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n] 금융권 IT시스템의 오늘과 내일

얼마 전,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한 소식이 있었다. 바로 KB국민은행의 계정계 클라우드 전환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이번 결정은 금융권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코어뱅킹에서 금융권의 1세대 시스템인 메인프레임을 고수해왔다. 모두가 2세대, 3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할 때도 성능, 안전, 보안 등의 이유로 메인프레임을 사용해왔으나, 결국 기술 활용의 한계에 부딪힌 국민은행은 계정계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은행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전통 금융사에서는 이제 막 2세대에서 3세대로 바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은 1세대에서 곧바로 3~4세대로 전환을 하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권에선 차세대시스템구축 프로젝트로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전환(U2L)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차세대시스템 전환에 돌입했고, 하나은행은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약 15년 만에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뱅킹 앱 ‘쏠’을 전면개편하며 1단계를 오픈한다. 현재 쏠의 운영체제(OS)는 리눅스 기반으로 이뤄져있으며, 데이터베이스(DB)는 오라클, 미들웨어는 제우스, 자바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계정계와 대외계의 OS로 유닉스를 사용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 미들웨어는 티맥스, C언어를 사용한다. 두 시스템 모두 오는 9월 리눅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계정계는 비대면 전용 코어뱅킹 시스템 구축, 디지털 중심 코어뱅킹 시스템 전환 재구축을 골자로 한다. 디지털 부문으로 상담중심 단말환경 재구축 및 CX 고도화, 디지털 뱅킹 시스템 구조 현대화, 디지털 라이프 시스템 분리 재구축,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정비 및 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차세대시스템구축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차세대시스템구축 컨설팅 공고를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은 컨설팅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차세대시스템구축을 통해 하나은행이 바꾸려는 부문은 뱅킹플랫폼, 정보화시스템, 마케팅허브 등이다. 현재 대부분의 시스템은 유닉스로 이뤄졌는데, 마케팅허브 등 새롭게 구축하는 시스템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할 계획이다. 이 부문은 클라우드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계정계는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고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도록 코어뱅킹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기존 시스템은 유지하되, 신규 시스템은 리눅스로 새롭게 구축할 계획으로, 클라우드 전환은 아직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빅뱅 방식이 아니라, 단계적인 방식으로 시스템 전환을 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컨설팅이 끝나는 올 9~10월 쯤 결정될 것으로 은행 측은 보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09년 차세대 프로젝트를 한 이후 노후화됐거나 개선해야 할 시스템이 있어 작년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를 해왔다”며 “컨설팅 업체와 현업부서와 논의를 통해 올해 말쯤 프로젝트 내용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우리은행은 계정계, 채널계, 대외계 모두 IBM의 유닉스 장비를 쓰고 있다. 당시 우리은행 측은 전산처리 속도 향상, 빅데이터 기반 온·오프라인 통합채널 구축 등을 위해 시스템 전환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정보계, 채널계, 대외계에 리눅스, 유닉스, 윈도우 서버를 포함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혼합해 운영하고 있다. 계정계는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데, 점진적으로 리눅스 전환을 통해 클라우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인 ‘KB원클라우드’를 사용한다. 국민은행은 계정계 시스템 전환 완료 시기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DB시스템으로 DB2, 오라클, 사이베이스, 오픈소스 DBMS 등 다양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정계는 주로 DB2를 쓴다. 언어는 자바, 코볼, 파이썬, C 등을 사용하며, 계정계 언어는 주로 코볼을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리눅스 시대

인터넷전문은행 중 IT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리눅스 x86 운영체제와 오픈소스 기반의 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국내에서 은행 핵심 시스템인 계정계에 리눅스를 도입한 첫 사례다. 당시만해도 기존 금융권은 유닉스, 오라클 등을 중심으로 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일부 금융사에서만 비핵심 시스템에 리눅스 기반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의 IT시스템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케이뱅크는 출범 초기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유닉스를 사용해오다가, 최근 리눅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체 시스템을 리눅스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오며, 현재 기준으로 계정계, 채널계, 정보계에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모든 시스템의 리눅스 전환을 마친다. 케이뱅크는 궁극적으로 전체 시스템의 퍼블릭 클라우드화를 지향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후발주자인 토스뱅크는 계정계, 채널계, 대외계 등은 리눅스를 쓰고 있으며, 일부 업무는 윈도우 서버를 사용한다. DB시스템은 계정계를 포함한 주요 업무 시스템, 내부지원 업무시스템 모두 오라클과 Mysql을 사용 중이다. 언어는 웹서비스에서 자바와 코틀린을, 모바일 서비스에서 코틀린과 스위프트를 활용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리눅스와 오픈소스 사용이 앞서고 활발한 이유는 이미 전통 금융권의 사례를 봐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차세대시스템 전환  프로젝트 대비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신기술 활용과 클라우드 도입이 용이한 효과가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리눅스, 오픈소스 등을 활용해 타 금융사 시스템 구축 비용 대비 33%,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비용을 60% 수준으로 절감했다. 또 오픈소스는 각종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케이뱅크가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전환하려는 최종적 목표는 클라우드 도입으로, 자원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유연하게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 케이뱅크 측은 “리눅스 사용시 유닉스 대비 비용 약 30% 절감, 처리속도 개선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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