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사람들③] 망하면 보이는 창업의 모든 것

[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최정우 전 옐로트래블 대표. 현 뷰티앤케이 대표.

③ 스타트업, 달콤한 일만 있지는 않다

여기, 로켓에 올라탄 줄 알았다가 대차게 사업을 말아먹은 이가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라는 책에 녹여냈고,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또다시 창업했다. 그가 망한 사연은 “창업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라고 탄식하는 대표들에게 일종의 교본이 됐다. 성공한 소수의 스토리만 넘쳐나는 세상이라, 다수가 겪는 실패담은 오히려 귀하다. <바이라인네트워크>의 창간기획에서 최정우 뷰티앤케이 대표를 만난 이유다. 그는 한때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던 옐로모바일의 자회사, 옐로트래블의 대표였다.

그에게서 어떻게 망해야 잘 망하는 것인지, 창업을 하면서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은 이런 이야기를 묻는 것이 기자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언을 듣고 싶다며 알음알음 연락오는 이들과 대화하다 보니까, 그에게는 스타트업 재무 컨설팅이라는 또 다른 직업도 생겼다. 회사원에서 창업가, 그리고 작가와 컨설턴트까지. 인생 3막, 아니 다막을 살고 있는 최정우 대표에게서 날것의 이야기를 들었다.

의외로 스타트업 중에 시원하게 사업을 접는 곳이 드물다

접는게 진짜 어렵다. 대부분 강제로 접히는 거지, 스스로 접는 경우는 진짜 용자다, 용자.

스타트업 성공하는 곳은 아주 소수인데, 접는 어려운 건가?

주변에서는 스타트업을 할 때부터 “어려운 일”이라고 만류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끈기 있게 하는 사람이 창업자들이다. 그래서 접을 때도 ‘이성적’으로 접기 어렵다. 시작할 때 그랬듯, 내가 보기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업을 접는 타이밍을 놓치는 아닌가

나도 사실, 옐로가 조금이라도 잘 될 여지가 있었다면 안 나왔을 수 있다. 나도 접힌 케이스라서, 스스로 접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한다. 좀 겸손해진 건, 어쨌든 당시 사업이 접힌 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창업한 분들하고 이야기할 때 많이 말하는 게 “대표님, 망하면 큰일난다”이다. 망하려면 잘 망해야 한다는 얘기다.

(옐로모바일과 옐로트래블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에게는 “옐로모바일은, 어떻게 성장했고 왜 무너졌을까?” 편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어떤 망하는 건가?

기본적으로 망하면 가는 코스가 있다. 예전에는 창업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연대 보증을 섰어야 했다. 창업자가 리스크를 홀로 떠안는 것들이 많았다. 엄청 리스크가 큰 일인데, 창업자들은 이걸 잘 모른다.

생각도 못해본 일일 같다

망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에 대한 시나리오가 그려져 있으면 되게 두렵다. 그런데 대부분은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망하지 않을 거다, 잘 될 거다”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위기 상황이 오면, 그 타이밍에만 접어도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판단하지 못한다. 창업자는 절대 그때 관두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자기가 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서다. 그래서 주위에서 돈을 끌어온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돈, 직원들한테 월급 줄 돈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면, 접어야 때의 시그널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본인이 감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일단 급여가 밀리면 1차 위기 신호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남은 고정비가 인건비니까. 더 이상 인원을 줄일 수 없을 만큼 줄였는데도 급여가 밀린다면, 그때부터는 사실상 위기다. 이때 대표들이 돈을 빌리러 다니는데, 냉정하게 봐야 한다. 지금 이 위기가 나의 실수 때문인지, 아니면 시장이 작기 때문인지, 내가 이 돈만 있으면 다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접는게 회생할 수 있는 좋은 길이긴 하다.

시장이 작은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혼자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나

최대한 많은 분들한테 물어보긴 해야 된다. “내가 이런 이런 상황인데 네가 보기엔 어떠하냐? 그만해야 될 것 같느냐?”라고. 동정심이 많은 이들 말고, 조금 냉정한 사람들한테 물어야 한다. 그렇게 의견을 묻고 나서는, 자기가 생각하는 마지막 선을 정하는 게 좋다.

마지막 선 정하는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할까?

