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스로 물류업체가 되어버린 온라인 유통공룡 ‘쿠팡’
  2. 전문 물류업체와의 동맹으로 거대한 물류망을 확보한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
  3. 전국 각지에 매장이라는 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이마트’
  4. 수십년 동안 물류를 담당해왔고, 이제는 풀필먼트 업체로 거듭나는 ‘CJ대한통운’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상품 구매 후기를 보다보면 “배송이 빨랐어요”라면서 별 5개를 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상품 자체의 만족만큼이나 배송의 만족도가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유통산업의 경쟁지점은 ‘물류’다. 그 중에서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가 핵심이다. 원하는 상품을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느냐는 고객경험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위에서 언급한 4개 회사는 현재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대전을 벌이고 있는 중심축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협력을 하기도 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하 BCG)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8일 열린 유통산업주간에서 2025년에는 이커머스가 전체 유통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2025년까지 이커머스는 12% 성장을 하고, 오프라인 유통은 4% 정도 역성장을 한다고 BCG는 내다보고 있다. 이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커머스 성장을 넘어선 물류 

BCG가 특히 주목한 점은 라스트마일 물동량 성장세가 이커머스 성장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는 사실이다.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라스트마일 물동량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를 넘어서는 현상의 원인은 바로 객단가 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하는 객단가가 오프라인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BCG의 예측에 따르면, 이커머스 고객은 앞으로 더 조금씩, 더 자주 주문하게 된다. 그 결과 20-25년까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물동량의 성장세는 연평균 약 15%에 이른다. 이 때 물동량은 택배, 배달, 주문음식 등을 제외하고 오직 기업 대 소비자(B2C)가 중심인 이커머스 시장에 한해서만 예측된 수치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배송 단가 하락은 조금 먼 이야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비용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이커머스 기업에는 우울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배송이 차별화의 핵심이 된다

BCG는 이커머스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 일반상품(Commodity), 식료품(Grocery), 버티컬(Vertical)로 구분되며, 각 분야의 성공요인과 승리자는 각각 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 분야는 다 다른 형태로 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상품 시장에서는 쿠팡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로켓배송이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다만 즉시 필요한 상품 구매를 위한 퀵커머스 시장이 별도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이 현재 선도하고 있는 이 시장은 결과적으로 편의점 시장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라스트마일 배송 경쟁으로 인해 식료품 시장도 재편될 것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지금까지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이 시장의 지배자들이었다. 두부나 우유처럼 일반상품화 된 식료품의 경우 쿠팡이 점유율을 가져갈 것이고, 야채나 과일, 정육, 수산물과 같은 품목은 아직 지배자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다수 스타트업들이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현재 초신선 특화 시장은 농축수산물을 산지직송하는 방식으로, 아침에 잡은 생선이 점심 내지 저녁으로 식탁으로 올라오도록 하는 것인데, 이 비즈니스 역시 결국 배송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패션, 뷰티, 리빙 등 한 업체에서 특정 상품군만 판매하는 버티컬 시장도 결국 배송의 차별화가 중요한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시장은 단순히 배송 속도 경쟁만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명품의 경우 배송 속도도 중요하지만 언박싱할 때의 즐거운 고객경험을 어떻게 배송과 함께 전할 것이냐 등이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트렌비는 일반 택배가 아니라 귀중품 전문 보안 배송 업체 ‘발렉스’를 이용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유통은 가격을 중요한 차별화 수단으로만 봤다”면서 “이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보지 않았던 배송이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무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신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가 중심이 된다

BCG는 2025년에 이르면 배송 시장의 과반 이상을 새로운 배송형태, 일명 신 LMD(Last-mile delivery)가 차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 LMD는 당일배송, 새벽배송, 퀵배송 등을 의미한다.

2021년 기준 40억건에 달하는 전체 배송 시장 중 신 LMD의 비율은 21%, 약 9억건에 달한다. 그러나 BCG는 2025년 70억건에 달하는 전체 배송 시장 중 신 LMD가 차지하는 비중이 54%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BCG가 이렇게 예측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6년 BCG는 2021년 B2C시장의 물동량을 30억건 가량으로 예측했다. 2016년 당시, 익일배송의 비율이 불과 2%였으나 2022년 지금에 이르러서는 익일배송은 일반적인 배송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요자인 고객의 기대, 그리고 공급자의 지원이 숨어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3년 후인 2025년 신 LMD가 배송시장의 과반을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빠른 배송에 적합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BCG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5시간 안에 국토 끝에서 끝을 가로지를 수 있을 만큼 작은 국가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는 주거에 있어 토지를 집약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90% 이상이 토지 16%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발달해 한 건물에 방문하면 여러 집에 배송을 하기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빠른 배송으로의 전환이 용이하다는 의미다.

