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서울에서는 택시가 너무 안 잡힙니다. 진짜 안 잡혀요. 온갖 택시 승차 플랫폼을 동원해봐도 잡기가 너무 힘듭니다. 특히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는 막차 시간 즈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로 뛰쳐나오는데요. 한 손에는 스마트폰 택시 앱을, 다른 한 손은 도로를 향해 끊 없이 흔드는 그들 가운데 저도 섰습니다.

늦은 밤, 조금이라도 승차 가능성을 높이고자 흐르는 차들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우리들은 이러다 개성까지도 가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얼굴을 익혀 잔정이 조금씩 오가는 사이, 누군가 승차에 성공하면 박수를 보내기에 이르렀는데요. 여전히 쌀쌀한 밤공기를 맞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펫택시를 타보는 건 어떨까?’

카카오T를 켜면 보이는 ‘펫’

펫택시는 201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운송업’이 법적으로 인정받으며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펫택시 운영을 위해서는 지정 교육을 받고, 차량 등록지 관할 구청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가능한데요. 이때 승객과 기사 사이를 플랫폼 사업자가 연결해 서비스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플랫폼에서 직접 기사를 모집한 뒤 사업자등록을 돕기도 하죠. 카카오T 펫처럼요.

카카오T가 펫택시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지난해 스타트업 ‘펫미업’을 인수한 결과인데요. 직접 ‘카카오T 펫 드라이버’라는 이름의 기사를 적극 모집 중입니다. 승객은 카카오T 앱에서 ‘펫’ 탭을 터치한 뒤 승차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 방법은 택시 호출과 거의 똑같아요. 반려동물 이름과 종, 마리 수 등을 등록해야 한다는 점만 빼고요. 또 결제는 사전확정요금제에 따라 앱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기자 역시 카카오T 펫 드라이버에 지원한 상태다. 두근거리는 이 마음.

우티, 타다 끝에 떠올린 ‘펫 꼼수’

그런데 왜 뜬금없이 펫택시 타령이냐? 먼저 지난 2주간 총 5번의 심야 택시 승차 경험을 종합해봅니다. 탑승 시간은 모두 자정 전후고요. 출발지는 건대입구역·경복궁역·을지로·상수역·홍대였으며, 도착지는 낙성대역으로 동일합니다. 출발지들이 하나 같이 핫 플레이스인 만큼 단 한 번도 배회영업 중인 택시를 잡는 데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매칭에 성공한 앱은 우티 3회, 카카오T 1회, 타다 1회입니다.

막차 시간이 가까운 밤 11시부터 매칭을 시도해, 최소 30분 이상은 반복해야 했는데요. 차마 모범택시를 부를 수는 없어 카카오T는 일반 택시와 블루를 번갈아 가며 시도했습니다. 택시 기사님들 말씀으로는 “막차 시간이 아니라 저녁 9시든, 10시든 퇴근 시간 이후 밤이 깊어질수록 운행하는 택시가 줄어들기 때문에 잡기 어려울 것”이라 하십니다.



카카오T가 1회 매칭 됐을 당시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출발지로부터 약 3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기사님께서 실수로 콜을 수락하셨는데요. 콜 취소를 위해 제게 전화하셨다가, 제가 벌써 1시간째 택시를 잡고 있다고 사정사정하니 그럼 기다리라고 하시더군요. 승차와 함께 압도적 감사를 표현하니 “고생 많았다”며 “기사들도 요즘 동료들이 많이 떠나 잘 쉬지도 못하는 데다, 기름값도 치솟아 살기 힘들다”라고 하소연하시더군요.

특이한 점은 우티의 매칭 성공률(표본은 5회밖에 안 되지만)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매칭까지 걸리는 시간은 비슷했으나, 끝내 탑승까지 이뤄지는 앱은 우티였습니다. 관련해 우티로 매칭한 기사님들께 이유가 있을까 여쭈니 “의리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최근 카카오T가 여러 잡음이 있었는데, 우티는 수수료나 가맹 서비스 등 운영에 있어 기사들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데요. 한 기사님은 오직 우티만을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이런 우티마저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을 때, 타다를 사용해봤습니다.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허수아비처럼 팔을 흔들던 사람들 속에서 우주선처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며 내 앞에 선 타다를 말이죠. 자동문이 스르륵 열리니 주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내부도 쾌적하고 좌석도 넓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내리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건대에서 낙성대까지 5만원 넘는 요금을 내기 전까지는요(일반 택시는 할증이 붙어도 2만원 내외). 탄력요금제 공포증이 생길 지경입니다.

택시 대란 속 등장한 타다는 나를 스타로 만들어줬다. 그러나 영수증을 보는 순간 멀미가 났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펫택시’입니다. 어차피 나와 반려동물은 지능이나 행동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고요. 카카오T 앱에서 일반 택시 호출과 같은 방법으로 펫택시 예약이 가능하기에, 이를 악용한 ‘회식 후 펫택시 타고 귀가하기 꼼수’가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카카오T 펫은 3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어, 시간만 잘 맞춘다면 이보다 더 좋은 귀가 수단은 없을테니까요.

“내리세요” 꼼수 차단한 펫택시 기사님 인터뷰

결론은 ‘대실패’입니다. 기사님은 승차를 기다리는 제게 “혹시 반려동물은 어디 있나요?”라고 여쭤보셨습니다. 저는 가방 안에 있다며 대충 얼버무리려 했으나 “반려동물을 제가 확인해야 운행할 수 있어서요”라고 웃어 보이시더군요. 그래서 실토했습니다. 그런 것은 없다고요. “그럼 예약 취소하겠습니다. 반려동물 없이는 운행이 불가능해서요”라며 지체 없이 떠나시려는 기사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얻어낸 인터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Q. 어떻게 카카오T펫 기사로 일하게 되셨나요?

