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라이더 직고용, 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동안 국내 라이더수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라이더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43만 8000명,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했습니다. 고용이 어려워진 팬데믹 중 배달을 하면 월 500만원은 거뜬히 번다는 라이더들의 인터뷰가 속속 등장하기도 했죠.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완화되는 요즘, 라이더들은 이전보다 괜찮은 콜 하나 잡기도 쉽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라이더를 직고용합니다.

 

라이더가 정규직? 

 

우아한형제들이 정규직 라이더를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5년 배민 라이더스 일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적이 있었으나 라이더들 사이에서 정규직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판단해 정규직 라이더 고용사업을 종료했습니다.

이번 우아한형제들이 고용하는 정규직 라이더는 7월 1일 정식출범 예정인 우아한청년들의 자회사 ‘딜리버리앤(N)’ 소속으로 강남권의 배민1, B마트 배달을 수행하게 됩니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라이더용 앱인 ‘배민 커넥터’에서 기존 라이더와 동일한 AI 배차 시스템으로 콜을 배정 받기 때문에 기존 라이더와의 콜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배민의 정규직 라이더들은 수습 6개월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채용될 예정입니다. 근무조건은 주 5일에 일 9.5시간 근무로 기본급은 3120만원, 성과급 포함 최대 45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라이더에게 지급될 성과급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아한청년들측은 정규직 라이더 채용공고에 다양한 복리후생을 명시했습니다. 현재 배달의민족 배달을 맡은 라이더 대부분이 자영업자, 혹은 아르바이트로 배달을 수행했기에 폭넓은 복리후생을 내세워 더 많은 라이더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우선 배달에 필요한 전기/내연 바이크 무상지원하고 4대 보험과 유상종합 보험, 라이더 운전자보험 가입을 지원합니다. 또한 유류비와 헬멧, 조끼 등 배달용품을 무상지원하고 자기계발 도서비와 경조사비까지 지원합니다. 

 

왜 지금?  

 

배달의민족의 정규직 라이더 채용은 두 가지 측면이 고려된 결정으로 보입니다. 우선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달 종사자분들의 근무환경이나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규직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있을지 점검하고 부응하는 차원”에서 정규직 라이더 채용을 계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달이 급증한 후 계속해 이어지는 라이더 처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정규직에 대한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본 셈이지요. 또다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휴일과 고정된 수익이 보장된 직고용 라이더에 대한 수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이전부터 우아한형제들측은 직고용에 대한 수요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인데요, 당시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는 직고용을 할 생각이 있냐는 질의에 직고용 라이더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아한형제들은 이제 정말 정규직 라이더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다른 한편에서는 정규직 채용의 원인이 라이더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전까지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은 라이더와 플랫폼이 직접 계약해 음식을 배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모두 강남권 등 배달 수요가 높은 일부 지역에서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손잡았습니다. 빠른 배달을 보장해야 하는 단건배달에서 충분한 라이더가 확보되지 않아 빠른 배달이 어려워지자 배달대행업체와 손 잡은 셈입니다.

또한 현재 다수의 라이더가 배달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중고시장에 오토바이 매물이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죠. 현재 배달 플랫폼의 배달 건수는 계절상 비수기인 점을 고려해도 전년도보다 감소한 추세입니다. 수익을 내려면 배달을 해야하는데 배달건수 자체가 부족해진 지금, 라이더들이 더 이상 배달업에만 종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경쟁사인 쿠팡은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직고용 계약직 라이더 ‘이츠 친구’를 고용 중입니다. 이들은 쿠팡이츠 소속으로 강남권 쿠팡이츠마트 배달을 맡습니다. 

이와 같이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를 직고용한다면 원하는 때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라이더들과 달리 업무 시간 내에서 안정적인 배달 업무를 수행할 라이더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비용이 큰 프로모션을 수행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업무 시간 내 배달을 수행할 직고용 라이더가 확보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모션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우아한형제들로서는 오히려 수익성을 증대할 방안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라이더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나뉩니다. 능숙한 라이더는 배민에서 지급하는 월급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기에 정규직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입장과 콜이 부족하고 유류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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