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 대기업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 인수에 관심을 표한 가운데, Arm 인수 컨소시엄 결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되면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따라서 나오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중 10%가 컴퓨팅에 사용되고 있다.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고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2030년에는 그 비율이 2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데이터 측은 “Arm은 저전력으로 구동되는 칩을 설계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 측면에서 봤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것이 Arm에 투자하는 컨소시엄이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전력 측면 외에도 Arm 아키텍처는 호환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Arm 아키텍처는 현재 주로 모바일에 탑재되고 있는데, 이 성능이 향상돼 PC, 서버에도 점차 탑재되는 추세”라며 “애플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PC와 서버에도 Arm 기반의 프로세서가 탑재되면 같은 구조를 가진 모바일과의 호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강점을 확보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Arm인수를 추진했으나, 주요 기업과 규제당국에 의해 결국 올해 2월 8일 양사의 인수합병 계획은 무산됐다. Arm을 보유하고 있던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에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뱅크는 자금 마련을 위한 두 번째 전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소프트뱅크가 계획했던 자금 마련 방법은 뉴욕증권거래소에 Arm을 상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기업이 Arm 인수에 관심을 가지면서 Arm 컨소시엄 인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통신칩⋅솔루션 제공업체 퀄컴은 Arm 지분 투자와 인수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R. Amon) 퀄컴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Arm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며 우리(퀄컴)에게도 매우 중요한 자산이기에 지분 투자에 관심이 있다”며 “Arm 인수를 위해 다른 반도체 기업과 협력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Arm 컨소시엄 인수 참여에 대한 의사를 암시한 것이다.

인텔도 Arm 컨소시엄 인수 참여 의사를 보였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지난 2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rm을 인수하기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된다면, 인텔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Arm 컨소시엄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Arm 인수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반도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기 때문에 한 회사가 Arm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도 Ar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스어소시에이트의 로저 케이(Roger Kay)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최근 회동했는데, 당시 Arm 컨소시엄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음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별다른 M&A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았는데, 지난 2021년 7월에는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은 31일 대형 M&A 계획과 관련해 “현재 진행중”이라며 “구체적인 윤곽과 검토 중인 기업 등은 워낙 보안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도 130조원 가량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Arm 인수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내용은 없으며, 공식적으로 Ar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나오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Arm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결성한다고 해서 Arm을 성공적으로 인수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아무리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해도 반도체 자국중심주의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영국이 Arm을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컨소시엄이 Arm을 성공적으로 인수한다고 해서, 각 기업이 얼마나 Arm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도 여러 기업이 모인 컨소시엄에 지분을 매각했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확보한 지분이 도시바와 일본 국책기관이 보유한 지분보다 적었기 때문에, 이후 컨소시엄 측에서 별다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키옥시아처럼 Arm도 컨소시엄 단위로 인수할 시, 컨소시엄에 속한 기업이 Arm에 경영권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