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내 의대-공대 가교 역할, 김성완 교수가 책임진다
의료 인공지능(AI) 연구는 다른 AI 연구와는 다르다. AI 기술을 잘 아는 공학자만으로는 안된다. 의료를 아는 의사도 꼭 필요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와 의료 전문가를 모두 갖춘 국내 기관으로 서울대가 있다. 우수한 대학병원과 국책 AI 대학원을 함께 보유한 서울대에서의 의료 AI 연구는 어떻게 이뤄질까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연구가 이뤄지려면 두 개 분야 전문가들이 만나야 한다. 서울대 내 의대와 공대 가교 역할을 하는 인물로 김성완 교수를 꼽을 수 있다. 김성완 교수의 명함에는 직함이 5개다. 서울대병원 의공학과장과 융합의학과장, 서울대 의과대학 의공학교실과 바이오엔지니어링 주임교수, 바이오공학연구소장까지.
이 중 의공학과가 서울대병원에 나타난 때는 1979년이다. 1986년에 세워진 서울대 의과대학보다 역사가 더욱 오래됐다. 의과대학 소속인 의공학교실도 30년이 넘었다. 의공학과는 서울대병원에서, 의공학교실은 학교에서 의학과 공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왔다.
융합의학과도 의사와 공학자들 협업을 위해 병원 내에 2년 전 등장했다. 딥러닝, 메타버스,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연구 결과물을 어떻게 하면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곳이다. 의공학과와 융합의학과 모두 김성완 교수가 과장으로서 이끈다.
공학자인 김성완 교수는 의사가 대부분인 의대와 병원에 소속되어 있다. 특이한 소속은 그의 정체성 중 하나로 보인다. 2010년 서울대 의공학교실 교수가 되기 전 그의 소속은 NASA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공학부가 갓 신설된 1984년부터 의공학에 몸담았다. 미국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에 등장하는 생체공학 기술을 직접 구현해보겠다는 뜻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부터 항공 분야로 눈을 돌렸다. 졸업 이후 2000년부터는 NASA에서 차세대 우주왕복선 개발에 참여했다.
“2010년 외국인 교수로 특별 채용돼 서울대에 20년 만에 돌아왔다. 그 때부터 의공학을 다시 하게 됐다. 항공 우주 연구 20년 경력을 살려 주로 수술로봇 작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의대와 공대 협업이 이뤄진 대표적인 결과물은 2021년 6월 출범한 서울대 AI 연구원 소속 AI 선도혁신 연구센터 중 하나인 의료 동영상 AI 혁신 연구센터를 들 수 있다.
센터에서는 의료 동영상 AI 연구를 위한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AI 성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 품질 향상 방안을 수립한다. 진단 의료 동영상 AI 모델로는 장관 내시경 동영상 AI 모델, 식도캡슐내시경 동영상 AI 모델, 방광내시경 동영상 등을 개발한다. 수술 의료동영상 AI 모델을 개발해 술기 평가와 교육 모델을 만들고, 수술 중 해부학적 구조를 인식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서울대병원을 통해 임상영역에서 AI 개발에 대한 수요조사, 데이터 확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참여 연구진이 다양하다. 갑상선외과, 비뇨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대장 항문 외과 등 분야별로 교수들이 참여한다. 의료진은 의료 현장에서 동영상을 모아주고 현장에서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공대 교수들은 여기에 맞춰 개발을 해서 전달해주고 의료진이 사용자 평가를 하면 다시 개발하는 식으로 돌고 도는 것이다.”
“기계공학부에서는 수술 로봇 같은 기계 구조 쪽에 관심이 있는 교수들이 참여한다. 전기정보공학부에는 오래 전부터 음성, 영상 처리 분야, 큰 틀에서는 신호 처리 분야가 있다. 언어학과 소속 참여 교수는 전기과 출신이며 언어 처리를 담당한다.”
센터가 출범한지 1년 정도 지났다. 그동안 SCI급 논문 4편을 학회에 발표했다. 논문 주제는 보통 AI 기반 수술 로봇 영상 처리와 관련된 것이다. 갑상선외과, 흉부외과 등 각기 다른 분과별로 수술 동영상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이 다른데 이를 일원화하기도 했다. 어떤 동일한 포맷으로 수술 동영상을 어떻게 아카이빙할 것인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
학교 차원에서도 의대와 공대의 협업을 도모하고자 나섰다. 의료 동영상 AI 혁신 연구센터가 출범한 2021년 6월 서울대는 의대와 공대의 융합연구 프로젝트 ‘MEET in SNU’를 출범했다. MEET는 의학 공학의 혁신 기술을 뜻하는 ‘Medicine-Engineering Evolutionary Technology’의 약자다. 의대와 공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의미이다. 서울대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15년간의 의대-공대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한계점을 분석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든다.
서울대 내에서 의대와 공대의 공동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은 15년 전부터다. 의대 교수 1명, 공대 교수 1명이 팀을 짜서 지원하면 우수한 과제를 선정해 일부 연구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연구는 1, 2년간 진행하는데 도중에 아이디어가 좋으면 대형 국가 사업까지 이어진다.
“공대 교수와 의대-공대 교내 과제로 2015년부터 2년간 과제를 수행했는데 이후 과기정통부 과제로 5억을 수주해 3년을 추가로 연구했다. 이것을 발판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7억 규모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교내 과제가 총 12억 국가 과제 발판이 된 셈이다.”
“차세대 복강경 수술 로봇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 주제였다. 다빈치 수술 로봇 장비를 아시아 최초로 기증받았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연구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