자기 기준으로 “여기까지 해보고 안 되면 접는다”라는 것을 정해야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크게 빚지지 않고 나오는 걸텐데

빚지지 않고 건강하게 나오는 게 좋다. 요즘은 신용보증기금 같은 데서는, 대표가 돈을 이상한데 쓰지만 않았다면 연대보증 같은 걸 세우지 않는다. 예전에는 연대보증 때문에 신용불량이 되곤 했다면, 지금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같은 정책자금에서는 성실하게 사업하고 망한 경우에는 봐준다. 조사를 해봐서 진짜 성실하게 사업하다가 안 됐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 돈으로 다른데 투자하고 이런 거는 봐주지 않지만.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창업자에게는 나쁜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 제도도 잘 되어 있고, 창업자에 대한 지원도 꽤 많다. 기회를 주니까.

전만 해도 한국은 창업 시도하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 많았다. 망했을 재기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봐도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다. 옛날에는 망하면 진짜 끝이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정책 기금 같은 경우 제대로 사업하다 끝이 안 좋으면 많이 봐주는데, 그보다는 본인이 살려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다 보니 접을 타이밍을 놓치는 거다.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업 망한 사람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인생 끝났구나, 이렇게 봤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고 시도를 해봤구나, 이런 시각이 있어서 바람직하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 같은 경우, 사업을 접고 나서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무섭지는 않았나? 다시 창업을 한다는 것이.

창업하는 사람들은 계속 창업한다고 본다. 물론 (회사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애매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회사를 접으면서 정리할 것들도 있고. 사실 내 경우에 채권 회수를 아직도 다는 못했다. 대략 회수하는 데만도 3년은 걸렸고. 결과적으로 누군가는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보면 그사이 이런저런 사업 계획도 생긴다. 창업의 경험에서 배운 것도 있고. 주위에서 기회가 보이니까 “해봐야지”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된다(웃음). 어떤 의도라기 보다, 일단 먹고 살아야지 않나.

지금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회사를 막 접은 이후에는 ‘뷰티앤케이’라는 뷰티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운영했는데, 지금은 공동창업자가 일을 많이 맡고 있다. 옐로의 경험을 담아서 책을 냈었는데(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이후에 삶이 달라지긴 했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걸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이 경험으로 여러 콘텐츠를 연재하게 되기도 하고 주위에서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늘었다. 내가 회계사인데 법인 소속이 아니었다가 자문 요청이 늘면서 아는 분들과 회계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옐로트래블 운영했던 경험이 지금 자문의 자산이 되지 않았나?

그렇다. 내가 워낙 막장까지 갔다왔으니까(웃음). 책에 쓴 내용 말고도 굉장히 힘든 일이 많았다. 형사 고발을 세 번 당한 사람으로서 경찰서에도 왔다갔다 했고. 세금도 내 문제가 아닌데도 계속해서 세무서에서 연락이 온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일이 있나?

옐로에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인데, 내가 청산 직전 대표로 이름이 되어 있어서 납세 의무가 없음에도 아직도 집으로 통지서가 날아온다. 나도 피해자니까 우리 집으로 보내지 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옐로에서 담당자가 공석이 되면, 세무서에서도 보낼 곳이 없어서인지 또 우리 집으로 날아오더라.

가족들도 마음 고생이 심하겠다. 자문하는 내용을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있나

두 종류다. 일반 스타트업이 성장할 때는 파트타임으로 재무책임자(CFO)를 구한다. 재무적 지식이 부족하지만 풀타임으로 뽑기는 어려운 곳이 많다. 알음알음 연락 해오면 필요한 자문을 해주다가 지금은 고정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 또, 몇 벤처투자사(VC)와 손잡고 포트폴리오의 문제에 대한 컨설팅을 한다. 단순히 재무만 보는 것은 아니고,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주로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는 역할이다.

그러니까, 망할 것인지 아닌지의 기로에 있는 곳 말인가?

그렇다. 망하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문제들은 그분들이 보기에는 큰 문제지만, 제가 보기에는 큰 일이 아닌 경우도 많다. 당장 돈이 없어서 월급을 못 주거나, 그런 일이 아니라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대표님들이 상담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 역할을 제가 주로 하고 있는 거다.

그런 문제들을 일반화할 있나? 비슷한 케이스가 많은지, 아니면 모두 제각각인지.

사실 대표님들이 보기에는 나만의 특별한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회사가 흘러가는 공식은 다 비슷하다. 업종과 연차, 종업원 수와 매출 등을 물어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점집 가서 사주 보는 같다(웃음)

생년월일 보면 (사주 통계가) 나오듯, 상황을 듣고 “이게 문제 아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알았느냐”라는 답이 나온다. 디테일만 다를 뿐이지, 각 회사의 (성장단계) 차원에서 나오는 문제는 대게 비슷하다.

