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인디 게임] “스토리만 가져오세요, 게임 만들어 드려요”

게임 좀 그만해. 밥 먹여주니?’ 네, 이제 게임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년여간의 팬데믹을 지나오며 게임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돈 쓰는 게임)에서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로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가 움직이는 지금, 게임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의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디 개발사 환경상 외부 홍보가 중요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인디게임 행사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진 것인데요.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 인디 개발사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엔데믹(풍토화)바라보는 지금, 빛을 보려는 인디게임을 들여다봤습니다. 인디게임 리뷰로, 또는 개발자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모든 게임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만들려면, 회사에 목표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게임사들은 자신들만의 게임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디,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고뇌가 더 깊다. 수평적인 관계, 자유로운 환경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스토리 게임 맛집이라 불리는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가 매일 아침 구성원들을 일깨우는 말이 있다. ‘의미있는 게임을 만들자’,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자’.

그가 회사 이름을 ‘버프(Buff)’ 스튜디오라고 지은 이유 또한 이 말들과 일맥상통하다. 설립 8년 차에 접어든 버프 스튜디오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이 추구할 수 있는 회사만의 아이덴티티가 필요하다. 김대표는 이를 ‘메시지’로 설정했다.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극복과 성장의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꿈을 주어 세계 최고의 게임사가 되자.

2017년 출시된 버프 스튜디오의 모바일 힐링게임 ‘마이 오아시스’

그래서인지 여태껏 버프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게임들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걸 목표로 한다. 글로벌 누적 14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자사의 대표 게임 ‘마이 오아시스’는 힐링을 메인 콘셉트로 한다. 대화형 스토리 게임 ‘언더월드 오피스: 유령 사무소’ 또한 다소 뒤틀렸지만 귀여운 유령들과 함께 감동적인 경험을 주려 한다.

이 경험을 쌓아 버프 스튜디오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버프 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와 송경 PD를 만나 비주얼 노벨(스토리 게임)에 대한 이야기부터 자사를 비롯한 소규모∙인디 개발사들의 개발 환경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버프 스튜디오 김도형 대표(왼), 송경 PD (우)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먼저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도형 대표: 버프 스튜디오는 다양한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는데요. 2014년에 제 개인 사업자로 시작한 소규모 게임사입니다. 법인 설립은 그 다음해인 2015년에 이뤄졌고요. 현재는 서른명 안팎의 규모로 각각 스토리게임, 블록체인, PC∙콘솔, 모바일을 담당하는 4개의 팀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팀에 대한 설명을 더 들을 수 있을까요?

김도형 대표: 회사에는 스토리 게임 외에도 PC와 콘솔, 그리고 모바일 게임도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스토리 게임을 개발하는 ‘플러스 파이브’,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일레븐’, 스팀 및 콘솔을 만드는 ‘케이크’ 팀, 그리고 블록체인 게임 팀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라는 추리 스토리 게임으로 2022 인디크래프트에 참여하셨잖아요? 많은 작품 중 해당 게임을 고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송경 PD: 스토리 게임 개발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진행돼요. 내부에서 모든 작업을 하는 자체 게임과, 외부에서 스토리와 아트를 담당하고 내부에서 프로그램과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협업 게임이죠.

그중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외부에서 스토리를 받아 진행한 협업 게임인데요. 다양한 창의적인 스토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분들과 언제든지 협력해서 게임을 만들 의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스토리만 가지고 있더라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를 행사에 출품하게 됐죠.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의 개발 과정 어땠나요?

송경 PD: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 전에 세븐데이즈라는 스토리게임을 출시했었는데요. 이게 꽤 잘 됐어요. 그리고 이 게임을 재밌게 즐긴 부다페스트의 홍세훈 작가님이 ‘세븐데이즈’ 같은 스토리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게임의 한 챕터를 만들어 먼저 보낸 거죠. 이걸  계기로 만나게 됐습니다. 어떤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연출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상의하면서 게임을 만들었죠.

