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첨단 반도체 기술 탈취한 中, EUV도 없는데 왜?

국내 첨단 반도체 세정공정 기술이 최근 중국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에 근무했던 연구원 2명과 부품 협력사 직원 2명이 해당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해당 인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중국에 유출된 기술은 세메스에서 2018년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다. 초임계 세정장비란 액체와 기체 사이의 성질을 가진 초임계 물질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하는 장비를 말한다. 물, 이산화탄소 등 물질에 압력과 온도에 변화를 주면 초임계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세메스에서 제공하는 기술은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웨이퍼를 세정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는 세정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웨이퍼 가공 직후에는 감광액(Photo Resist, PR) 찌꺼기나 산화막, 파티클 등 불순물이 남아 있는데, 이 불순물이 반도체 결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업체는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Front-end) 과정에서 세정 공정을 진행한다.

세정 공정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한 물 ‘초순수’와 이를 활용한 용액을 이용해 세정하는 습식 세정과 플라즈마·레이저 등 액체 외 물질을 활용하는 건식세정, 증기를 활용해 세정을 하는 증기 세정이 이에 해당된다.

습식 공정은 비용이 적게 들고 공정 방식이 간단하지만 미세공정에 사용할 때에는 미세한 불순물을 제거하기에 어렵다. 또한, 습식 공정 이후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수반된다. 증기 세정법은 습식 공정에 비해 효과적이긴 하지만 세정 후 잔류물이 웨이퍼에 남아 습식 세정공정을 추가로 해야 한다.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고 구조가 미세해지면서 건식 세정의 중요성은 커졌다. 세메스가 개발한 초임계 세정공정 장비도 건식 세정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장비를 사용해 세정 공정을 진행하면 반도체 제품의 불량률을 줄이고, 수율을 올릴 수 있다. 선단(Advanced)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초임계 세정공정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해당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세메스는 초임계 세정공정 기술은 모회사 삼성전자에만 납품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메스를 퇴사한 연구원 2명과 부품 협력사 2명은 회사를 설립하고 협력사로부터 더 높은 가격에 부품을 납품 받았다. 이후 수급 받은 부품으로 장비를 만든 후, 중국에 납품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기술 유출자는 중국 소재 연구소를 대상으로 초임계 세정장비를 그대로 만들어 주겠다 했으며, 18억여원을 받았다”며 “초임계 세정장비를 만들어준 뒤에는 대가로 800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도 중국제조 2025와 반도체 자립을 하겠다는, 일명 ‘반도체 굴기’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이루기 위해 해외 기업으로부터 인재를 데려오고, 기술을 탈취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국은 초임계 세정장비 기술을 탈취했다. 초임계 세정장비는 선단 공정에 필요한 세정 공정이지만,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초임계 세정기술을 탐낸 이유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은 전반적인 반도체 인프라를 자체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꼭 미세공정을 당장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도체 에코시스템, 특히 전공정 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국은 반도체 제조뿐만 아니라 장비 기술 등 반도체 에코시스템 전반에서 기술 독립을 이뤄야 한다”며 “중국의 경우 후공정 산업은 자체적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전공정 산업은 아직 그렇지 않아 일단 기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은 초임계 세정기술 유출 사건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일당 4명에게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 유출한 경우, 행위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산업기술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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