주로 어떤 문제들이 있나?

일단 가장 많은 문제이자 큰 문제는 돈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작은 기업이나 제대로 된 재무팀이 없는 기업은 당신들이 돈이 얼마나 모자라는지를 정확히 모르기도 한다. 런웨이(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 기업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뜻하는 말)가 얼마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되게 많다. 알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과 다른 경우도 있고. 기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나가는 돈도 있다. 그런 돈들이 고정비인지 변동비인지 구분해야 한다. 들어올 돈이 정확이 언제까지 들어와야 하는지도 계산해야 하고, 남는 돈이 얼마인지도 계속 챙겨봐야 한다. 그런데 이게 통장 잔고만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어떻게 해야 있나?

정확히 맞지는 않더라도 월별로 현금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야 한다. 매입과 매출, 다음 달에 나갈돈 같은 것들을 잘 챙겨야 한다. 고정비도 정확히 알아야 하고, 변동비 역시 매출에 따라 증감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대체로 대표들은 그런 스킬이 부족할 같다. 주로 비전을 보고 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많이 없다. 통상 들어온 돈에서 나간 돈을 빼고 남은 돈을 나눠 쓴다. 그런데 이렇게 운영하다가 이벤트가 하나 터지면 큰 리스크가 생기는 거다. 내가 보기엔, 이런 리스크 관리만 잘해도 생각보다 상당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언제 펀딩을 받아야 하는지도 잘 생각해야 하고.

대기업 출신인데, 창업을 하게 됐었나?

더 재미있는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때마침 좋은 제안이 들어왔다. 옐로에서 투자를 해준다고 하고, 꼭 해봐야 하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게 있다. 막 성장하는 회사에 있으면 기분이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진짜 로켓을 기분이 드나?

있다. 우리 다 같이 잘 될 거야, 이런 느낌이 있다. 이제는 그런 기분이 옛날보다는 많이 가라 앉았다. 두번째 하다보니까, 약간 현실적으로 바뀌더라.

가장 어려웠던 어떤 부분인가?

사업을 정리하면서 힘든 것은, 채무를 갚아 나가는 일도 그렇고, 주주분들에게 원망 섞인 연락을 받는 일들이다. 내가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닌데 돈 내놓으라고 연락이 온다. 사실 일반 주주들보다 내가 본 손해가 더 큰 상황인데 말이다.

경험치가 쌓여서 지금의 사업을 한다

트레이드오프가 된 거다. 대가를 치른 대신 당시보다 경험이 많아졌고, 어떻게 하면 될지가 눈에 보이게 된다.

애초에 창업 하기 전으로 돌아가서 원래대로 직장 생활을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사실 그립긴 하다. 가장 그리운 게 뭐냐면, 아침 9시에 출근해서 형들이랑 모여서 이런저런 뒷담화도 하고(웃음) 그런 것들이다. 동료들과 나누는 그런 시간들. 그런데 대표들은 그럴 수가 없다. 날 욕하겠지(웃음).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도 결과는 같을 것 같다. 어차피 나와서 창업하지 않을까?(웃음)

다른 사람이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창업한다면 말릴 같나, 독려할 같나?

준비를 하고 나오라고 그런다. 우리가 아는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성공한 곳이 많다. 그런데 사실은 대부분 망한다. 망한 곳은 (미디어에) 안 나온다. 진짜 어렵기 때문에 회사에서 나와 창업하려는 사람들한테 항상 물어본다. 이 일을 왜 하려 하느냐고. 그래서 그 분들이 “혁신을 이룰거야”라고 말하면 “다시 생각해보라”라고 말한다. 내가 묻는 것은 “매출액이 몇조원은 해야 혁신할 수 있는데, 그렇게 큰 꿈을 꾸고 있는지”다. 가장 말리는 경우는 “내가 좋은 아이템이 있다”라는 답이 나올 때다. 그런 아이템은 구글에 검색하면 되게 많이 나온다. 그보다 더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럼 어떤 대답이 나오면 창업을 하라고 하나

예를 들어서 제가 가장 중요시 하는 거는 “형, 나는 엄청 큰 돈을 벌고 싶어요”라는 답이 나올 때다. “그래, 그 큰 돈을 벌기 위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니?”라고 물었을 때 “네”라는 답이 나오면 “그래 무조건 가라”라고 답한다.

아이템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인가?

