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 분석으로 반도체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생산역량(CAPA, 캐파)에 따라 각 설비를 교차하며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동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에 프로세스 마이닝을 적용하고, 생산 효율성과 수율을 높이고자 한다.”

이진연 삼성전자 DS부문 설비기술연구소 박사는 21일 개최된 프로세스 마이닝 워크샵(포스텍⋅한국전자거래학회 공동주최)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하나의 반도체는 팹인(Fab-In)부터 팹아웃(Fab-Out)까지 평균적으로 500개의 공정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아무것도 없는 베어 웨이퍼(Bare Wafer)가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것을 팹인(Fab-in)이라고 하고, 모든 회로가 다 그려진 후 후공정 처리를 거치기 전단계를 팹아웃(Fab-out)이라고 한다. 완성된 반도체 칩 하나를 만나보기까지는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과거처럼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특정 제품 하나만 팹아웃하게 되면,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산라인을 제품 종류에 따라 무한정 늘리기에는 부지 확보와 운영비용 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장비 하나의 가격도 비싸서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한 종류의 반도체만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업체는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캐파 이상으로 수요가 높은 반도체는 생산 여유가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나의 공장 내에서도 생산라인 간 이동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공장 내 물류 프로세스가 복잡해지고 포인트를 잡고 분석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가 많아진다.

삼성전자 평택공장 2라인 전경

이진연 박사는 본 행사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물류 분석 사례를 공유했다. 이 박사는 우선 설비 간 이동 프로세스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각 공정 단계를 세분화했다. 이후 설비 관련 데이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이 방대한 만큼 전략적으로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으면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 이진연 박사의 설명이다. 따라서 설비기술연구소에서는 한 종류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적용되는 프로세스를 하나로 묶어 ‘프로세스 튜브’로 만들고, 각 튜브마다 필요한 데이터 접근법을 적용한다.

이 박사에 따르면, 각 프로세스 튜브마다 파악하는 것은 제품군과 위치, 시간 데이터다. 제품군은 D램, 플래시 메모리 제품 등으로 구분하고, 같은 반도체 중에서도 나노 단위로 구분해 데이터로 만든다. 또한, 삼성전자는 화성, 평택 등 부지를 복수로 운영하고 있는데, 각 공장의 위치와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현황을 데이터화한다.

마지막으로 칩 생산과 물류 이동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데이터로 파악한다. 이진연 박사는 “시간 데이터는 프로세스 마이닝으로 찾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에는 수리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알고리즘을 토대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찾고, 이후에 프로세스 마이닝을 통해 문제 분석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방법을 도입하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를 다음 스텝으로 옮기다 보면 층과 동을 이동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웨이퍼가 일정 프로세스를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 이탈한 웨이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생산라인 내부를 떠돌아다니게 되고, 이는 생산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 이진연 박사는 2020년에 웨이퍼 이동 패턴을 분석해 문제를 파악하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해당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효율성이 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박사는 설계 패턴을 파악하고, 문제를 야기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생산 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는 회로 패턴을 그리기 위한 식각 공정과 이를 보호하는 박막 증착 공정이 적용된다. 이 쌓고 깎는 과정을 반복하면 특정 패턴을 형성하는데, 이를 오버레이(Overlay)라고 한다. 이 패턴에 따라 생사성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데, 이진연 박사는 오버레이 패턴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토대로 불량품과 정상 제품을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비기술연구소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한 설비 패턴도 연구하고 있다. 이 박사는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를 특정 패턴별로 세분화하고, 각 패턴별로 프로파일링 데이터를 형성해 디지털 트윈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이 데이터를 가상환경에 적용하면 현실에서도 자동화가 가능한데, 현재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진연 박사는 데이터 접근 방식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프로세스 마이닝 외에도 머신러닝, 통계 등 종합 학문을 적용해 다방면으로 데이터에 접근하고, 관련 전문가와도 협업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인 반도체 생산법을 지속해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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