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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IT] 굿바이 아이팟, 아이팟이 남긴 유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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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이제 단종을 앞둔 아이팟, 그 아이팟이 세계 제품 시장에 준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 한때 우리나라 제품이 전 세계 휴대용 시장에서 짱먹던 시기가 있었던 거 아시나요? 바로 아이리버.

예전엔 디지털 파일을 구해서 넣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제 얘긴 아니고 저도 삼촌한테 들었습니다. 하여튼 이 파일 포맷이 MP3였는데요. 이 MP3 플레이어 한국 제품이 짱먹었었죠.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상한가요? 여기 이 로고를 발렌시아가로 바꾸면 개간지납니다. 굉장히 파격적인 디자인이죠. 옛날에 잘나가는 누나 형들 이거 꼭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미지를 위해서였죠. 여기서 머물지 않고 디자인도 꾸준히 발전해서 더 작고 슬림해졌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아이팟이 등장했죠. 지금 봐도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죠. 나중에는 더 단순해졌습니다. 바우하우스 계열 디자인이라고 있는데요. 단순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입니다.

아이팟 성공 비결은 몇가지 있는데요. 우선 아이튠즈라는 좋은 생태계가 있었어요. 이때 음악 대부분 불법 다운로드할 때거든요. 그런데 애플은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곡당 99센트에 팝니다. 우리나라보단 비쌌지만 미국 기준에서는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선 음원 시장에서 영향력이 점점 커졌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거,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탑재했었습니다. 그때 홍보 문구가 1000 songs in your pocket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몇 GB 주니까 실제로 1000곡 넣을 수 있었습니다. 애플이 이때 Think Diffent라고 홍보하면서 예술가를 겨냥하는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었던 것과 일치하죠. 우리나라 MP3, 플래시 메모리 쓸 때거든요. 이 메모리가 비쌌어요. 그래서 64MB, 256MB 정도 줘서 한 10곡 정도 넣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미지인데 10곡밖에 못 갖고 다녔죠.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걸수도 있습니다.

하여튼 아이팟, 그게 다가 아니라 학생들이 이동식 디스크로 쓸 수 있었죠. 이때는 USB가 굉장히 비쌀 때예요. 클라우드도 없었죠. 그래서 과제를 메일로 보내놓고 다시 다운받고 이랬던 땝니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죠.

이 뒤에 애플은 아이팟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미니, 셔플, 나노, 터치까지 있었습니다.

우선 아이팟 미니, 모르셔도 됩니다.

아이팟 셔플은 화면 없는 제품이에요. 옷핀처럼 꽂아서 쓸 수 있는 거였죠. 대신 듣고 싶은 음악 못 고릅니다. 저렴하긴 했어요.

아이팟 나노, 아이팟의 새 시대를 연 제품이죠. 저도 1세대를 갖고 있었는데. 정말 단순하고 가볍고 작았거든요. 간지 났습니다.

특히 아이팟에서 점점 발전한 휠이 이 작은 기계에도 들어갔었죠. 이 휠 UI는 지금도 여기저기 쓰입니다. 동그란데 터치 제품인 데는 다 쓰여요.

아이팟 나노에는 아이폰 등장 직전에 커버플로우라는 기능도 들어갔었죠. 앨범 커버를 돌려가면서 노래를 선택하는 인터페이스였습니다. 이때 애플은 디지털 화면에서 실물처럼 보이는 인터페이스를 많이 썼거든요. 스큐어모피즘이라고 부르죠. 이 커버플로우가 아이폰 음악 재생 앱에서도 쓰였고요. 지금도 찾아보면 여기저기서 쓰입니다. 이 커버플로우가 중요했던 이유, 스큐어모피즘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다음 음악을 재생할 땐 쓸어서 한다는 겁니다. 지금 커버플로우를 안 쓰는 앱들도 쓸어서 넘기죠. 예전엔 어땠을까요? 목록에서 선택하거나 버튼을 눌렀습니다. 음악 앱에, 그리고 터치 기기에 직관성을 부여한 거죠.

아이폰 등장 이후에는 완전판인 아이팟이 나왔죠. 이 아이팟이 얼마 전 단종 선언을 한 아이팟 터치입니다. 개념은 간단해요. 통신사 가입 안 한 아이폰입니다. 그냥 아이폰 와이파이에만 연결해서 갖고 다니는 거죠.

처음에는 아이폰 앱을 쓸 수 있으니까 활용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쓸모없는 물건이 됐죠. 애플 아케이드로 게임도 할 수 있고, 애플 뮤직, 애플 tv+ 이런 걸 다 쓸 수 있습니다. 대신 음악을 듣기 어려워요. 예전엔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사서 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스트리밍하기 때문이죠. 음악을 사랑해야 하는데 집 밖에선 음악을 못 듣는 거예요. 이것이 더 이상 아이팟을 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저도 아이팟 쓰면서 간지 많이 부렸었는데, 사라진다니까 아쉽고 뭐 그러진 않네요.

아이팟 나노 이야기 다시 해볼까요. 아이팟 나노는 계속 발전하다가 나중에는 시계모양이 됐었어요. 여기서 쓰이던 인터페이스 어디서 쓰일까요? 애플 워치가 되었습니다. 두 제품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터페이스 유사성 상당히 있습니다.

자, 아이팟이 남긴 유산 정리해보겠습니다.

첫번째, 휠 UI. 당시 보통 리스트에서 버튼 눌러서 선택하는 게 대부분의 기기 인터페이스였어요. 그런데 살살 돌리면서 선택한다. 굉장히 세련됐죠.

두번째, 커버플로우. 예쁜 것도 예쁜 건데 진행 방향, 관성 스크롤, 손가락 스와이핑과 일치시켰죠.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지금도 쓸어 넘기는 겁니다.

세번째, 음악을 사서 듣는 문화. 이거 거의 애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음원을 싸게 팔고 그에 맞는 쿨한 기기를 팔아서 생태계를 띄웁니다. 다른 회사보다 애플이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죠.

네번째, 이게 중요합니다. 토니 파델. 아이팟의 아버지죠. 휠 UI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이고요. 애플 퇴사 후에는 네스트를 만들어서, IoT 시장 대혁명의 시작을 이끌었는데요. 이 토니 파델은 원래는 음악 기기 벤처를 하다가 망하고, 애플에 들어와서 이 노하우를 아이팟 만드는 데 씁니다. 그 이후에 네스트가 구글에 인수되고 난 후에 구글에서 나왔습니다. 지금은 Future Shape이라고 부르는 투자사를 운영하고요. 아이팟이 없었다면 지금의 토니 파델도 없겠죠. 그래서 저는 아이팟이 남긴 최고의 유산, 토니 파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오늘 준비한 내용 여기까지고요. 아이팟 터치 재고 소진 시까지 판매 중이라고 하니까 사지 마세요. 쓸모없습니다.

자 그럼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는 제품 역사 이야기, 찾아오겠고요. 그때까지 구독, 팔로우, 알림 설정.

영상.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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