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가 카카오톡을 삼성역에 비유한 까닭은?

“삼성역에 내려서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회사를 향해 뛰어가는 직장인의 모습”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는 지난 4일 2022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의 현재 모습을 이처럼 비유했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역에 내린 직장인의 마음은 급하다. 이들에게는 주위를 둘러볼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 오직 9시 이전에 사무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표만 존재할 뿐이다. 

남궁 대표가 볼 때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모습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실행시킨 이용자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목적지는 지인과의 대화다.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앱은 좋은 앱이다. 그 목적지가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성공의 가능성도 크다. 카카오톡은 ‘간편하고 편안한 지인과의 대화’라는 목적지를 제공했고,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어 빠르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가 명확하면 수익성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는 직장인은 지하철 역사의 벽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거나 역사 내 상점에 들르지 않는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만 있다면 지하철 역사는 비즈니스 플랫폼이 될 수 없다.

남궁 대표는 “이용자들은 매우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하루에도 수십 번 넘게 카카오톡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점은 카카오톡의 큰 장점인 동시에 우리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 퇴근길 여유있게 강남역을 향하는 이들의 모습은 다르다. 주변 상점에 디스플레이된 의류를 살펴보거나 전자제품 가게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용자가 꼭 대화가 목적이 아닐 때에도 카카오톡을 열어 이곳저곳 둘러볼 수 있도록 하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있을 것이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

남궁 대표는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조금 더 가볍게 즐기는 서비스로 방문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프로필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카카오톡 프로필 내에서 나만의 캐릭터 펫을 키운다든가,프로필에 ‘오늘 회사에서 엄청 깨지고 유달리 힘 빠지는 날’이라고 상태 메시지를 올려놓으면 친구들이 힘내라는 하트 메시지와 이모티콘으로 답할 수도 있고, 건강식품이나 기분 전환용 방향제를 선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의 프로필 영역과 친구 영역, 대화 영역에서 이용자들이 가벼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서비스 요소들을 기획하고 하나씩 적용해 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지인과의 대화를 넘어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까지도 카카오톡이 담아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종의 커뮤니티라고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오픈채팅을 관심사별로 활성화 시키면 카페나 네이버 밴드의 역할을 카카오톡이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예를 들어 멜론에서 아이브의 러브다이브를 듣고 있는 유저들에게 오픈채팅이라는 공간을 제공해 팬들이 같이 모여 자생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멜론에 아이브의 음악을 듣고 있는 유저들에게 링크 버튼을 제공함으로써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로도 현재 모바일 게임 오딘을 함께 플레이하는 길드에서 동일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잘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는 이처럼 비지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카카오톡이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이) 한국의 지인 서비스에서 글로벌한 비지인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국어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 명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 명의 1%에 불과하다. 카카오는 1%에서 99%로 확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1조65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7% 늘어난 1587억원을 올렸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인 매출 1조7403억원, 영업이익 1616억원을 밑돌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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