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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오토바이 보험료, 안전운전하면 깎아드립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젠 베트남 못지 않게 우리나라에서도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시장도 함께 컸는데요. 음식배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업에 종사하는 라이더의 수도 크게 늘었죠. 문제는,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한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 10명 중 한 명만 이륜차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라이더도,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인데요.

자동차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이륜차의 보험가입률은 왜 이렇게 저조한 것일까요. 원인은 바로 높은 보험료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초년생 자동차 보험료가 연간 100만원대 정도이면, 이륜차는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사고율도 높고 위험하다는 이야기인데요. 큰 비용 때문에 가입이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륜차의 이러한 상황에 주목해,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에 나선 곳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인슈어테크 기업 고고에프앤디입니다. 고고에프앤디는 라이더 플랫폼 사업을 통해 라이더의 운전습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운전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와 소프트웨어(SW) 등을 직접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지난 10개월 간 쌓인 데이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이달 중 대형 보험사와 공동 개발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고에프앤디의 하성용 대표이사를 만나 라이더 보험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준비 중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고고에프앤디의 하성용 대표이사

고고에프앤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먼저 창업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지금 사업을 하기 전에 사업 몇 번 했었는데요. 공유주방과 배달 라이더 플랫폼 서비스를 했어요. 공유 주방은 한국 정서에 맞는 것 같지 않아 최근 정리를 했고, 배달 라이더 플랫폼 쪽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라이더 플랫폼 사업과 동시에 라이더에게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사업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사업에 앞서 오토바이 렌트 비용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고요. 회사에서 나가는 비용이 오토바이 한 대당 80만원 정도더라고요. 알아보니, 오토바이 한 대 당 1년에 드는 비용 중 약 400만원이 렌트이고, 나머지가 보험료더라고요.

오토바이 보험료가 그렇게 비싼가요?

보통 자동차 보험을 생각하면, 사회초년생 기준으로 1년 보험료가 100만원대거든요. 반면, 이륜차(오토바이 등)은 21세 기준으로 1300만원 정도에요. 이륜차 보험 비용이 너무 비싸서 줄여보려고 발품을 팔면서 알아봤는데, 이륜차 보험은 손해율이 너무 높아 낮출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가입률이 적은 편이에요. 즉, 보험가입자는 적은데 사고가 많이 나서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율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안전장치도 부족한데,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적다고요?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라이더 10%도 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사실상 많은 라이더들이 열심히 일을 했지만, 교통사고로 몇 달간 번 돈이 병원비로 나가던가 혹은 교통사고 피해보상으로 인한 비용 출혈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만큼 이륜차에 대한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이에요. 이런 현실에 주목해 배달 플랫폼을 통해 라이더의 보험가입을 의무화한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회사에서 개발한 서비스는 어떤 건가요?

‘고고세이프’라는 서비스인데요. 이 서비스의 솔루션은 저희가 자체 개발했어요. 결국, 라이더 입장에서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사고가 줄어야 하거든요. 자동차에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가 탑재되어, 차선을 이탈하거나 앞 차와의 간격이 좁을 경우 브레이크를 해주는 기능이 있잖아요. 오토바이에는 안전 보조장치가 없지만 이와 비슷하게 난폭운전을 하면 경고를 해주는 등 라이더가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서비스에요. 중요한 점은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절감해주고요.

주로 운전습관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겠네요.

네. 저희 솔루션의 핵심은 오토바이에 부착할 수 있는 센서에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센서로, 약 100대 이상의 오토바이에 부착을 한 상태에요. 작년부터 시작해 약 10개월간의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기울기, 속도 감지 센서로 오토바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해요. 급가속, 급정지 등 약 20가지의 위험 요소를 개발했어요.

센서에는 경사를 감지하는 기능도 있는데요.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가속도로 주행하면 오토바이가 옆으로 기울잖아요. 이때 넘어지거나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다만, 경사도를 오를 때와 구분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학습시켰어요. 인공지능(AI) 기술로 라이더가 위험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맞다면 경고음을 통해 알림을 주고 있죠.

또 여기에 블랙박스와 연동해 이미지 분석도 함께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신호위반, 인도 주행 정도 감지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더 고도화할 생각이에요.

고고에프앤디가 직접 개발한 센서. 센서를 오토바이에 부착하면 기울기, 가속도 등을 감지한다.

센서의 정확도는 얼마나 되나요? 오탐이 있을 경우 라이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잖아요.

보통 헤르츠(Hertz) 단위로 얘기하는데 저희 센서는 초당 50헤르츠까지 감지돼요. 즉, 1초에 50번의 움직임을 감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덕분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꽤 방대해서 클라우드로 서버를 옮기려고 준비 중이에요. 보관할 수 있는 데이터가 감당이 안 되어서 당장 초당 10헤르츠로 줄여놨는데, 향후 클라우드 전환이 완료되면 다시 50헤르츠까지 올려놓을 계획이에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에 AI 기술을 적용해 라이더의 운전습관을 파악한다고 하셨는데, AI 기술은 직접 개발한건가요?

