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규모 늘어난다… AI반도체 주목하는 VC
반도체 스타트업에 조달되는 자금이 AI 시장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시장이 확장하는 만큼,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피치북(PitchBook)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조달액은 2017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8억달러(약 2조2210억원)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삼성, 인텔, 퀄컴과 같은 반도체 업체들이 지원한 자금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월가 피델리티 자산운용에서 반도체 펀드 FELTX(Fidelity Investments Inc.’s Select Semiconductor)를 운용하고 있는 아담 벤자민(Adam Benjamin)은 IT전문매체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AI반도체 시장 관련 투자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아담 벤자민은 FELTX를 운용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59.2%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 해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이룬 가운데, 해당 시장의 가능성을 일찍 파악하고 미리 뛰어들었기 때문에 큰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아담 벤자민을 ‘2021년 월가 최고의 펀드매니저’라 칭한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많은 자본 투자가 있어야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아담 벤자민에 따르면,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 업계는 반도체 회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AI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사가 있었으나, 이조차도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도체와 AI 시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공공부터 민간까지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AI반도체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늘어났다. 아담 벤자민은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과 반도체 시장이 커졌고, 이에 따른 투자도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 스타트업, 특히 AI 반도체 스타트업에는 많은 자본이 필요한데, 전망이 밝은 만큼 공공기관과 민간 투자를 다수 끌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AI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AI반도체 시장이 초기 단계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이고, 최근에는 매출 성장세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세계 AI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359억달러(약 44조2791억원)를 기록했다. 이 중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I반도체 칩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얼라이드마켓리서는 AI반도체 관련 매출이 이후에도 늘어나 2024년에는 649억달러(약 80조606억원), 2030년까지는 1949억달러(약 24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도 이 같은 투자사의 기대감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2017년 설립된 국내 AI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관계자는 “과거 프로세서 시장은 일부 강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형태였으나, AI·자율주행·데이터센터·IoT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각각 복수의 NPU 업체들이 탄생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라며 “따라서 최근 AI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역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벤처캐피털 업체도 경쟁력 있는 기업 중 인텔,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을 넘어 NPU 시장을 선도할 AI반도체 플레이어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반도체 시장에는 아직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도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모빌린트 등 주요 AI반도체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기업이 있지만, 이들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 인재 채용, 생태계 확보 측면에서 좀 더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언급한 퓨리오사 관계자는 “AI반도체 시장도 5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AI반도체 기업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시리즈B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 88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리벨리온은 프리A 단계로 총 205억원을, 모빌린트는 시리즈A 라운드로 102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