평소 버프 스튜디오의 구성원들 모두 스토리 게임을 즐겨하시는 편인가요?

송경 PD: 즐겨하죠. 근데, 사실 그보단 스토리를 쓰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게임을 구상하는 초기 단계에서 스토리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겠다는 경우는 얼마 없어요.

대개는 재밌는 규칙이나, 형태를 기반으로 게임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게임사는 게임 개발자인데다가 스토리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 (웃음) 비주얼 노벨을 즐기지만, 그보단 ‘스토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버프 스튜디오의 스토리 게임은 대개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나요?

송경 PD: 먼저 여러 스토리를 내외부에서 받아요. 그리고 그중 괜찮은 것들을 선정해요. 자체적으로 협의해서 결정을 내리면 제작을 시작하죠. 근데 시안만 가지고 모든 걸 결정하는 건 아니에요. 시안을 구체화해 기획안으로 만들고, 세부 스토리를 짜죠. 그리고 그걸 가지고 피드백하는 중간 평가를 거쳐 한 챕터를 먼저 만들어요.

스토리 게임 특징 상 첫 챕터는 굉장히 중요해요. 처음에 흥미를 끌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게임을 계속하려 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만든 첫 챕터가 재밌다면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여기까지의 과정이 1개월에서 1.5개월 정도 걸려요. 그러고 나서 나머지 스토리를 완성하고, 리소스 이미지를 만들고 출시까지 대략 6개월 정도. 글로벌 출시를 위한 번역까지 합하면 최대 8개월까지 시간이 들죠.

‘용사는 진행중’은 김도형 대표의 1인 개발 게임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용사는 진행중이라는 캐주얼 RPG게임으로 처음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들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김도형 대표: 제가 처음 1인 개발로 만들었던 게임인 ‘용사는 진행중’은 캐주얼 RPG 게임이에요. 이 게임이 꽤 성공을 거뒀어요. 인디게임상도 받고, 그렇게 제대로 된 회사를 설립하게 됐죠. 후속작인 ‘용사는 진행중2’를 만들겠다고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도 받고 그랬는데 잘 안 됐어요. 직원들 다음 달 급여만 줄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절벽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죠. 그때 플랜B로 준비를 했던 게 ‘마이 오아시스’라는 프로젝트였어요. 이 게임이 생각보다 성과가 잘 나오면서 기사회생했죠.

그런데도 ‘용사는 진행중2’의 타격은 컸어요. 모든 인원이 이 게임에만 집중해서 개발했거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꽤 오래갔습니다. 이 이후에는 개발 프로세스를 바꿨어요. 두 명에서 네 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만 팀을 꾸리는 등 전면 개편에 나섰죠. 그 이후로는 안정세를 타고 있어요. 매출도 원래는 ‘마이 오아시스’의 비중이 컸는데 이제는 스토리 게임에서도 매출이 나오고, 기존 라이브 서비스하는 게임들 중에서도 골고루 잘 나오고 있습니다.

고생 많으셨네요.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이 많다면서요?

김도형 대표: 네, 가장 최근에는 ‘동물섬 어촌마을 타이쿤’이라는 방치형 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했고요. 스토리 게임으로서는 지금 ‘언더월드 오피스’ ‘찰리 인 원더랜드’가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여성향 게임의 BL과, 코믹 아포칼립 물 등의 신작 스토리 게임들도 준비 중이에요.

스토리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게임들도 준비 중인데 콘솔 게임은 빠르면 올해 안에 게임이 출시될 것 같아요. 현재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 출품하고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고요. 블록체인 게임 또한 내년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스토리 게임은 준비 중인 신작들이 많네요?

김도형 대표: 네, 아무래도 스토리 게임은 분량 자체가 짧다 보니, 수익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BM)도 간단한 형태죠. 그러다보니 한 스토리 게임에서 수익을 꾸준히 가져가기는 힘들어요. 물론 지속해서 수익이 나는 게임도 있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아요.

