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의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일수록 과몰입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한국게임학회에 따르면 장예빛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온라인 게임 이용 동기와 온라인게임 과몰입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과몰입의 가장 큰 이유는 현실도피”라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 변화와 이슈를 디지털 매체로 접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타인의 삶과 자기 삶을 비교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러한 상황 속 (게이머들이) 사회적 연결을 회피하고자 하나, 사회적 단절로부터 비롯되는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상쇄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하다”면서 “문제는 현실도피 또는 현실회피에 따른 게임 이용이 미디어 과몰입을 높일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게임을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주장은 게임이 사회성 저하를 초래한다는 근거로 자주 사용되던 내용이다. 물론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신민정∙이경민∙유제광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실제로 온라인 게임의 사용 시간 및 빈도와 대인관계를 조사한 연구에서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이 많은(주당 30시간 이상) 그룹이 사용 시간이 적은(주당 0-7시간) 그룹에 비해 오프라인에서의 상호 대인관계가 빈약했다.

그러나 게임 이용이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성 약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공격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실제로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현실도피’의 측면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사회적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게임은 또 다른 사회

‘만두야 혈원들 스피드 애들한테 맞았단다. 접(속) 가능하냐? -군주 형님-‘

리니지 20주년 기념 광고 ‘당신의 첫 번째 MMORPG’에서 나온 멘트다. 온라인 게임은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과 유사성을 갖는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경우에는 경쟁 외의 게임 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또한 게임 플레이의 일부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리니지는 사회의 축소판이에요. 사회와 정치, 인류의 모든 걸 통합해놓은 게임 이상의 무언가랄까?” 40대 박충현 씨(가명)는 리니지를 하는 결정적 이유로서 혈맹원들간의 관계를 꼽았다.

리니지W 플레이 화면 (출처: 구글플레이)

리니지는 ‘성을 차지한다’는 전쟁 콘셉트의 이용자 간 결투(PvP, Player VS Player) 형식의 구조를 띠고 있다. 이 구조 속 리니지 내엔 ‘혈맹’이라는 세력 구도가 존재한다. 크게 성을 차지하는 ‘성혈’과 반대 세력인 ‘반왕’으로 나뉜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 대립 관계에 놓여 있으며 공성전과 필드전을 펼쳐 세력 싸움을 벌인다. 이 속에서 이용자들은 혈맹 간의 전투를 통해서 정, 경쟁 심리, 책임감 등의 감정을 갖게 된다. 리니지 이용자들은 ‘아덴성’ 같은 대도시에서 서로 만나 함께 할 팀을 찾고, 무기와 장비를 거래하고 강화하기도 한다.

비록 이는 개발자가 설계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유사한 공간으로서 적용된다. 단순히 게임 자체만의 재미뿐만 아니라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를 육성하고, 탐사도 나서며 사회적 교류도 하는 경험의 장이라는 점에서 사회의 축소판, 사회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 내 이러한 문화를 ‘깡패 놀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인간사의 원리가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혈맹원과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편할 때가 있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기는 곤란한 그런 고민 있잖아요. 혼자 묻히기보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혈맹원들에게 털어놓으면 시원할 때가 있죠. 날카로운 충고도 듣기도 하고요.”

게이머들이 게임 내 임무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회 정서적인 대화를 더 많이 나누고 있다는 걸 발견한 연구도 있다. 양서윤, 최수미 교수에 따르면 이는 게임을 많이 이용할수록 생산하며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의사소통을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에서 MMORPG를 본 연구진들은 MMORPG의 과몰입성과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공격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MMORPG를 할 경우, MMORPG를 통한 공격성의 해소가 게임에 대한 과몰입을 높이고 게이머들을 현실에서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인관계의 장으로서 MMORPG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에는 게임 내에서의 대인관계 경험이 현실 사회적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결국 게임을 이용하는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이용자를 고립시킬 수도, 혹은 사회적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자, 업계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사회성은 인간의 근본적인 성질로서 본연적인 가치를 띤다. 여태껏 사회성 부족이 게임 이용에 있어서 대표 문제로 지적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는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날이 갈수록 퍼져나갔다. 2022년 현재,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청소년 보호법 내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이 ‘인터넷 게임 중독∙과몰입’으로 수정되는 등 게임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법률에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물론 게임을 둘러싼 여러 문제 또한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 게임에서 이뤄지는 언어폭력 등의 일부 과격한 문화 또한 ‘놀이’라는 이유로 각종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소수만의 문화가 아닌 게임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에 대한 사고가 이뤄지고, 실천돼야 할 시기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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