카카오T 광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저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고요. 일하고 싶은 날짜와 시간에, 원하는 콜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일정 횟수 이상 운행하면 초기 가입비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결심하게 됐습니다.

Q. 가입비요? 등록 절차 가운데 비용이 드나요?

카카오T펫 기사 등록 절차는 ▲모집 지원 ▲보험심사 ▲모두의싸인을 통한 가입 ▲키트 수령과 설치 ▲구청 서류 심사 및 차량 실사 ▲최종 면허 발급 순으로 진행됩니다.

이때 가입비 18만4000원을 내야 하는데요. 카카오T 측에선 동물운송업 등록을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합니다. 가입비를 납부하면 카카오T에서 매트, 안전 펜스, 안전벨트 등을 포함한 종합 키트를 보내줍니다. 이를 갖춰야만 구청 차량 실사를 통과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뒷좌석 촬영을 위한 블랙박스 등 카메라를 별도로 갖춰야 합니다. 면허세 4만원도 구청에 납부해야 하고요. 운행 수수료는 20%고, 보험료는 카카오T에서 준비한 단체보험에 자동 가입돼 정산 시 보험료는 빼고 들어옵니다. 그 외에도 소독제나 배변패드 등 소모품은 직접 구비해야 하니 비용이 들고요. 기사 나이 만 59세 이하, 운행 차량 연식 7년 이하 등의 조건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Q. 제가 시도한 꼼수를 대차게 거절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실 기자님이 제 첫 꼼수 손님(?)이었는데요. 사전에 교육을 받아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승객이 반려동물 없이 탑승하려는 경우 합법적으로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라는 점과, ‘승객이 직접 탑승을 취소하지 않으면 기사가 취소할 수 있다’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전확정요금제이기 때문에 탑승 취소 이후에도 운행 요금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라는 것이죠.

Q. 즉, 꼼수 손님을 퇴치해도 수익은 보존이 된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저도 본업이 있는데, 기껏 예약시간에 차 몰고 나갔더니 허탕 치면 정말 기분 나쁘잖아요. 이를 카카오T 측에서 사전확정요금제와 앱 결제를 통해 방지해줍니다. 그래서 꼭 반려동물이 함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규정을 확인해보니 카카오T펫은 반려동물 없이 탑승 시 취소수수료로 운행 요금의 100%를, 출발 시간 5분 이후에도 기사님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탑승하지 않는 경우 취소수수료로 운행 요금의 100%를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Q. 카카오T펫 기사의 장점이 있다면요?

카카오T 앱 내에서 모든 결제와 정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승객과 껄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확실하고요. 동승자 수와 반려동물 수, 크기 등이 표기돼 수락 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업무 시간이 자유롭고, 정산도 매일 가능하고요. 이동 거리도 병원, 카페, 펜션 등 중장거리라 평균 운행 단가는 2만원대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만난 모든 승객들께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계신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요금을 내고 이용하심에도 불구하고 ‘우리 강아지·고양이를 태워주셔 감사합니다’라는 태도로 이용하세요. 그간 일반 택시 등을 이용하며 얼마나 불편했으면 저러실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진상 승객 전혀 없고, 강아지들 너무 귀엽고, 고양이들 너무 얌전합니다. 반려인으로서 업무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Q. 반대로 단점은요?

사실 아직은 콜이 많지 않습니다. 카카오T 측에서는 “카카오T 가입자가 3000만명이고, 이를 단순 비율로 계산했을 때 반려인은 600만명이니 콜이 보장된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더군요. 그나마 밤보다는 낮, 평일보다는 주말에 콜이 많습니다. 부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평일보다 주말 낮 시간대를 노리는 게 좋아요. 휴일에 쉬지 않고 해야 하는 부업입니다.

꼼수 통하지 않는 택시 대란, 미래는?

펫택시는 택시업계의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택시업계는 “반려동물만 싣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동승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일반 택시랑 다를 바 없다”라 주장합니다. 사업자 등록도, 관련 비용도 부담이 적은 펫택시가 일반 택시 승객까지 빼앗는다는 것이죠. 또 반려동물 이동장(켄넬)을 사용한다면 대부분의 일반 택시 역시 반려동물 탑승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반려인들의 펫택시 수요는 확실합니다. “일반 택시에 반려동물을 태우려면 기사님 동의가 필요한데, 시작부터 승차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 이동하더라도 혹시 차량을 더럽힐까, 시끄럽게 하지는 않을까, 우리 아이가 멀미하지 않을까 온통 신경 쓰인다. 반면 펫택시는 오히려 기사님이 우리 아이를 걱정해주신다. 여러모로 매우 편리하다”라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고민은 저 스스로의 귀가입니다. 언제쯤 택시를 맘 편히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관련해 서울시는 심야(오후 9시 ~ 오전 4시)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했습니다. 개인택시는 이틀 업무 후 의무적으로 하루를 쉬도록 하는데 이를 심야에 한해 적용 제외한 것이죠. 그럼에도 택시 업계는 밤 12시 이전 할증 미적용, 밤 12시 이후 승객 부족 등을 이유로 운행을 기피하는 분위기라 합니다.

봉인당한 펫택시 꼼수.. 문득 저는 어느새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힌 ‘카풀’이 떠오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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