현재 국내외 스토리게임 시장은 규모가 큰 편인가요

송경 PD: 국내 스토리 게임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마니아층이 커요.  큰 시장은 아니죠. 그런데 현재는 웹툰이나 웹소설의 영향으로 그 마니아의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웹툰, 웹소설 보시던 분들이 스토리 게임으로 오는 거죠. 그래서인지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러 남성들을 만나는 여성향 게임이 인기가 많아요.

그에 반해 해외 스토리 시장은 관련 게임들이 플랫폼화돼 정착돼 있는것들이 좀 있어요. 우리로 치면 웹툰 사이트 같은 느낌이죠. 웹툰 사이트에 누구든지 자신의 웹툰 창작물을 올릴 수 있잖아요. 해외에서는 그게 스토리 게임인 것이죠. 누구나 자신의 스토리 게임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플랫폼이 있다는 것이죠. 독서 인구가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글을 읽는 채팅 게임에 의외로 거부감이 적더라구요.

그렇지만 일본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은 또 달라요. 그곳에는 성인물 형태의 스토리 게임이 많죠. 나라마다 특징이 조금씩 달라요.

스토리 게임도 개발하는 소규모 개발사로서 고민이 많아 보이는데요. 여러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송경 PD: 인디 게임도 만드는 소규모 게임사로서 장점은 당연히 ‘수평적’이라는 점이죠. 같은 위치의 개발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조이기에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또 능력 있는 사람들끼리의 협업했을 때 그 시너지가 엄청나죠.

기존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재미를 가진 게임들을 만들 수 있거든요. 저희끼리도 ‘이건 미쳤다’ 할 정도로 장인 정신이 들어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그러나 이게 독이 될 때도 있어요.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비판하거나 의견을 중재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게 가장 큰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돈이죠. 대개 게임 제작이 일반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뤄지기보다는 ‘이거 재밌을 것 같은데?’ 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한지 정확히 가늠이 안 된 상황에서 제작이 들어갈 때가 많은데, 돈이 없으면 도중에 엎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죠.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거야 대다수의 게임사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자본이 있는 대형 게임사와는 달리 소규모 게임사들은 프로그램이 엎어졌을 때 수익적으로 타격이 커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꺼려지죠. 기본적으로 배고플 수 밖에 없다는 게 단점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요즘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김도형 대표: 역시 인력난이죠. 지금 업계 전반적으로 IT 개발자들의 몸값을 많이 올려놓은 상태라서, 사람 구하기가 되게 어렵거든요. 또 어렵게 사람을 구해도 큰 회사에서 스카우트해가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으로서는 인력을 뽑고 유지를 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개발자 인력난은 정말…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게임사와는 차별되는 버프 스튜디오만의 게임 철학이 있다면요?

김도형 대표: 게임관에 대해서는 회사 구성원분들한테도 공유도 드리고 했는데, 얼마나 잘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회사의 철학이 고스란히 게임에 담기기는 되게 힘들지만, 꾸준히 말하고는 있죠. 회사의 이름 ‘버프(Buff)’처럼 사람들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는 게임을 만들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게임을 많이 만들자고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버프 스튜디오의 꿈은 무엇인가요?

김도형 대표: 이건 처음 회사를 만들 때부터의 목표긴 한데요. 트리플A 급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가 되는 게 꿈 이에요. 게임 플랫폼은 계속해서 바뀐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 오락실에서 PC, 콘솔에서 지금 모바일까지. 미래에는 또 어떤 플랫폼이 주류가 될지 몰라요. 그런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발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이 역량을 키우려면 작은 게임으로는 안 되거든요. 큰 프로젝트로 개발 역량을 점점 키워나가야 하는 거죠. 많은 도전을 통해서 트리플 에이급의 개발 역량을 가진 회사로 키우는 게 현재 목표예요.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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