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손 뻗는 인도, 자국 내 첫 공장 세워진다

세계 각국에서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이 이뤄지는 가운데, 인도도 반도체 공장 건설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인도 내에서도 반도체 생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는데, 자국 내 처음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을 유치하게 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각) 글로벌 반도체 컨소시엄 ISMC(International Semiconductor Manufacturing)가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에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한다고 보도했다.

ISMC는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벤처투자기업 넥스트 오빗벤처스(Next Orbit Ventures)를 중심으로 설립된 반도체 합작 컨소시엄으로, 타워 세미컨덕터가 반도체 기술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이스라엘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지난 2월 인텔이 인수했다.

그간 인도는 반도체 부문에서 제조보다는 연구개발(R&D), 디자인 설계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었다. IT 기술 경쟁력은 가지고 있으나, 인도 제조업 기반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큰 국가 중 하나다. 저임금 노동자는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반면, 조금이라도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직무의 경우에는 인건비가 큰 폭으로 높아진다.

R&D, 디자인 설계 부문은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가진 소수의 개발자만 투입해도 충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제조 관련 사업은 적당한 기술력을 가진 다수의 인력을 동원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도에서는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을 하기에 인건비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일어났다. 인도 내에서도 반도체 소비가 증가하면서, 자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코트라 뭄바이무역관과 인도 전자반도체협회(IESA)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반도체 소비는 2019년 210억달러(약 26조5800억원)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4000억달러(약 50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인도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최소 두 개의 반도체 공장과 두 개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자국 내 설립하는 것을 당장의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지난 12월 말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가 100억달러(약 12조66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ISMC가 인도에 공장을 성공적으로 설립하면, 1500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와 1만개 이상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반도체 수요도 충족하고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지속해서 반도체 공장 설립 관련 투자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ISMC가 인도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인텔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인텔이 인수한 타워 세미컨덕터가 ISMC에 기술 파트너사로 협력하고 있으며, 인텔은 지속해서 세계 각국에 생산라인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텔 관계자는 “인텔이 아직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인도 진출과 연관 짓기에는 어렵다”면서 “인도에 소프트웨어 연구소나 인력 개발 센터를 운영할 계획은 있지만,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일축했다. 생산시설을 인도에 만드는 것이 아직까지는 회사에게 큰 이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인텔은 인도 반도체 시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만나 반도체 시설투자 지원금 관련 논의와 반도체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인텔이) 인도에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어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인텔은 생산라인 증설과 별개로, 지속해서 인도 시장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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