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당국에 혁신서비스(규제샌드박스) 지정을 요청하지만 선정이 안 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앞으로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극대화될텐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몇몇 업체에서는 서비스를 내려야 한다. 시장의 현실이 이런 만큼 당국에서 잘 살펴봐줬으면 한다. 핀테크 업계를 너무 엄격한 잣대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K-핀테크의 역동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핀테크 업계를 육성의 관점에서 봐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업계와 학계 등이 모여 핀테크 업계가 직면한 문제 현황과 개선점을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국내 핀테크 업계는 투자유치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시아 태평양 지역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결제 솔루션 이외에 성장 동력 발굴이 미진한 편이다. 글로벌 핀테크 산업은 기업금융·보험·자산관리 등 다양한 핀테크 영역의 사업자들이 있지만, 한국은 소매금융과 중소기업(SME) 금융에 집중되어 있다. 여러 규제로 인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업계, 학계 등이 참여한 ‘K-핀테크의 역동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가 진행됐다.

관련해 핀테크 업계에서는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금융사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는 세부 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한 법적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규제샌드박스를 활성화해 혁신금융 서비스를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부 금융업 위한 스몰라이선스 내줘야

이날 세부 금융업에 대한 라이선스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많이 나왔다.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사가 영위할 수 있는 금융업의 범위가 넓다. 은행의 경우 은행업 라이선스로 여·수신, 환업무, 신용카드업, 투자자문업, 신탁업, 팩토링, 보험대리점 등을 영위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금융 분야를 아우르다보니 세부 분야에 소홀해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새로운 경쟁자 출현이 어렵고 금융회사의 규모가 커서 작은 조직이 가지는 속도와 유연함을 갖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금융업을 세분화하는 스몰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몰라이선스는 핀테크 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금융업의 인허가 단위를 특화하고 세분화해, 자본금 등 인허과 요건과 영업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혁신금융서비스와 연계해 성공 가능성이 입증된 업체들이 스몰라이선스를 취득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법에 따라 자본금 등의 문제로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신용카드 매입 서비스가 어렵다. 자본금 요건 등의 기준을 낮춰 핀테크의 신용카드 매입업무 라이선스를 도입하면 중소 핀테크업체들이 시장진출을 할 수 있다.

김지식 네이버파이낸셜 법무이사는 “금융업을 세분화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금융규제 하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샌드박스 심사과정 투명성 확보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하고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말한다. 통상 핀테크지원센터를 통한 수요조사가 이뤄진 다음 원하는 업체들이 신청서 제출하면 금융위원회의 샌드박스팀에서 안건을 검토한다. 그런 다음 소관부서에서 검토하는 단계를 거친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심사 방식과 제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업체 외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 신규업체의 지정을 보류하는 점, 불명확한 심사 기준·기간과 탈락 시 구제절차가 부재한 점, 유효기간 만료 이후 사업이 중단될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줌인터넷의 경우, 작년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비상장주식 정보제공·거래 플랫폼에 대한 혁신 금융서비스 수요조사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운영, 비용지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성현 줌인터넷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해보인다”며 “수개월 간의 심사과정에서 어떠한 피드백도 없이 심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꽤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혁신금융 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 진행 경과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관련 법령에 해당되는 소관부서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기 힘든 만큼 금융위 샌드박스팀의 업무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현구 법무법인광장 변호사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잘 안착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신청 기업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들의 애로사항,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수집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조심스럽게 산업 육성 방안 고민 중”

금융위원회에서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금융의 리스크가 비금융 산업에 전이됐을 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업계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당국은 업계에서 제시한 규제샌드박스 투명성 확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규제샌드박스는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 추가적으로 1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이 기간 동안 업계에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요청이 있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핀테크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와 금융사 대비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에 대해선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박주영 과장은 “디지털금융은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데이터 수집이나 결합에 대한 개선, 금융보안 개선, 오픈뱅킹을 넘어 금융사와 핀테크가 공정하고 안전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이 플랫폼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주영 과장은 “산업과 비금융 분야의 리스크가 금융산업에 전이될 가능성 등 금융법에 있어서 일반법과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