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왜 너도나도 캠퍼스로 향하나?

시중은행의 시선이 대학교로 쏠렸다. IT기업이 아니라, 은행이 대학교에 IT서비스와 결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교와 손잡고 서비스 구축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대학교 캠퍼스 앱을 만들면서 첫 발을 뗐다. 학생증, 학사관리, 출결관리 등 대학생활에 필요한 앱 서비스다.

곧이어 KB국민은행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최근 국민은행은 모바일 학생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입찰공고를 내놓고 사업자 선정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하나은행은 고려대학교와 손잡고, 고려대 통합 앱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연세대학교와 제휴해 연세대 통합 앱에 결제 기능을 서비스하고 있다.

참여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수익화가 사업의 주 목적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그보다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대학생을 미리 고객으로 확보해 향후 경제력이 갖춰지면 주거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중은행별로 전략이 다르다. 가장 먼저 시작한 신한은행은 금융보다 대학생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증, 전자출결, 학사행정, 도서관 이용,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대학생 전용 모바일 서비스다. 당장 신한은행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국민은행이 준비 중인 서비스도 비슷하다. 사업공고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대학교와 제휴를 맺어 학생증, 교내 시설물 이용, 강의 시간표 등 기능을 담은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연내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OO대학교 앱’이 아니라 국민은행 자체 앱을 통해 대학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큰 틀에서 공통 플랫폼을 제공하되, 학교마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대학교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고려대와 손잡고 스마트 캠퍼스 서비스인 고려대 통합 앱을 개발 중이다. 현재 고려대 서비스 앱은 기능별로 분산이 되어 있는데, 1차적으로 이를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서 하나은행은 결제 기능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결제는 하나금융그룹의 그룹통합 결제 서비스인 하나머니를 기반으로 만든다. 캠퍼스 안 학생식당, 카페, 문구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결제 사용처를 고려대의료원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아직까지 고려대 앱이 학생과 교직원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의료원 결제 확장 서비스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모두 비슷한 시점에서 캠퍼스 서비스에 뛰어든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는 이야기다. 대학교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한 번에 큰 단위의 고객이 생긴다.

하나은행의 경우, 캠퍼스 앱에 결제 서비스를 넣으면 계좌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신규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관건은 이렇게 확보한 신규고객이 경제능력을 갖춘 이후에도 자행 앱을 쓰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하나금융그룹의 결제 경험을 하면서 졸업 후에도 은행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데이터 활용 측면이다. 캠퍼스 앱을 통해 금융·결제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금융 데이터의 경우 학생들의 교내 결제·소비 습관이나 패턴 등이 해당되고, 비금융 데이터는 학사정보나 커뮤니티를 통한 학생들의 관심사, 관심도 파악 등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융 데이터는 자체 서비스 제공으로 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비금융 데이터는 대학교와 협의가 필요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캠퍼스 서비스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익성이 전혀 없는 캠퍼스 서비스가 맹목적으로 금융권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확보할 수 있는 비금융 데이터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실무자는 “왜 비슷한 시기에 금융권에서 캠퍼스 서비스를 하게 됐는지 업계에서 의문을 품는 분위기”며 “타행에서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과당경쟁의 기조가 조금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쨌든 첫발을 뗀 만큼 금융권에서 더 많은 대학교와 제휴해 캠퍼스 서비스를 할 전망”이라며 “처음에는 가벼운 서비스로 시작해 점차 서비스나 전략을 고도화해 나가지 않을까”라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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