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최대 실적에도 ‘6만전자’ 넘지 못한 삼성

삼성전자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6만전자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을 발표한 28일 종가 기준 주가가 6만50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서는 ‘5만전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호실적에도 낮은 주가를 기록한 이유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 등 거시경제(매크로)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8일 올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77조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5%, 영업이익은 50.5% 늘어났다. 현재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LCD 패널을 제외하면 모든 사업 부문에서 최소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이 좋은 실적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화성캠퍼스 삼성 파운드리 (출처: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하반기에도 좋을 것”

반도체 사업 부문은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갔고, 따라서 삼성전자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지난 1분기에는 업계 예상보다 D램 가격 하락세가 완만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반도체 업체는 메모리 부문에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할 수 있었다.

다만 특별상여금 지급에 의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모바일을 포함한 일부 응용처의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은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더불어 서버 부문 메모리 수요의 견조세가 선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스템LSI 부문도 공급 자체는 감소했으나, 판가 인상과 더불어 주요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이뤘다. 시장 분위기에 의해 좋은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현재 삼성전자가 회사 차원에서 신경 쓰고 있는 사업부 중 하나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 경영진단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율, 고객사 이탈 등 여러 파운드리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선단(Advanced)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으며, 4나노 수율도 안정 궤도까지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TSMC로 팹리스 고객사가 이탈하고 있다며 우려했으나, 삼성전자 측은 “오히려 고객사 수요가 삼성 파운드리 생산역량(CAPA)보다 높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강문수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5나노 공정은 성숙 수율 단계에 접어들었고 현재 4나노도 수율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며 “3나노 공정도 단계별 개발 검증을 통해 수율 안정화 기간을 단축하고, 가격 등 부문에서 공급 안정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율 문제는 이후에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전에 비해 수율을 개선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TSMC에 비해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개선해 나가긴 하겠지만, 수익성 증대를 위해서는 수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는 좋은 메모리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와 기업용 PC 등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에는 일상을 회복하면서 대면 근무를 시작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맞춰 회사 시스템과 서버 등을 재정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올 한해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상황에 맞춰 삼성전자도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 (자료: 삼성전자)

GOS 논란에도 호실적 기록한 MX

모바일 시장은 부품 공급 부족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지정학적 영향과 불확실성으로 상황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따르면, MX사업부문은 갤럭시 S22 울트라가 많은 인기를 끌어 계절적 모바일 비수기임에도 판매 호조를 이뤘다.

갤럭시S22는 지난 2월 초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게임 최적화 시스템(Game Optimizing System, GOS)으로 성능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뭇매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2022 갤럭시 언팩 당시 갤럭시 S22 시리즈를 소개하며 “높은 성능에 발열까지 잡았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성능 저하를 통해 발열을 억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갤럭시S22 사용자는 허위광고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처럼 소비자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음에도 갤럭시S22는 판매 호조를 보였다. 한 전기전자 시장 전문가는 “GOS 조작 사건은 문제가 맞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더 크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에서는 평가가 나쁘지 않았고, 판매량도 양호했다”고 말했다.

김성구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S펜을 탑재한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이 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판매 비중이 전작 대비 크게 늘어 모바일 매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애용하던 소비자를 중심으로 S22 울트라 시리즈가 인기를 얻었던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내내 GOS 논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분기와 하반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시장 내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장기 계약을 통해 부품 공급 문제를 해결해 매출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일부 국가가 방역 규제를 완화하면서 스마트폰 소비 심리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구 상무는 “특히 갤럭시 S22 시리즈 핵심 부품 공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성수기에 접어들며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신모델 출시도 예고했다. 김 상무는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 성장하고 이후에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하반기 폴더블 신모델 출시에 만반을 가하고 있으며, 초기 공급부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고객에게 폴더블 경험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신모델 출시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8일 종가 64800원으로 마감했다. (출처: 네이버 금융)

삼성이 6만전자 못 넘은 이유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 그래프는 하향세다. 여전히 6만전자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는 현 시장을 둘러싼 매크로 리스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언급한 전기전자 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하락세를 걷고 있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중국도 봉쇄 정책을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주주들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실적발표 내내 지정학적 리스크와 매크로 불확실성에 대해 거듭 언급했다. 각 사업부문 담당자 모두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적절하게 대응하고,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취해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으나, 뒤이어 “매크로 환경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수요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빠른 대응이 필요하며,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전기전자 시장 전문가는 “삼성전자 사업 자체만 놓고 보면, 제품 가격이 오른 데다 수요도 견조해 매출은 잘 나오고 있어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매크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삼성전자 주가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뒤이어 전문가는 “삼성이 GOS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꺼려 하는 상황인데, 다음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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