작년에 AI 관련 정부 사업에 선정이 되어서 다른 업체들과 협업해 개발했어요.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에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서 힘든 상황이고요. 점프 업하기 위해서 A시리즈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요. 만약 투자가 이뤄진다면 내부 인원을 충원해서 AI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에요.

센서가 탑재된 디바이스는 직접 개발했다고 들었는데요.

네. 하드웨어 장비는 제가 직접 개발을 했어요. 개발자 출신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예전에 가상현실(VR), 컨트롤러 등의 장비를 개발한 경험이 있어, 센서 디바이스도 직접 설계를 했고요. 공장에 생산만 맡기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택했죠. 덕분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고요.

대표님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정리하자면, 라이더가 오토바이에 디바이스를 부착하고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서비스네요.

네, 이러한 형태의 보험을 ‘BBI 보험’이라고 해요. AI 딥러닝 영상 분석 기술로 운전습관을 분석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자동차 보험이에요. 한국에는 아직까지 BBI 보험이 없고, 글로벌도 초기 시장이에요. BBI가 기존 보험과 다른 점은 기존 자동차 보험이 운전자 나이와 운전을 얼마나 했는지가 중요한 요소였다면, BBI는 나이, 사고이력, 운전습관이 가장 중요해요. 조금 더 다양한 요소로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이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하면, 안전 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얼마나 할인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아까 말씀 드렸듯, 21세 기준으로 이륜차 보험료가 연간 1300만원이에요. 업계 평균 수준이죠. 흥미로운 점은 30세가 넘어가면 보험료가 400만원으로 줄어요. 약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드는데, 안전운전을 할 경우 이 정도 수준까지 할인을 해드리는 거죠.

할인 폭이 어마어마한데요.

21세 기준 보험료가 비싼 것은 위험하게 운전할 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한 대응능력 등이 부족해서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나이가 어려도 안전운전을 하는 라이더는 분명히 있잖아요. 즉, 21세 중에서도 30세 기준의 운전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에게 그만큼 보험료를 할인해 줄 수 있으니까요.

고고에프앤디에서 보는 안전운전의 기준은 30세 평균 운전습관이라는거네요.

그렇죠. 결국 오래 타본 사람일수록 숙련도가 높고 사고대응 노하우가 축적이 됐을 테니까요. BBI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기준이 없어요. 당장 기준을 만들어야 해서 고민한 끝에 30세의 운전습관을 기준으로 정했어요. 30세 운전자들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신호위반, 가속도 등을 잘 하지 않더라고요. 안전운전을 하면서도 배달건수는 더 많아요. 또 많은 라이더가 주소만 봐도 어딘지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서두를 필요가 없고요.

그렇지만 20대라고 해서 모두가 미숙하고 안전운전을 안하는 것은 아니니, 자체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서 20대 중 안전운전을 하는 라이더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것이 저희의 서비스 목적이죠.

이 상품은 어디에서 접할 수 있는 건가요?

작년에 KB손해보험이랑 제휴를 맺었고, 이번 달 중으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저희의 이륜차 라이더 데이터를 기반으로 KB손해보험과 시간제 이륜차 보험 상품을 개발했어요. 라이더들이 배달업무 할 때만 유상종합보험을 적용하도록 했어요. 라이더 보험이 워낙 비싸다보니 일할 때만 보험이 적용되도록 했어요. 이때 저희는 보험대리점(GA) 역할을 하면서 영업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에요.

추가적으로 다른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로, 조만간 협업해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할 예정이에요.

이밖에 다른 신사업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이륜차 내비게이션 개발을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배달 라이더를 해봤는데 잘하는 분들은 한 시간에 10건도 하더라고요. 반면, 저는 길 찾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 시간에 두 건밖에 못 했는데, 안전하고 빠른 길을 안내해 주면 배달 시간이 줄어드니까 이때 내비게이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개발이 완성되면 플랫폼 업체와 제휴해서 사업을 할 생각이에요.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많은 분들이 위험도를 인지했으면 해요. 말씀드렸듯이 오토바이 10대 중 한 대만 보험에 가입한 상황이에요. 결국 90%가 위험한 상황에서 주행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만약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다가 사고가 났어요. 그런데 무보험인 경우 보행자, 즉 피해자는 치료비를 못 받아요. 사실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반면 관심도는 낮은 것 같아요. 피해자들도 많은데 지금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하루 빨리 라이더 보험 의무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라이더도 보행자도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네, 하루빨리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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