행하는 WLP(Wafer-Level-Packaging) 패키징 기술을 제공합니다. 기판과 구리선 없이 칩 바로 아래 얇은 금속막을 입힌 뒤 레이저로 회로도를 인쇄하고, 미세한 금속 돌기를 사용해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기판과 수많은 구리선이 빠지니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복잡한 구리선이 사라지니 발열도 줄어들었고요.

아직까지 낮은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 때에는 레거시 방식의 패키징 기술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WLP 기술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성능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하고 복잡하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발열을 최소화하고 전파 간섭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WLP 패키징 방식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WLP 패키징 중에서도 현재 네패스는 팬아웃 WLP(Fan-Out WLP, FOWLP)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FOWLP는 WLP 패키징 방식의 일종으로, 별도의 기판과 구리선 없이 웨이퍼 단계에서 패키징을 진행합니다. 다만 패키징에 앞서 웨이퍼 상에 만들어진 칩을 모양대로 자르는 다이싱(Dicing) 과정이 있죠. 이후 자른 칩을 다시 원형 패널에 맞춰 배치한 후, 패키징을 이어 합니다.

FOWLP 기술을 사용하면 이종 반도체 간 패키징 과정이 단순해집니다. 웨이퍼 상태의 칩을 필요에 맞게 배치한 후 묶음으로 패키징을 하게 되면, 별도의 연결 장치 없이도 칩셋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종류의 칩렛(Chiplet, 프로세서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을 필요에 맞게 조합하는 시스템 온 패키지(SoP, System on Package)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FOWLP 기술을 통해 SoP 생산 또한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FOWLP 기술은 아무나 구현할 수 없습니다. 자른 웨이퍼 상태의 칩을 배치할 때 정밀하게 배치해야 하고, 이 배치한 칩이 공정 작업 중에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팬아웃 이후 진행하는 패키징 공정에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FOWLP 패키징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도 몇 안되고요.

네패스는 FOWLP에서 가능성을 보고,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초에는 FOPLP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FOPLP는 FOWLP와 동일하게 웨이퍼를 자르고 패널 위에 다시 배치한 후 패키징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만, 원형 패널에서 진행하는 WLP 공정과 달리 사각형의 패널을 기반으로 합니다. 칩 모양이 사각형이다 보니 원형 패널 위에 배치할 때보다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FOPLP 패키징은 네패스 종속회사 중 하나인 네패스라웨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네패스는 WLP 기술, 그 중에서도 팬아웃 WLP 부문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한 네패스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와 기술 가능성을 보고 팬아웃 패키징 부문에 선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며 “기술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년 뒤 매출 1조원 기록할까

아직 팬아웃 WLP 시장이 대세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팬아웃 패키징 자체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데다가, 초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많은 패키징 업체가 웨이퍼를 자르지 않고 패키징을 진행하는 팬인(Pan-in) 공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팬아웃 패키징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우선 올 1분기 매출을 살펴볼까요. 네패스는 2022년 1분기 매출 106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매출 753억2300만원을 기록했는데요, 올해 41%가량 성장한 것입니다.

영업이익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긴 했습니다. 2022년 1분기 네패스는 10억7000만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분기에 1억680만원의 이익을 냈던 것을 보면 적자전환을 한 것이죠. 하지만 네패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 패키징 사업과 이차전지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생긴 적자이기 때문입니다.

지속해서 설비 투자도 단행하고 있습니다. 네패스는 지난 해 12월 31일만 해도 603억8200만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그 자산이 올해 3월 31일 기준 374억4100만원까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적자를 내면서까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은 추후 시장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생산라인을 정비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네패스의 전략입니다. 앞서 언급한 네패스 관계자는 “자본적 지출(CAPEX)가  나타난 이유는 설비 투자를 사업 전반에 단행했기 때문인데, 특히 반도체 쪽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전자재료, 이차전지 등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지만, 그간 네패스가 영위하고 있던 사업이 반도체 쪽에서 크다 보니 반도체 부문 투자 규모가 가장 컸다”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해당 관계자는 “패키징 시장 성장세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네패스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네패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후공정 처리와 패키징, 그 중에서도 팬아웃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2025년에는 연결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계속해서 지켜봐야 합니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거시경제(매크로) 리스크 영향을 받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국내 정부와 부처에서도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네패스의 성장도 기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21일 네패스는 미국반도체혁신연합(ASIC)에 가입했는데요, 당시 김태훈 네패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미국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협력체 ASIC을 통해 글로벌 회원사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위상을 높이고, 첨단 패키징 산업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전했죠. 한국을 넘어 글로벌에서 네패스가 패키징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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