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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인디게임] 한 편의 추리 소설,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

‘게임 좀 그만해. 밥 먹여주니?’ 네, 이제 게임이 밥 먹여주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년 여 간의 팬데믹을 지나오며 게임시장의 판도는 바뀌고 있습니다. P2W(Pay to win, 이기기 위해 돈 쓰는 게임)에서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로 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가 바뀐 지금, 게임의 위상은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디 게임들의 사정은 대형 게임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인디 개발사 환경상 외부 홍보가 중요한데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인디게임 행사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인데요.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 인디 개발사에도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엔데믹(풍토화)을 바라보는 지금, 빛을 보려는 인디게임을 들여다봤습니다. 인디게임 리뷰로, 또는 개발자 인터뷰로 찾아뵙겠습니다[편집자주]

시작은 폭설이 내리는 산이다. 주인공 고도일은 산행 중에 길을 잃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을 뜨니 폭설이 내리는 산속이었고, 고도일은 아무런 기억도 하지못한다. 그렇지만 정신은 차려야 한다. 그때 나온 양자택일, 첫째 ‘초콜릿을 먹는다’, 둘째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를 읽는다’. 당신은 선택지를 보고 3초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바라만 보게 될 것이다. 폭설 속에 얼어 죽을지도 모를 판에 책이라니? 당장이라도 초콜릿을 먹어 당을 채우고 싶지만, 이 뜬금없는 선택지가 게임의 결과를 바꿀지도 모른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스토리 게임 맛집’이라고 불리는 인디 개발사 버프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출시된 비주얼 노벨 스토리 게임이다. 지난 5월 개최된 2022 인디크래프트 가상 게임쇼에서 선을 보이기도 했다. 인디크래프트는 경기도 성남시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인디게임 육성을 통해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추진한 행사다.

출처: 버프 스튜디오

뻔한 추리물 멈춰!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선택형 추리 어드벤처 게임인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추리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만한 게임이다.

게임은 애거서 크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추리소설 대가들에 대한 오마주부터, 추리물의 클리셰를 비트는 유머까지 담았다. 물론 추리물을 즐겨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간결한 대사와 풍부한 이미지를 담은 채팅 메신저 방식으로 추리물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은 유료 버전과 무료 버전으로 나뉘며 유료 버전은 앱 스토어 기준 3900원이다. 구글 플레이와 앱 스토어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다.

게임은 선택의 연속이다. 첫 번째 선택을 마치고 난 후 정신을 차린 고도일은 쓰러져 있는 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같은 처지의 조난자들도 만난다. 함께할 것인지, 혼자 있을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이어진다. 총 5개의 엔딩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엔딩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매번 재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필요한 엔딩을 위한 선택지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피로도는 높지 않다. 스토리 게임 특징상 최소 2시간 최대 반나절이면 모든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은 추리물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요소를 개그로 버무린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주인공들이 산속에서 발견한 유럽풍의 저택을 보고 “연쇄 살인 사건의 무대로 딱이네요”라고 말한다거나, 뜬금없이 주인공들이 위치한 길이 ‘부다페스트 길’이라는 점, 이를 보고 “강남에 테헤란로도 있는데요 뭘”이라고 대답하는 등의 유머가 꽤 있다. 참고로 강남의 테헤란로는 한국과 이란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길이다. 테헤란은 이란의 수도다.

조난 후 첫 날, 머무른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 입에서는 선글라스 낀 쥐 인형이 발견됐다. (출처: 버프 스튜디오)

그렇게 머물게 된 저택, 저택에 머문 지 하루가 지난 후 사건은 발생한다. 같은 조난자였던 ‘차민성’이 서재에서 레고를 밟고 죽은 것이다. 그의 발바닥에 찍힌 여섯 개의 동그라미 자국이 이를 증빙한다. 레고를 밟아 죽었다는 것도 어이없지만 이보다 더 어이없는 것은 바로 그의 입 속에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있는 쥐 인형이다. 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속 모든 피해자는 입에서 쥐 인형이 발견된다. 일종의 살인 표시 같은 것이다.

이 저택에는 이상한 것이 한가득하다.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저택 사람들부터 해서, 절대 지하실로는 가지 말라는 당부, 좋지 않은 꿈자리, 어쩐지 숨겨진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조난자들, 말하는 고양이까지… 게임은 다회차를 기준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회차마다 다른 상황이 연출되며 당신이 마땅한 선택을 하지 않았어도 극 중 등장인물들이 선택을 유도하거나 다른 결과를 먼저 예고해주기도 한다.

다회차를 기준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인위적으로 선택을 권유하기도 한다. (출처: 버프 스튜디오)

게임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한 이용자는 “코믹을 얹은 추리물이 아니라 추리 요소를 찍어 바른 코믹물”이라며 대사나 표현이 어색한 느낌이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공포-추리물 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고전과 현대에 오가는 메타픽션으로 직접 추리하는 듯한 신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범인을 맞춰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몇 개의 엔딩은 범인을 맞춰도 그리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다. 3년 후 취준생이었던 주인공 고도일은 취직을 하고 당시 짝사랑하던 같은 조난자 ‘라희’와 비슷한 사람을 보며 그 당시를 떠올린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치만 삶은 게임이 아니니 그럴 순 없겠지.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내가 바라든 엔딩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난 거기서 살아남았어. 이렇게 취업도 했고… 그걸로 된 거야”

그러나 또 다른 결말에서는 범인을 맞춘 것과는 상관 없이 다른 엔딩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선택은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알려주는 한 편의 추리 소설 같은 ‘살인 저택의 부다페스트’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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