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라는 단어가 요즘 언론에서 자주 눈에 띕니다. ESS는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의 약자로, 복수의 발전원으로부터 생산 후 남은 잉여에너지를 받아 한 곳에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이를 분배하는 저장 장치를 말합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친환경 에너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ESS야 늘 떠오르는 이슈지만, 올해는 유난히 주목도가 높아 보이네요. 우리나라에서도 ESS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을 다수 추진해왔는데요, 이번 인사이드 배터리에서는 ESS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와 우리나라 ESS 산업 현황, 대안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친환경 정책·석유 파동으로 주목받는 ESS

ESS 시스템 내부는 배터리와 전력의 송·수신을 담당하는 PCS(Power Conversion System), 에너지 소비를 감시하고 전력 수요를 예측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제어하는 PMS(Power Management System)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전력이 필요한 곳은 가정, 공장, 기관 등 다양한 곳이 있겠죠. PMS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을 파악하고, 저장돼 있는 전력을 보낼 것을 명령합니다. 이후 ESS 시스템은 배터리에 저장돼 있는 에너지를 PCS를 통해 송신합니다. 또한 잉여 전력이 공급되면 PCS를 통해 발전원으로부터 전력을 받고, 배터리에 저장을 합니다. ESS는 이 같은 방식으로 가동됩니다.

ESS의 발전원에는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부문도 포함됩니다. ESS와 신재생 에너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친환경 에너지는 대부분 간헐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구름이 많거나 해가 지면 더 이상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풍력 발전도 마찬가지로 바람이 없으면 에너지를 만들 수 없죠.

신재생 에너지는 기후 조건이 맞을 때에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해당 시간에만 전력을 사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해 놓은 후, 이를 수요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ESS가 해주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ESS 설치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ESS 기술에 손을 뻗은 지 벌써 몇 해가 흐른거죠. 그럼에도 최근 들어 유난히 ESS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적잖은 ESS 관련 기사가 최근 들어 쏟아지고 있죠.

ESS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친환경 정책과 석유 파동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친환경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친환경 정책을 준수하고 RE100 등 친환경 캠페인을 가입하는 등 그 기조를 함께 따라가고 있죠. ESS 사업에 민관이 손을 뻗는 것도 친환경 정책 준수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세 번째 석유 파동이 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합니다. 그만큼 화석 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커졌는데요, 결국 대중은 화석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ESS에 대한 관심도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가 ESS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국내 배터리 업체도 ESS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고요.



해외보다 국내 ESS가 뒤처진 이유

우리나라도 ESS 시장에 이미 뛰어들긴 했지만, 그에 비해 시장 성장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ESS 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조건인 데다가 그간 화재 사고도 다수 발생했고, 관련 정책이 뒤늦게 마련된 것이 ESS 산업 축소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도입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보면 땅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괜찮은 부지도 주민의 반대로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풍력 발전은 우리나라 지형상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산간 지역인데, 산간 지역에 풍력 발전소를 만들면 삼림 파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또 다른 환경 파괴를 해야 하는 것이죠. 대안으로 해상 풍력 발전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 초기 단계인 데다가 바닷속에 시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운데, 이 영역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ESS 시설을 도입했다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ESS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ESS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NICE평가정보에서 발행한 ESS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ESS 화재사고는 총 28건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2021년 3월에는 경북 영천에서, 같은 해 4월에는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ESS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죠.

결국 2021년 6월, 전기안전공사는 ESS 화재원인 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습니다. 조사단에 따르면, 화재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기업에서 제공한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해당 기업은 관련 배터리를 선제적으로 자발적으로 교체했다고 밝혔고요. 다만 삼성SDI는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자사 배터리가 직접적으로 폭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관건은 ‘정책 강화·배터리 안전성 확보’

ESS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여러 걸림돌이 있었지만, 친환경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이상 ESS 산업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배터리 업체 등도 ESS 산업 한계를 극복하고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ESS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ESS 안전성 강화에 나섰습니다. 우선 산업부는 ESS 충전율을 보증수명 중심으로 바꿨습니다. 그간 ESS 충전율은 실내, 옥외 중심으로 책정됐는데요, 배터리를 사용할수록 용량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을 개선한 겁니다. 이를 통해 셀의 열 폭주를 막고 폭발도 막을 계획입니다. ESS 전력 사용자도 보증수명 용량 이하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더불어 사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보 장치를 마련하고, 안전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여기에 전기설비 사고조사위원회를 신설해 ESS 화재 사고 발생 시 해당 사건을 전담하도록 정책을 개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ESS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의 ESS 시설 운영 상황을 살피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95억1200만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고요.



기업은 안정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 개발·양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LFP 배터리 양산을 계획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한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LFP배터리를 개발해 완성차 시장에 납품하기에는 중국이 이미 해당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LFP배터리, 하이 망간 배터리 등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이유는 ESS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SS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배터리를 무한정 탑재할 수 있는 것인데요, 따라서 굳이 에너지 효율이 좋은 프리미엄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각 기업은 안정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배터리를 양산해 이를 ESS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관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ESS 시장 규모는 2019년 11.1GWh정도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94.2GWh까지 커질 것”이라며 “연평균성장률(CAGR) 42.8%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도 시장 성장세에 발맞추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ESS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는데요, 각 부처의 노력이 우리나라 ESS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해 봅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