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제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될 이유

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아무도 관심 없는 뉴욕 3편, 시작합니다.

자 오늘은 뇌피셜입니다. 바로 한국 결제 시장이 갈라파고스화되는 이유.

자 저번 편에서 제가 애플 페이 이야기를 말씀드렸죠. 핵심은 탭투페이입니다. 탭투페이가 보급되면 전 세계에서 애플 페이 도입이 아주 쉬워질 겁니다. POS가 없어도 되기 때문인데요. 사장님 아이폰에서 결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POS가 필요 없죠.

자, 이거 미국에서 폭발적이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이미 소매점 90%가 애플 페이를 지원 중이에요. 10%밖에 안 남았죠. 그러니까 이 서비스는 전형적인 개도국용 서비스입니다.

소비자용 기술이 발전할 때, 만약 어떤 국가 주요 시스템이 뒤처질 때 있죠. 예를 들어서 동남아에서는 PC 인터넷이 별로 발전을 안 했었어요. 그 후에 모바일 대폭풍이 왔죠. 이렇게 한세대에서 뒤처지면 그다음 세대에서는 퀀텀 점프가 일어나거든요. 중국 뱅킹 시스템 생각해보시죠. 중국은 한국처럼 은행가는 게 편한 나라는 아니었죠. 그런데 위챗이 QR로 송금하는 거 내고 나니까 한국보다 결제가 더 쉬운 나라가 됐죠. 중국에서는 이제 노점에서도 위챗으로 결제를 받습니다.

미국과 한국 뱅킹·카드 시스템 어디가 더 좋냐고 하면 저는 한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앱으로 해도 빠르고 은행 가도 빨라요. 그런데 앞으로는 이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걸 갖고 있으면 뒤처지기도 하거든요. 액티브 엑스가 딱 그 모양이었습니다. 애플을 비롯해서 구글, 삼성이 모두 NFC 결제를 지원하고, 구글·삼성도 탭투페이 비슷한 서비스를 내면 우리나라는 좀 뒤처질 가능성이 높죠.

우선 우리나라에서 애플 페이가 안 되는 1차적인 이유, NFC 결제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IC카드를 주로 쓰잖아요. 이 IC 카드를 접촉식이라고 하는데, NFC는 비접촉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비접촉식은 주류는 아니죠.

그런데 국내에서 NFC 결제기가 없어서 안 된다는 건 앞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예요. NFC 결제기 도입하면 됩니다. 돈이 좀 들지만 세상이 그렇게 바뀌면 바뀌겠죠. 여러분 폰은 기본적으로 NFC가 되기 때문에 POS만 지원하면 문제없습니다. 우리가 교통카드를 찍는 걸 RFID라고 하는데요. 이 NFC가 RFID의 일종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이런 거 도입할 때 금방 빠르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NFC 지원 문제는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죠.



그럼 애플 수수료가 문제일까요? 애플 수수료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0.0몇 퍼센트 정도예요. 협의하기 나름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요? 통신 규격입니다.

애플 페이는 EMV라고 비자, 마스터카드가 만든 규격을 쓰는데요. 이걸 만약에 탑재해서 비접촉식으로 결제를 하면 이 표준을 만든 비자, 마스터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어차피 EMV를 안 써도 되거든요. 그러니까 수수료 낼 것 없이 이 기능을 안 탑재하면 되는 겁니다. 여러분 해외 결제 카드 갖고 계시죠? 여기에는 EMV 규격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에 가서 카드를 찍어서 결제할 수 있었던 거죠.