이는 유통업체에는 우울한 소식이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빠른 배송을 원하는데, 배송 단가는 떨어지지 않으니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현재도 많은 유통업체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새벽배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항복’을 선언하고 새벽배송 경쟁에서 손을 떼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비용을 어떻게 최적화하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까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신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유통사와 물류업체가 부딪힌다

김연희 대표는 국내 신라스트마일 혁신에 있어 온오프라인 유통사와 기존 물류사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물동량의 최대 50%가 신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해당 시장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즉, 신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쟁이 도래하는 시점이라는 의미다.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국내 신라스트마일 딜리버리 경쟁이 4파전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온라인 유통사 및 플랫폼을 대표하는 쿠팡과 네이버, 오프라인 유통사인 이마트나 홈플러스, CJ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업체다.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퀄리티가 이커머스에 중요하다는 점을 파악한 쿠팡을 라스트마일의 강자로 보았다. 네이버는 플랫폼답게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통해 물류 역량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생필품 등 빠른 배송은 CJ대한통운, 신선식품 배송은 이마트, 대형가전/가구 예약배송은 하우저 등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기업과 손 잡았다.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네이버를 중국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니아오’에 비유했다. 중국 이커머스 물동량의 70%를 맡은 ‘차이니아오’는 물류관리 플랫폼으로 데이터 기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운영한다. 차이나오는 물류창고도, 배송망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각 물류센터와 택배사들을 차이나오의 데이터와 알고리듬으로 지시하는 셈이다. 차이나오는 전체 택배비의 0.3~0.5% 정도의 수수료만 받는다. 김 대표는 “(차이나오)는 물류를 통해 이커머스 세상을 지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게 네이버가 꿈꾸는 세상일 것이라는 것이다.

김연희 대표에 따르면 물류를 직접하는 쿠팡과 동맹군을 통해 물류를 제공하는 네이버, 두 기업이 물류로 경쟁하는 이유는 셀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고객 전쟁을 넘어 셀러 전쟁

지금까지 이커머스 경쟁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이제는 셀러의 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타 기업 대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 셀러가 자신의 플랫폼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가진 셀러를 독점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셀러를 위한 가치 제안이 확실해야 한다. 물류는 중요한 가치제안 중 하나다.

소규모 업체 경우 물류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상품 제조부터 재고 보관, 상품 배송, 반품 문제까지 비용적 부담이 크다. 많은 소규모 쇼핑몰이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물류의 문제가 큰 고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스마트 스토어 셀러를 위한 물류 동맹군을 확보한 이유다.  BCG는 차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 물류 뿐 아니라 상품 수급/머천다이징/마케팅/풀필먼트까지 다양한 가치 제안을 내세울 것이라고 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대형 PP센터(픽킹 앤 패킹 센터)를 30여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연희 대표는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거점으로 이용할 뿐 아니라 풀필먼트 서비스를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셀러의 SKU를 두고 어느 정도의 수요가 나올지를 예측해야 한다. 또한 이 수요를 바탕으로 어떤 거점에서 얼마나 필요하고 픽킹앤패킹을 통해 라스트마일까지 전달해야 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물류사에게 있어 한계는 기존 유통사의 영역이었던 풀필먼트까지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SKU별 판매 동향을 이해하고, 수요예측과 재고 보유를 최적화 해야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 물류회사의 영역이 아니었다. 신 라스트마일 전쟁을 위해서는 물류회사도 이와 같은 역량을 보유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글로벌 물류회사인 UPS나 페덱스의 경우 이런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이 날 김연희 대표파트너는 유통사, 물류사의 모든 역량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쟁에 임한 기업들이 신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중심이 아니라 영업/간선 관리/라스트마일 등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 및 AI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디지털화는 생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에게 있어서는 셀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물류사에게 있어서는 시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