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고체 배터리’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띕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간 전고체 배터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르면 2025년에 상용화된 전고체 배터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는 2020년대 후반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죠.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고분자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했고요, SK온도 2020년대 후반에는 양산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이처럼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꿈의 배터리라 불릴 만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이드 배터리에는 이 인기 많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념부터 현황, 전망까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가 전력을 공급하려면 내부에서 전류가 흘러야 합니다. 전류는 전자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배터리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내에서 전자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전해질’이라고 합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해질은 전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액체로 돼 있습니다. 이를 전해액이라고 합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이동성이 있기 때문에 전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액체 특성상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이는 곧 전해액이 밖으로 새 나오거나 심한 경우에는 화재, 폭발 등 사고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또한,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분리막이 필수로 들어가야 합니다. 액체는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을 그 안에 집어 넣으면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 전극은 만나면 급격하게 반응을 하게 되는데요, 특히 반응성이 큰 리튬이온전지의 경우에는 전극끼리 접촉할 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차전지에는 두 전극을 분리해주는 분리막이 필수로 들어가야 하고, 공간 비효율이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가 고체로 돼 있다면 내부 물질이 밖으로 흘러나올 일도 없고, 폭발이나 화재 위험도 줄어들죠. 게다가 고체는 액체에 비해 밀도도 높고 분자 이동성도 적습니다. 따라서 같은 크기라 해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 에너지 용량이 더 높습니다. 여기에 양극과 음극을 고체 안에 꽂으면 그대로 고정이 되니, 분리막도 필요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배터리의 이동 통로,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배터리를 바로 ‘전고체 배터리’라고 합니다.

전고체 전해질은 크게 고분자 전해질, 황화물·산화물과 같은 무기계 전해질, 나노입자 필러나 고분자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복합계 전해질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화학공학소재연구정보센터(CHERIC)의 ‘전고체 전해질 기술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고체전해질 소재 중 이온전도도, 공정 특성,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재료는 황화물계입니다. 다만 습도에 민감해 부산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업계는 우선 가장 접근이 쉬운 고분자 전고체 전해질부터 먼저 개발하는 분위기입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는 2026년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에 양산하겠다고 목표 시점을 밝혔죠.

난제 해결과 양산은 엄연히 다르다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전고체 배터리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꿈의 배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이 쌓여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떨어뜨리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을 제거하는 것도 전고체 배터리 연구진이 직면한 난제였죠.

그런데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직면한 난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어느 정도 나왔고,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은 어느 정도 개발돼 완성에 가깝게 다가간 것으로 밝혀졌죠. 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지난 14일 개최된 NGBS(Next Generation Battery Seminar) 2022 행사에서 “2021년만 해도 많은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2020년대 후반이 될 것’이라고만 답했는데, 최근에는 정확한 시점을 밝히는 업체가 늘었다”며 “2024~2025년쯤이면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는 회사들이 나올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2024~2025년이라는 시점에 대한 근거는 나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을 갖춘 시점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2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관점에서는 올해 어느 정도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이 갖춰졌으니 지금으로부터 2~3년 후인 2024~2025년에는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본 것이지요.


하지만 정작 직접 기업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한 주요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며 “막상 각 기업이 발표한 시기가 다가왔을 때 시기를 미룰 가능성도 적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는 100% 미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제 해결을 위한 기술과 양산 기술은 또 별개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시장을 연구하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학문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실제 수율(생산 시 정상 제품을 얻어내는 비율)을 따지고 상업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난제 해결과 양산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생산 시점으로 보면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전고체 배터리의 상업성을 키워야 한다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전고체 배터리 “100% 신뢰는 위험해”

설령 양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더 있습니다. 가격입니다. 앞서 발언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성공했다 하더라도 감가상각을 따지면 그 비용이 매우 비쌀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업체가 사용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비싸면, 현존하는 배터리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3원계 배터리를 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3원계 배터리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 혹은 망간, 이렇게 세 원소로양극을 만든 배터리를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차세대 배터리도 3원계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이 3원계 배터리 부문에서 강점을 가졌다고 인정하고 있고요.

3원계 배터리는 프리미엄 배터리로 분류되기에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비용이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3원계배터리를 국내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것이죠. 따라서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보다 하이니켈(니켈 비중을 늘려 에너지 용량을 높인 배터리)처럼 높은 성능에 안정성을 갖춘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력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굳이 전고체 배터리가 없어도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주요 배터리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완전히 손 놓을 수는 없습니다. 앞서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크다고 설명했는데요, 기존 한 번 충전 시 이차전지보다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장점은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주요 배터리 기업은 다각도로 시장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가형 배터리부터 프리미엄 배터리까지 제품군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필요에 맞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 가운데 모두가 다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때 혼자만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겠죠. 따라서 각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방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 것은 위험하겠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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