국내에서는 KLSC라고 자체 규격을 만들었습니다. NFC 가능하고요. 이 KLSC가 올해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합니다. EMV 규격을 사용하긴 하는데, 정확하게는 EMV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카드를 찍어서 결제되지만, 해외에서는 안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걸 들으면 한국 카드사들이 나쁜 거 아닌가? 싶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어차피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요. 애플 페이가 없었고 NFC 결제도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시장에서 굳이 국제 규격을 따를 필요는 없었죠. 국제 규격이라고 하지만 사실 글로벌 기업들이 만든 표준이지 UN 같은 국제기구가 만든 게 아닙니다. 그쪽에서도 영리를 추구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이겁니다. 애플이 탭투페이를 만들죠. 그럼 구글과 삼성도 비슷한 걸 만들 겁니다. 제가 이거 개도국용이라고 말씀드렸죠. 개도국에서 큰 사랑을 받을 겁니다. 그럼 점점 애플 페이를 지원하는 국가가 많아지는 거죠. 그런데 한국은 이미 훌륭한 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갈라파고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삼성 페이만 계속 쓸 수 있을 가능성이 높죠.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을까요? 삼성 페이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삼성 페이는 역대 최고로 훌륭한 스마트폰 페이 서비스예요. 마그네틱 카드를 긁는 신호까지 만들어낼 수 있어서 전 세계 구형 카드까지 다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죠. 반대로 삼성 페이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 보급이 좀 늦었다고 볼 수는 있겠네요.

카드 수수료율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우리나라 카드 수수료는 다른 나라 대비 저렴한 편입니다. 국가 기조예요. 그러니까 카드사에서는 추가로 수수료 나가는 게 부담스럽죠. 그런데 애플 페이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 EMV 수수료에 애플 페이 수수료까지 내야 하죠. 카드사는 머리가 아프겠죠.

그럼 EMV를 안 지원하는 나라는 영영 애플 페이를 못 쓰느냐? 일본의 경우 펠리카 규격을 씁니다. KLSC처럼 EMV지만 약간 규격을 변경한 건데,  일본에서는 애플 페이가 이 펠리카를 지원합니다. 이게 왜 가능했냐면 일단 일본 인구수 한국 두배고요. 아이폰 점유율이 절반 이상입니다. 아이폰 사용자 수로 차면 한국의 네배가 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일본 결제 시장은 한국에 비하면 정말 구식이었습니다. 시스템이 없는 게 아니라 문화가 없었어요. 일본에서도 카드 다 되지만 현금 주고 구매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현금만 되는 가게가 아주 많습니다. 결제 시스템 수준을 따지면 개도국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인당 소비 금액은 큽니다. 경제 규모는 선진국인데, 결제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죠. 애플 입장에선 어떨까요? 군침이 싹 도네? 이에 반해서 우리나라, 결제 시장 많이 발전했고요. 모두가 카드를 씁니다. 아이폰 점유율도 20% 정도예요. 애플 입장에서 그냥 그런 시장이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거예요. 카드사도 애플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니까 굳이 노오력할 필요 없을지도 모르죠.

자, 앞으로 우리나라 카드도 터치해서 결제되기 시작할 겁니다. KLSC 방식으로죠. 그런데, 앞으로 아이폰만 들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 곤란할 수 있겠죠. 아쉽지만 이거 국가적으로 손해가 될 겁니다. 너무 뛰어난 자체 시스템 갖추고 있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 높죠. 퀀텀 점프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겁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와이브로가 생각났어요. 여러분 4G LTE 전에 4G 가장 먼저 개발한 나라가 어딘지 아십니까? 우리나라예요. 와이브로로 빠른 데이터 통신을 만들었었는데, 이걸 전 세계에 보급을 하기 전에 LTE가 나와버렸죠. LTE가 전 세계 표준이 되니까 와이브로는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이때 와이브로를 지원하는 폰이 별로 없었는데, 만약에 많았으면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LTE, 못썼을 겁니다. 통신사들이 이걸 빨리 받아들이고 LTE망으로 전환을 했기 때문에 빠른 통신 속도 사용할 수 있었죠. 카드사의 경우에는 와이브로 되는 폰이 있는 상태예요. 그럼 굳이 수수료 내면서 LTE를 도입해야 할까요? 안 할 수도 있죠.



자, 한국 카드 정말 훌륭하고요. 저도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래서 우리나라 카드가 앞으로 갈라파고스화 될 가능성,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제를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일부 사람들이 불편할 뿐이죠. 탭투페이가 일종의 대안이 될 텐데요. 대안인 동시에 카드사들에겐 부담이 되겠네요. 어떤 결론이 나든 소비자들이 더 편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는 비즈니스 이야기 갖고 찾아뵙겠습니다. 구독, 팔로우, 알림 설정, 갈라파고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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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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