아이템은 밖에 나가서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게 널렸다. 그런데 하다보면 안 된다. 처음하고는 상황이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오가 없이 혁신을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중간에 꺾이게 된다. 무조건 의지가 있는 사람이 창업을 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동기가 저는 돈이라고 본다. 창업이 생각보다 순탄한 길이 아니다. 급여가 밀리면 서로 사이 좋았던 사람들도 멀어지고, 친구도 계속 없어진다.

외롭지는 않았나

혼자 결정을 해야 하는 거다. 내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실패한 것도 많다. 나 혼자 그 결과를 다 책임져야 한다. 그러면 힘들다. 옛날 같으면 팀장이 바보라고 탓하고 그랬을 텐데, 지금은 그 바보가 나다(웃음). 그래서 사업가 대표들끼리 많이 만나서 이야기 하게 되기도 한다.

남의 경험이 나한테 도움이 되기도 하나?

도움이 된다. 각자 성장 규모에서 경험에 따라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될텐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도움이 된다. 경계할만한 것이 이상론으로 흐르는 것인데, 그런 건 진짜 도움이 안 되지만 너무 절망스러울 때는 서로 힘이 되는 이야기도 해줘야 한다.

회사를 청산하는 일이 힘들었을텐데

옐로트래블을 접고, 옐로모바일과 싸우면서 옐로모바일에서 알바를 했다. 뷰티앤케이를 창업하고 1년 동안 급여가 없었다. 내가 회계사니까, 옐로 청산일을 제가 하면서 돈을 벌었다. 옐로와 싸우다가, 그쪽 일은 그래도 나밖에 모르니까 청산일을 내가 돈 받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아마도 나를 이해 못할 거다.  둘이 막 욕하고 싸우다가 밖에 나가서 악수하고 일하니까. 내 가족도 나보고 이상하다고 한다.

어른들의 세계다. 놀랍다

정치인하고 비슷하다고도 이야기 한다. 내 관점은 “나한테 이득이 되면 예스, 이득이 안 되면 집에 간다”이다. 싸우는게 이득이 되면 싸우고, 협력하는게 이득이 되면 협력하는 거다. 나는 원래 감성적이고 조직에 로열티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변했다.

대표들은 다 그렇게 되나?

다 기질이 있다. 그런 기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사업이라는 게 정말 처음부터 잘 돼서 쭉 가는게 없다. 흐린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다. 일반적으로 흐린 날에는 내가 불리하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나 제안이 있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들어 보는 거다.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안 갔는데, 어느 순간 눈 떠보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 있더라.

창업하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조언이 있나?

우리가 하는 일이 정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중에는 괴물이 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게 정의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돈을 위해서 무언가를 시도할 때조차 정의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정의라는 말을 여기저기 가져다 붙여서 나중에 괴물이 되는 거다. 그런 부분을 주의하라고 한다. 너를 위해서, 본인의 인생을 위해서.

중요한 얘기다

인생을 망치지 않으려면 본인 관리를 잘해야 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돈을 벌 수도 있고 못 벌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는게 좋은 것 같다.

경험을 잘 갈무리하면 또 다른 자산이 된다. 옐로트래블의 사례를 들면서, 창업가들에게 하고픈 말을 전달하는 최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망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 중에 가장 밝은 것 같다. 이렇게 밝을 일인가. 덕분에 망한 이야기를 하면서 유쾌했다.

사람들에게 꼭 하고픈 말이있다.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처음에 하는 일이 힘들거나 실패로 돌아온다고 해도, 너무 놀라거나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아, 이게 실패하는구나” “거절당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그게 익숙해질 때쯤 (성공을 맞이할) 때가 된 거라고 본다. 옛날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보면 주인공인 모건 프리먼이 가석방을 포기할 때쯤 석방이 되지 않나. 나는 잘 할 수 있다고 의욕이 충만할 때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 상태가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나 이거 힘들어”가 아니라 “아, 뭐 그냥 그런거지”라고 받아들일 정도가 되면 말이다.

초연해진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 분위기가 바뀐 게 있다. 예전에는 “한국의 아마존이 될 거야”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비웃었다. 현실적인 계획을 짜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비웃는다. 비전으로 투자 받는 것이 유행이 돼서, 다들 엄청나게 큰 꿈을 갖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버블의 시대가 왔다고도 생각한다. 이러다가 또 분위기가 꺾이면 반대의 흐름이 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흔들리지 말고 가라, 그게 중요한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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