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 포스트 오미크론이 서버 수요 증가를 부른다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5월에 접어들면서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가 열렸습니다. 사적모임과 카페·식당 영업제한이 완화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죠. 물론 많은 사람이 여전히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긴 하지만, 정책 부분에서 큰 변화가 생겼으니 또 다른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는 일상 뿐만 아니라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의 일상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 때문인데요, 이 양상이 마냥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다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또 하나의 변화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대표적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 사이에서는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에 접어들며 서버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왜 포스트 오미크론이 서버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지, 각 기업은 어떻게 포스트 오미크론을 대비하고 있는지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방역조치 완화, 반도체 시장 변화 이끈다

물론 지금도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고, 사람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죠. 그 결과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각 기업도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방역조치가 한창일 때에는 모바일과 PC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어났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 비대면 활동이 증가했고, 대중은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모바일과 PC 등 디바이스를 구매하기 시작했죠.

보급형 노트북을 대표하는 크롬북 수요 추이를 보면 시장 변화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크롬북 출하량은 2020년, 2021년 모두 3000만대를 넘겼으며, 2021년에는 출하량이 전년 대비 13.5%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크롬북 출하량이 처음으로 12만대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크롬북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중은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비대면 서비스를 이전만큼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됐습니다. 각 기업도 점차 대면근무, 혹은 재택과 대면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활성화하기 시작했고요.

비대면 서비스 사용량이 줄어드니 보급형 PC의 수요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과 변수는 존재하지만, 이전만큼 비대면 서비스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확실히 줄어든 겁니다. 그 결과 크롬북 출하량도 감소하기 시작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2년 PC 시장은 구글 크롬북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PC 시장이 위축됐습니다.

대신 회사는 다시 직원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2년 가량 정비하지 못했던 서버를 정비하고, 직원이 사용할 업무용 PC도 다시 설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관련 소비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 결과 엔터프라이즈용 서버와 기업용 PC 수요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개인으로 살펴보면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등 IT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IT 서비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IT 서비스 수요 증가가 곧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는 만큼 메모리 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개인용 디바이스 수요는 줄어들고, 기업용 디바이스와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는 증가했습니다. 증권가는 이 같은 양상이 2022년 한 해 동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핵심은 ‘고성능·고용량’

시장이 변화하니 각 기업도 서버와 기업용 반도체, 혹은 고성능 반도체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프로세서 제공업체 상황을 살펴볼까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당시에는 보급형 PC 수요가 높았기 때문에 프로세서 제공업체도 가성비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죠. 하지만 이제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PC나 노트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프로세서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인텔, AMD,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은 올해 초 진행한 CES2022에서 고성능 CPU 라인을 공개했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라면 그간 해당 기업은 대부분 게임 장면을 통해 프로세서 성능을 선보였는데요, 올해에는 대부분 3D 렌더링 작업을 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세 기업 모두 업무를 위한 고성능 노트북 수요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사람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오기 시작하고, 일부 기업은 하이브리드 업무 체제를 갖추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단순히 PC를 보급하는 데 각 기업이 주력했다면, 이제는 정말로 기업 차원에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인텔, AMD는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 출시를 예고했고, AMD도 고성능 코어를 탑재한 젠(Zen) 4 프로세서 공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버·데이터센터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두 기업 모두 경쟁하듯 고성능 프로세서를 출시하겠다 한 것이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도 고성능 메모리에 주력하는 분위기입니다. 세 회사는 모두 2022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 불확실성에도 고성능 PC와 서버, 데이터센터 수요가 견조세를 보일 것”이라며 “회사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차세대 D램인 DDR5와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고, 세트 부문 또한 고용량·고성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영위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4일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 ‘UFS 4.0’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UFS는 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Universal Flash Storage)의 약자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 적용될 수 있는 플래시 스토리지 규격 중 하나입니다.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기존 제품 대비 2배 늘어났으며, 에너지 효율도 높아5G 통신 사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결국 올 한해 반도체 업계가 가장 주력하는 부문은 고성능·고용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올 한 해 동안 어떤 제품을 출시하는 지 한 번 지켜봅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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