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중저가 시장 잡은 미디어텍, 다음 전략은?

삼성전자가 중저가 라인 갤럭시 A 시리즈, 그 중에서도 최상위 라인에 대만 팹리스 업체 미디어텍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 AP)를 탑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래 삼성전자는 일부 제품에만 미디어텍 AP를 탑재하고 주로 퀄컴이나 자체 제작한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이용해 왔는데, 미디어텍과도 본격적으로 손을 잡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에 미디어텍이 퀄컴의 시장점유율을 앞섰다는 통계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여러 이유로 최근 미디어텍이라는 이름이 반도체 업계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요. 미디어텍은 어떤 기업이고 어떤 전략으로 성장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해갈 것으로 예상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미디어텍의 핵심 전략, ‘후발 추격’

미디어텍은 1997년 대만에 설립된 팹리스 기업입니다. 지금은 AP 개발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에는 특정용도 표준제품(Application Specific Standard Product, ASSP)으로 기반을 다졌습니다. 여기서 ASSP란 특수한 용도로 만든 반도체를 말합니다. 주문형 반도체(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ASIC)와 달리 표준형 반도체로, 어느 누구든 그 특수 용도의 목적만 맞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미디어텍은 DVD, 휴대폰 단말기 등의 ASSP 중심 사업을 기반으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디어텍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해 왔는데요, 그 가운데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해 왔습니다.

우선 미디어텍은 최대한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주로 후발 추격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어느 시장에서든 초도물량에는 오류나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새로운 기술의 경우에는 더욱 결함 발생 가능성이 크겠죠. 각 기업은 초도물량에서 발생한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완성된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갑니다.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고 난 후에는 기술이 안정화되고, 성능 개선 속도도 둔화됩니다. 미디어텍은 이 때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미 검증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갖출 수 있으면서도, 경쟁사의 성능 개선 속도가 둔화됐으니 이를 따라잡기에도 수월한 것입니다. 차이리싱(蔡力行) 미디어텍 CEO는 “초기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매출 규모를 단시간에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후발 추격을 한다”는 이야기도 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미디어텍은 고객사가 바로 양산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ASSP를 제공해 왔습니다. 당시 반도체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난 후,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오류를 수정하고 보완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들었죠. 하지만 미디어텍은 바로 양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갖춰진 ASSP를 제공했습니다. 미디어텍의 ASSP를 사용하면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미디어텍은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죠.

마지막으로 미디어텍은 어느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도 고려했습니다. 미디어텍의 강점은 가격 경쟁력과 단기간 내 매출 확대인데요, 이 같은 전략은 검토에서 양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본 시장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 시장에서 더 잘 통합니다. 따라서 미디어텍은 중국, 대만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발판을 넓혀 미국, 한국 업체에까지 손을 뻗고 있습니다.

미디어텍 디멘시티 AP (자료: 미디어텍)

“중저가로 만족 못해… 고사양 간다”

미디어텍은 모바일·핸드셋 시장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며 점유율을 확보해 나갔습니다. 미디어텍이 무선통신 분야로 손을 뻗기 시작한 때는 2008년 아나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 Inc., ADI)의 휴대 전화용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입니다. 미디어텍은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제공하던 휴대 전화용 부품을 기반으로 관련 제품을 납품했고, 추후 중저가 핸드셋 시장을 공략하며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 중에서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모바일 부문에서는 퀄컴 뒤를 이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텍이 퀄컴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속속 들립니다. 지난 3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미디어텍의 시장점유율은 46%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퀄컴은 시장점유율 35%로 2위로 밀려났고요.

여기에 미디어텍은 다른 경쟁사보다 먼저 암(Arm)의 새로운 명령어셋을 도입해 새로운 AP ‘디멘시티 9000’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AP는 TSMC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최신 공정으로 생산되는 만큼 전성비(일정 전력 당 어느 정도의 연산을 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긱벤치 벤치마크에서는 디멘시티 9000을 탑재한 샤오미 제품이 퀄컴 AP를 탑재한 제품보다 성능이 더 좋게 나오기도 했죠.

그간 업계에는 ‘퀄컴은 고사양, 미디어텍은 중저가’라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 공식이 곧 깨지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미디어텍은 이미 장악한 중저가 시장을 넘어 고사양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그간 미디어텍은 중저가 시장에서 많은 수량의 제품을 판매해 경쟁력을 갖춰 왔다”며 “이제는 퀄컴과 같은 고사양 시장으로 넘어가 마진을 확대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성능 측면에서 미디어텍이 퀄컴을 단시간에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입니다. 고사양 시장과 중저가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다르고, 세부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역량과 노하우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미디어텍이 고사양 시장을 노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초를 닦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퀄컴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퀄컴도 현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고, 하반기 고사양 완성품은 대부분 퀄컴이 납품하기로 예약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미디어텍만 제품을 개발하고 퀄컴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능 측면에서 미디어텍이 퀄컴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디어텍은 지속해서 성능을 개선하고, 고사양 제품을 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텍이 마진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성능 AP 시장에도 진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기도 하고요.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미디어텍은 지속해서 핸드셋 고사양 제품을 개발하고, 퀄컴은 현재 핸드셋 고사양을 넘어 추후 자율주행, IoT 등에 적용되는 고사양 AP를 개발할 것”이라며 “결국 두 업체 모두 성능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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